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마당에 들어선 수소충전소..'수소는 위험' 오해 지울까

김형욱 2019. 9.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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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회·정부 지원으로 문 열어
규제·편견에 막힌 충전소 확대 기대
충전난 겪는 수소차 운전자 "대환영"
서울 수소택시 10대도 운영 '스타트'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앞 왼쪽부터)이낙연 국무총리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수소충전소 준공식에서 수소전기차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계 최초로 국회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섰다. 당장 ‘충전난’을 겪고 있는 서울 인근 수소전기차 이용자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또 국회 안이라는 상징성이 ‘수소는 위험하다’ 잘못된 인식을 불식하는데 일조해 수소 생산·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국회, 현대자동차(005380)는 10일 국회 수소충전소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희상 국회의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등 관계자 250여명이 참여해 실무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직접 충전 시연을 했다.

◇규제·편견에 막힌 수소차 인프라 확대 기대

국회 안에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건 상징성 때문이다. 정부는 지구 온난화 같은 현 탄소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석유를 수소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 자체가 아직 생소하다 보니 전국 수소생산·충전시설 설치작업은 각종 규제에 막히거나 위험시설로 분류돼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국회 수소충전소는 국회가 솔선수범해 수소가 안전하고 유용하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도 설립됐다. 수소산업 분야에서 앞선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파리 에펠탑과 도쿄타워 등 도시 상징 건물에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 기업이 협업했다. 30여 국회의원으로 구성한 국회 수소경제포럼(김영춘 대표의원)은 국회 내 수소충전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올 초 규제에 막힌 신사업을 허용해주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특례)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곳을 포함한 서울 시내 3~5곳의 수소충전소 설립 1호 사례로 지정했다. 현대차는 정부 지원금 15억원을 더해 총 40억여원을 들여 이곳을 건설했다.

정부와 업계는 현재 2955대(수출 포함)인 수소차 보급 대수를 2040년까지 620만대(국내 29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현재 29곳뿐인 수소충전소도 전국 12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장 올해 수소차 6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를 114곳까지 확충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낮은 사업성과 지역 주민의 반발 등 때문에 충전 인프라 확보는 계획에 크게 미달할 전망이다.

수소업계에서는 올해 추가되는 수소충전소가 40여곳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산업 민·관 협의체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의 신재행 단장은 “국회 수소충전소가 더 많은 사람이 수소 설비에 대해 안심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회 수소충전소 전경.
◇충전난 겪는 수소차 운전자 “대환영”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고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도권 지역 수소차 운전자들은 국회 수소충전소를 크게 반겼다. 현재 서울·인천지역 수소충전소는 현대차가 무료로 시범 운영 중인 양재와 상암 두 곳뿐이다. 시범 운영이다 보니 충전비용은 공짜이지만 그만큼 몇 시간씩 줄 서서 충전해야 한다. 그나마 충전 가능한 수소가 제한돼 한 대당 절반밖에 못 채운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휴일 없이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14시간 동안 운영한다. 압력 조정 시간을 빼면 시간당 25㎏씩 하루 최대 250㎏을 충전할 수 있다. 대략 하루 70여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충전비는 1㎏에 8800원이다.

현재 승용 수소차는 한 번 충전에 약 5㎏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수소 1㎏에 약 100㎞를 주행한다. 도심 출퇴근 중심이라면 월 4만원에 한 달을 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 6월 수소차 현대 넥쏘를 구입해 운행 중인 홍승엽(47·인천시 부평)씨는 “양재까지 가서 네 시간 기다려가며 충전했었는데 이곳에 새로이 충전소가 생겨 아주 반갑다”며 “앞으로 서울은 물론 인천, 전국 거점에 충전소가 더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무료로 시범 운영해 온 양재와 상암 수소충전소도 설비 보강 후 유료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함께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탄천과 중랑 물재생센터, 현대 계동사옥 등에도 수소충전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한 곳마다 최대 15억원을 지원한다. 전체 공사비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부턴 운영비를 일부 지원할 계획도 있다.

국회 수소충전소 개장에 발맞춰 수소택시 10대가 운행을 시작한다. 택시사업자인 삼환운수와 시티택시는 서울시와 정부의 지원으로 각 5대를 이날부터 실제 영업 현장에 투입했다. 2022년까지 시범운행 규모도 20대로 늘린다. 한대 뿐인 서울시 수소버스도 연내 7대로 늘어난다. 정부는 수소택시 운행을 통해 수소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택시 1대는 통상 1년 동안 1만명의 승객을 태운다. 시범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2년까지 약 80만명이 수소택시를 타보는 셈이다.

이낙연 총리는 “올해는 수소경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함께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0일부터 서울 시내에서 영업하는 수소택시. 수소를 연상하는 하늘색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앞)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수소 충전소 준공식’을 마친 후수소택시 시승하고 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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