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맨' 논란 금태섭 "조국 공감능력 없다, 그게 가장 큰 문제"
젊은층 "공정하냐"에 조국 동문서답
수사 대상이 검찰개혁 추진 의문
유명인들 '불법 아니니 묻지말라'
집회나선 젊은층에 부끄러웠다
정치권 '20대 지지층 이동 불가'
오만한 생각 땐 한국정치 무너져
금태섭(52)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돌직구’로 주목받았다. 다른 여당 의원들과 달리 “조국 후보자의 가장 큰 단점은 공감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해서다. 조 장관이 서울대 법대 교수로 부임하고 맞은 첫 박사과정생이었던 사실까지 알려져 그는 이날 민주당 ‘X맨(스파이)’ 등으로 불리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내렸다.
11일 만난 금 의원은 “조국 장관이 더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법은 없었다’고 한 그의 태도가 잘못됐다며 “젊은이들의 눈을 마주보고 공감했다면 차마 그렇게 답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곤 2011년 서울대 교수였던 조 장관에게 정계입문을 요청했던 일도 떠올렸다. “집 앞에 찾아가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안된다고 생각해 ‘참신한 진보 정치인’을 찾다 조 교수 설득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란 의미다.
Q : 청와대에서도 공감능력 부재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였다고 하더라.
A : 청문회 전날(5일) 2030과 점심 먹을 기회가 있었다. 후보자 문제가 뭔지 묻자 ‘공감능력이 제로 아니냐’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오더라. 그 말에 공감했다. 앞서 조국 사태 초기(8월 2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불법, 합법의 문제가 아니라 조 후보자의 언행불일치가 문제다. 당이 대응 포인트를 잘못 짚었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맥락이다.
Q : 현 정권은 대중이 ‘촛불’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탄생했다. 그만큼 공감능력 부재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 : 맞다. 이번에 젊은이들이 대단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게 말이 되나, 공정하냐’. 그런데 우리 세대에서 (젊은층에) 이름 알려진 많은 분들이 나서서 “불법이 아니니까 묻지 말라”고 얘기했다. 큰 문제다. 게다가 젊은이들이 논란 차단을 위해 집회 현장에서 신분증을 검사하고, 마스크 쓰는 걸 보면서 야단까지 쳤다. 대단히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마저 젊은이들의 진지한 질문에 동문서답을 한다면, 여야 불문하고 한국 정치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실제 민주당에서 20대 지지층 이탈 우려가 나온다.
A :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한 쪽 진영에 실망하면 다른 쪽으로 갈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갈 데가 없다.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한국당으로 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청년 이동 불가’를 하나의 전략 요소로 고려한다는 거다. 그렇게 오만한 생각을 하면 한국정치 전체가 무너진다. 걱정이다.
Q : 조 장관이 9일 취임했다. 청년들은 이미 배신감을 느꼈다. 해결 방법이 있나.
A : 시스템 개선이 물론 중요하다. 현재 국회에 젊은 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30대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일단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을 해줘야 한다. 당에서 비판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말 하는 놈이 있긴 있어야 되지 않냐”는 격려도 받았다.
Q : 스스로 “만신창이”라고 표현한 조 장관이 사법개혁·검찰개혁을 잘할 수 있을까.
A : 일단은 임명이 됐으니 좀 지켜봐야겠다. 정치권에서도 장관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 다만 수사 대상이 검찰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건 상식적인 의문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또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주도해 만든 정부의 검찰개혁안 골자는 현재의 검찰 수사권은 그대로 두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더 강력한 권력기관을 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조직과 인력을 늘려 놓으면 자꾸 일을 찾아서 할 수밖에 없다. 수사 관련 조직과 예산을 줄이고 특수부를 없애야만 검찰 개혁이 된다. 당장 없애기 어려우면 서울·부산·광주 세 곳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순차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있다.
Q : 그럼 국회의원·고위공직자·재벌 비리 수사는 어디서 하나.
A : 지금처럼 효율적인 수사를 기대하면 검찰개혁을 못한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효율적 검찰을 꾸리지 않는 건 선출되지 않는 기관에 권력이 집중됐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수사하고 싶은 인재가 검찰이 아닌, 경찰에 가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Q :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줄이지 못한 건 정치가 검찰을 먼저 찾는 ‘고질병’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A :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검찰에서 가려진다. 정권이 검찰의 효율성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여야가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꼭 고소·고발해서 검찰에 가져간다. 이런 행태가 지금의 검찰을 키우는 영양분이다. 추후 명예훼손이든 뭐든, “우리는 형사 고소는 안하겠다”고 선언하는 정부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게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고소고발 풍조를 멈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쩄든 현재 국회에 상정된 검찰개혁 정부안은 문제가 많다. 처음부터 다시 뜯어봐야 한다고 본다. 조국 장관도 일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조 장관이 임명되기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에게 그간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금 의원은 예외였다. 금 의원은 "일부러 빼놓고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날 전화가 왔다. 장관도 임명되고 정신 없으실 때라 '축하드린다, 잘 하시라'고 덕담만 짧게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Q : 제자인 셈인데
A : 일각에서 “제자가 이럴 수 있냐”는 말을 하는데 나는 우리 사회에서 공사 구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솔직히 서울법대 나온 사람들끼리 서로 봐주고 끌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Q : 2011년 정계 입문 요청 당시 조 장관의 답은 뭐였나.
A : 정치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은 정치에 “뜨거워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 때 선거에 나오셔서 정치 경험이 있으셨다면 지금이랑은 또 달랐을 수 있다. 자기 선거를 치러보지 않으면 정치를 다 이해하기 어렵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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