美옥수수 재고 다 사들일까?..日 "현실 불가능" 전전긍긍

송경재 2019. 9. 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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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동차 관세 면제조건 약속
이미 사료용 95% 미국산 의존
2배 늘려도 美 재고 소진 '불가'
"트럼프 눈치 결국 수입 늘릴것"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면제 받는 조건으로 옥수수 대규모 수입을 약속했지만 과연 이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 않았고, 미 행정부도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정확한 양국 합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일본의 미 옥수수 추가 수입 규모가 기대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이 예상보다 큰 폭의 수입을 단행한다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농민들에게 약속한 옥수수 재고 전량 구매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5일 프랑스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병충해로 일본의 옥수수 생산이 타격을 받았다면서 미 옥수수 대규모 수입방침을 약속했다. 미국에 약속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약속 3주일째로 접어드는 지금 미국이나 일본내 평가는 비관으로 기울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우선 일본의 옥수수 병충해 피해가 수입 수요에 영향을 줄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관리는 "병충해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면 미국산 (옥수수) 수입 규모에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대규모 수입을 약속했지만 그 전제조건에 변화가 있다면 미국이 기대하는 대규모 수입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일본 사료업체 피드원은 이미 사료용 옥수수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면서 병충해로 미국산 옥수수를 더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아시아 프로그램 선임 펠로 제임스 쇼프는 "트럼프가 (일본 수출로) 미 옥수수 재고를 떨어뜨리고, 그 과정에서 미 농민들을 구하려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본은 이미 사료용 옥수수는 95% 가까이를 미국산에 의존하고 있고, 멕시코에 이어 미 옥수수 2위 수입국이다. 병충해에 따른 추가 옥수수 수입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또 미국의 압력으로 지금보다 옥수수 수입을 대거 늘린다해도 미 옥수수 재고를 바닥낼만큼 확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옥수수 규모는 연간 1100만t이다. 그러나 미 농무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미 옥수수 재고 물량은 6000만t에 육박한다.

일본이 수입규모를 2배로 늘리더라도 재고 소진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단호하다. 그는 G7 회의에서 아베와 만난 뒤 일본의 옥수수 수입 액수가 '수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면서 일본이 "미 옥수수 재고를 몽땅 사들일 것"이라고 농민들에게 약속했다. 당시 트럼프와 자리를 함께 한 아베는 일본이 옥수수 병충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옥수수 수입을 대규모로 확대하겠다고 확인했다. 아베의 이같은 약속은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트럼프가 관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었다. 일본은 아울러 돼지고기, 소고기 수입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워싱턴 아시아소사이어티 상무는 "아베는 무역문제를 마무리 짓기를 갈망했을 것"이라면서 "또 트럼프는 농민들이 고통받는 시기에 미 농민들에 뭔가를 안겨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베가 약속한대로 어떤 식으로든 미 옥수수 수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진노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렇지만 대규모 수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하게 수입한 옥수수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골치거리가 될 전망이다. 도쿄대 농대교수인 스즈키 노부히로는 이번 병충해는 "결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일본은 결국 수입을 늘리겠지만 이를 아프리카에 구호물자로 보내거나 아니면 바이오연료로 만들어 활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25% 수입차 관세 위협으로 인해 미국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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