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논문 취소, 표창장 의혹..조국 딸 입학 취소 가능할까

박형수 2019. 9.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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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임명됐어도 딸 입시 의혹은 진행형
논문 취소에도 고대 "수사 결과 확인돼야"
학생·학부모 "거짓 스펙인데 입학 취소 당연"
입학사정관 "당락에 미친 영향 파악 어려워"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28)씨의 학력 논란이 거세다. 고려대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진 의학논문이 취소됐고, 부산대 의전원 진학 시 제출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은 위조 의혹에 휩싸였다. 때문에 "조씨의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의 입학이 모두 취소될 것"이란 추측이 돈다.

하지만 해당 대학들과 교육부는 검찰 수사, 법원 판단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3일 고려대 관계자는 조씨의 입학 취소에 대해 "이미 검찰이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한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대는 지난달 22일 홈페이지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본교 입학 관련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학사운영 규정 제8조에 입학취소 사유는 '입학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경우'다"면서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입학취소 처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경우 취소대상자 통보→소명자료 접수→입학취소 처리 심의→입학 취소의 순서로 진행된다.

조씨가 치른 2010학년도 대입 전후 활동했던 입시 전문가, 당시 수험생·학부모 중엔 조씨의 의학 논문이 취소되면 고려대 합격도 취소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조씨의 논문이 합격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정 때문이다.

대입 컨설턴트 A씨는 "다른 학생들이 동아리나 봉사활동처럼 밋밋한 스펙을 내세울 때, 조씨가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논문 저자 등재'는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내용"이라면서 "합격의 핵심 사유가 됐을 논문이 취소됐는데 입학이 유지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수험생도 비슷한 주장을 편다. 조씨와 같은 해에 대입을 치른 B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지원한 학생은 대다수 외고 학생이라 어학성적은 모두 최고 등급이었다"며 "합격·불합격 여부는 사실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얼마나 많이 제출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조 장관의 해명과 달리 조씨가 학교에 논문을 제출했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B씨는 "당시 2차 심층면접을 앞두고 고려대에 문의했을 때 '우수성을 입증할 자료를 모두 제출하라'고 안내 받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등에서 당시 고려대 입학 요강을 근거로 "해당 전형에 논문 제출 의무가 없어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문이 아닌) AP시험에서 세과목 만점을 받아 영어특기자로 합격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는 조씨가 입학한 2010학년도 입시 관련 자료는 2015년 5월 29일에 모두 폐기해, 관련 자료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조씨가 논문을 제출했는지 여부, 논문이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 입학 업무 종사자 중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논문 취소가 입학 취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씨는 고려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인턴십의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올랐다'고 기재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 C씨는 "최근 해당 논문이 취소됐긴 했어도 당시 시점에서 보면 조씨가 자기소개서에 논문을 언급한 내용 자체는 허위나 거짓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숫자에 의존하는 정성평가와 달리 입학사정관의 종합적인 판단에 좌우되는 당시 전형의 특성도 작용한다. 다른 대학의 입학사정관 D씨는 "내가 조씨를 면접했다면 논문에 관심을 갖고 가산점을 줬을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도 논문을 제외한 다른 요건만으로 합격 가능한데 논문으로 추가 점수를 얻은 것인지, 불합격할 학생이 논문 덕에 합격으로 바뀌었는지를 지금에 와서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요컨대 논문으로 획득한 점수가 실제로 합격에 미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논문 취소=입학 취소'로 단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오른쪽)가 6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으로 부터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의전원 역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따라 입학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조씨는 1차 서류전형에서 동양대 총장상 사본을 제출해 합격했다. 이 상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사문서 위조가 밝혀지면 의전원 입학이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 시절 인턴 확인서 등도 위조나 부정발급 의혹에 싸여있다.

부산대 역시 고려대처럼 사법기관에서 실체가 규명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최상은 부산대 입학본부장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사문서 위조가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학교측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조씨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부산대 교직원을 고소해 몇몇 직원들이 수사를 받는 상황인 만큼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논의하기도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유사한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 취소 여부는 각 대학이 정관에 따라 처리할 일"이라면서 "교육부에서 학교에 '이렇게 조치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가 완결되고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판결문에 적시되면, 이를 토대로 대학에 적절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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