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파리 연구' 유명 과학자가 "사이비" 비판..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창조과학회 "명예 훼손" 잇단 고소

이보라 기자 입력 2019. 9. 12. 06:01 수정 2019. 9. 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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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와 창조과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초파리 연구’로 잘 알려진 과학자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측과 창조과학회 측으로부터 잇단 고소를 당했다. 이 단체들은 김 교수가 자신들의 활동을 ‘사이비과학’이라 매도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11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김 교수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와 이 학교의 조모 교수, 신모 교수, 창조과학회의 한모 회장으로부터 모욕·명예훼손 등 혐의로 지난 3월 잇따라 피소됐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서대문서, 9일 성북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는 명상단체 단월드 설립자인 이승헌씨가 총장인 학교다. 명상, 동양사상 등을 학문화한 곳이다. 창조과학회는 개신교 신앙을 바탕으로 창조론을 연구하는 학회이다.

이들은 김 교수가 언론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사이비과학’이라고 지칭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지난 4월2일 인터넷매체 뉴스톱 칼럼에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를 “사이비과학을 양산하는 조직”이라며 “사이비과학과 사이비역사학을 이용해 사람들을 속이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돈 버는 법을 익힌 프로들”이라고 했다. 5월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의 논문 수가 많고 논문 주제와 연구 방식이 비과학적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가서 ‘혈액형(+성격)’이라 치면 (이 대학) 논문들이 나온다. 논문 주제는 ‘사주팔자가 콜센터 직원의 직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4월8일 한겨레에서도 같은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가 “사이비과학과 점술, 사주, 동양사상 등을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창조과학회도 유사과학을 연구하는 단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7년 9월11일 한겨레 칼럼에서 “개인적 신앙으로서의 창조과학은 존중한다. 하지만 타인과 사회에 해악이 될 수 있는 그 한심한 신념을 들고 공적 영역에 넘어오지 마라”라고 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측은 17일 경향신문에 “김 교수가 자연과학자로서 교육학과 철학, 역사학, 뇌교육에 대해 지식이 없음에도 근거 없이 타 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을 비난했다”며 “뇌교육은 이론적 체계가 정립됐고 연구도 많이 된 학문이다. 명상과 동양학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가 수천년 전통문화를 무시해 학교 측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창조과학회 측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사 중이라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창조과학과 혈액형별 성격론 등이 검증을 거치지 않고 공적 영역에 파고들어 국가적 피해를 양산하는 사태와 이들이 제도권 학자들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과학적 권위가 있는 듯 활보하는 행태를 방관해선 안된다”며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과학자로서 이런 현상을 목도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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