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다" 대통령의 격노..개별 기록관이 뭐길래

우정화 입력 2019. 9. 12. 08:25 수정 2019. 9. 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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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럽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 청와대로부터 전해진 이야기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선 관련한 청와대 발표 들어보시죠.

[고민정/청와대 대변인 : "해당 뉴스를 보고 당혹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나는 개별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며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발표대로라면, 문 대통령이 당혹해한 이유, 바로 개별 기록관 때문입니다.

국가기록원이 지난 10일에 문재인 대통령부터 '대통령 개별 기록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있었던 각종 기록들을 모으는 별도의 건물을 세우겠다는 겁니다.

국가기록원이 제시한 설립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 세종시에 전직 대통령들의 통합 기록관이 있는데, 이 곳 사용률이 80%가 넘어서..

더 보관하려면 시설이 따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퇴임 후 기록을 쉽게 찾도록,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에 172억 원을 들여 개별 기록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죠.

청와대는 대통령이 "설립을 지시하지도 않았고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며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사전에 건립 계획을 몰랐다는 거죠.

도대체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뭐길래 대통령이 나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걸까요.

이름에서 보시는대로 대통령기록관은 재임 기간 동안 만들어진 각종 보안 문서 등을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지난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된 후 노무현 대통령부터 기록물들이 생산되고 또 보관되고 있는데, 기록물은 중요도에 따라서 최장 15년까지 공개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이런 겁니다.

그동안은 전직 대통령 기록을 모두 모아서 한 곳에 보관했는데, 이제는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한 기록관을 만들어서 더 많은 문서를, 철저한 보안 속에 관리하자는 겁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개별 기록관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계기는 지난 2012년에 있었던 이른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파문'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정문헌,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폭로한 겁니다.

당시 발언 잠시 들어보시죠.

[정문헌/당시 새누리당 의원/2012년 10월 :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셨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국가정보원에서 조사해 보니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지시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일부를 추려서 만든 문서가 청와대에 전달됐고, 이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에서 누군가가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1급 비밀이 공개돼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막자는게 국가기록원의 논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 설립 계획이 전해지자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운데, 아직 임기가 절반 남은 현직 대통령이 국민 세금으로 기록관을 짓겠다고 한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국가기록원은 이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습니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들어보시죠.

[국가기록원 관계자/음성변조 : "아마 VIP(대통령)까지는 보고가 안 된 모양이에요. 그런 의사를 확인을 안 하고 진행한 실무진들의 책임이 크죠."]

추진 과정부터 잡음이 일었던 문 대통령 개별기록관, 사업은 어쨌든 이렇게 끝이 나는 듯 보입니다.

친절한뉴스였습니다.

우정화 기자 (jhw0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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