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선 추석 명절 뭐 하나 봤더니..

사정원 2019. 9. 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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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한여름 더위가 가고 가을이 오면 크고 밝은 달이 뜨는 추석 명절이 있다.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한 해의 수고로움을 보상받듯 풍성한 음식이 차려진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오랜만에 만나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흔히 추석 하면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쉽지만,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우리의 추석과 같은 명절이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다양한 의미를 지닌 세계 각국의 추석 명절에 대해 알아봤다.


■일본 ‘오봉절’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두 나라 사이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서로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추석만큼은 다르다. 한국, 중국의 추석이 음력 8월 15일이지만, 일본의 추석인 ‘오봉절’은 양력 8월 15일이다. 오봉절의 의례는 대부분 불교식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적 색채가 약해지고 간소화되고 있다. 오봉절 당일 밤에 달이 뜨면 꽃을 본떠 만든 알록달록한 화과자와 달 모양으로 빚은 떡인‘당고’를 먹는다. 일본인들은 오봉절에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여러 가지 전통 행사를 치르며 한여름의 축제를 즐긴다. 일본의 오봉절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여름 휴가철과 겹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나 직장은 며칠간 쉰다.


■중국 ‘중추절’

중국의 ‘중추절(中秋节)'은 음력 8월 15일로 우리나라의 추석과 시기가 같다. 중추절의 의미는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중추절은 가을의 수확에 대해 감사하는 뜻으로 보름달에 제사를 지내는 데서 비롯됐다. 8월의 보름달을 향해 제사를 지내는 것은 중추절의 주된 의식으로 우리와 너무 비슷하다.

중추절 명절 음식으로는 ‘보름달 모양의 떡'이란 뜻의 ‘월병(月餠)’이 있다. 중국인들은 중추절에 월병을 만들어 먹거나 사서 친척과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준다. 우리나라의 송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초콜릿, 열대과일 등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월병도 볼 수 있고, 주로 부유층이 사는 금으로 만든 고가의 월병도 판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월병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보름달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둥근 보름달 모양에는 가정의 원만함과 단란함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베트남 ‘중추절’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의 선전으로 우리와 한층 더 가까워진 베트남은 음력 8월 15일에 ‘중추절(tet Trung thu)’을 보낸다. 달에 바치는 제사, 달구경, 월병 먹기 등 달을 중심으로 한 전통풍습이 많다는 점에서 중국과 비슷한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의 ‘중추절'은 어린이를 위한 날에 더 가깝다. 이는, 베트남의 독립을 이끈 호찌민 주석이 중추절 행사에서 연설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연설 내용 안에는 부양가족이 없고, 전쟁 때문에 가정과 사회의 외면을 받은 어린이들을 사랑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날이 되면 아이들은 과자와 사탕을 마음껏 먹고 부모님들과 가면, 용춤, 연등 등 다양한 행사를 즐기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깡통에 불씨를 집어넣어 쥐불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기도 한다. 이날 베트남에서는 둥근 모양의 빵인 '바잉쭝투'를 먹는다. '바잉'은 빵이란 뜻이고 '쭝투'는 '중추'라는 한자에서 유래했다.

■캄보디아 ‘프춤번’

캄보디아에서는 음력 8월 16일부터 그믐날까지 15일간, 전통명절인 ‘프춤번’ 행사가 진행된다. 이 시기는 보름달이 떴다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시기인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때, 지옥문이 열리면서 조상님들이 밥을 얻어먹기 위해 찾아온다고 믿는다.

‘프춤번’의 전통에 따르면 절 일곱 군데를 찾아가 조상님들을 위해 음식을 공양하고 법문을 들어야 한다. 또 새벽 4시경에, 절 바닥에 주먹밥을 뿌리는 ‘버 바이 번’ 의식을 치르는데 이 역시, 지옥에서 1년 내내 굶은 조상님들께 밥을 드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필리핀 ‘만성절’

‘만성절(All Saint’s Day)’은 필리핀 최대 명절이다. 매년 1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찾아오는 만성절은 필리핀인들 모두가 함께 모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고향을 방문하거나 평소 왕래가 어려웠던 가족이나 친척을 찾아가는 것에서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필리핀은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인 나라이기에 만성절에는 친지들과 조상의 묘를 방문해 기도를 올리며 연날리기를 하는 전통이 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미국은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날로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있는데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이다. 17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이 수확을 감사하는 뜻에서 시작한 추수감사절이 국경일로 제정된 건 1789년 11월 26일이다.

이후 추수감사절은 1941년 11월 넷째 목요일로 공식 지정됐다. 대부분 미국 회사는 추수감사절에 이어 금요일도 휴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휴를 맞게 된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에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낸다.

추수감사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풍성한 저녁 식탁이다. 구운 칠면조 요리를 필두로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감자, 호박파이 등 다양한 음식이 저녁상에 오르는데, 칠면조는 무게가 닭의 10배 정도 되는 큰 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풍족하게 나눠 먹을 수 있다. 요리를 차려놓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 추수감사절의 가장 큰 의식이다. 추수감사절은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고, 신대륙으로 건너와 오늘날 미국이 있기까지 땀을 흘린 이들을 기리는 미국의 소중한 명절이다.


■러시아 ‘성 드미트리 토요일’

러시아의 추석에 해당하는 날은 ‘성 드미트리 토요일’이다. 성 드미트리 토요일은 매년 11월 8일 직전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올해는 11월 2일) 이날 러시아 사람들은 가까운 친척과 모여 햇곡식,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조상에게 성묘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에서 ‘보드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성 드미트리 토요일에는 햇곡식으로 만든 보드카를 나눠 먹고, 새들에게도 곡식을 모이로 나눠주는 풍습이 있다.

성 드미트리 토요일의 유래는 13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부를 흐르는 돈강 유역에서 몽골군을 대파한 드미트리 돈스크공이 11월 8일 전사자를 추모하는 모임을 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후 러시아 정교회가 이날을 ‘성 드미트리날’로 정해 전사자와 죽은 조상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며 여기에 추수감사제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러시아의 주요 명절로 자리 잡았다.

■미얀마, 태국, 싱가포르

이밖에 미얀마는 미얀마 음력 7월 15일을 대보름날이라 해서 기념한다. 우리나라 양력으로는 10월쯤이 된다. 미얀마에서는 우리나라의 떡과 비슷한 ‘똑’을 쌀로 빚어 승려에게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

태국에서는 음력 8월 15일 하루 동안 추석을 쇤다. 태국인들은 이날 '카놈찐'이라는 쌀국수를 먹는다. '카놈찐'은 소면과 비슷한데, 젖은 국수로 고등어 같은 생선을 삶아 부순 뒤 육수를 만들어 거기에 쌀국수를 넣어 먹는다. 우리로 치면 추어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도 '월병축제(Mooncake Festival)'를 열고 여러 가지 맛있는 월병을 맛보면서 중국 정원 같은 고풍스러운 곳에 모여 등을 들고 각종 축제를 벌인다.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추석은 국가마다 시기와 명칭은 다르다"며 "하지만 조상 등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보름달을 보면서 친척 및 이웃과 수확한 곡식으로 풍요로움을 나누는 의미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사정원 기자 (jws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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