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라면 소비 대국 중국, 최대 경쟁자는 배달앱

박은경 기자 2019. 9. 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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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남녀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 남방주말

중국의 라면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402억5000만개의 라면이 소비됐다. 전 세계에서 팔린 1036억개 라면 중 39%가 중국에서 소비된 셈이다. 중국인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29개로 한국에 비해(75개) 적지만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무기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인도네시아의 연간 판매량 125억5000만개보다도 3배 이상 많다.

중국 라면 업계가 이번 통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5년 만에 400억개 판매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라면 소비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 통계에 따르면 중국 라면 판매량은 2013년 462억2000만개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2016년에는 385억2000만개로 2010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중국의 2대 라면 업체인 캉스푸(康師傅)와 퉁이(統一)기업의 영업실적도 2014년 이후 하락했다.

중국의 라면 소비량이 줄어든 이유는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한 웰빙 추구, 음식 고급화 등이 꼽힌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배달앱 보편화다.

중국 남방주말은 라면 소비 부진 원인으로 “중국 경제 성장으로 인한 소비 수준 증가와 배달앱의 굴기”를 꼽았다.

관련 연구도 있다.

중국지질대학 경제관리학원의 연구보고서 ‘라면 시장 소비량의 영향요인분석’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라면 소비량은 0.0533%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메이(艾媒) 컨설팅이 발표한 ‘2016-2017 중국 온라인 요식 배달 시장 연구 보고’를 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중국의 배달 시장 규모는 216억위안에서 1662억위안으로 8배 가까이 성장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편리한 배달앱의 등장으로 간편식의 대명사인 라면이 설 자리가 줄었다

지난해 라면 소비가 회복된 배경에는 배달앱 시장 변화가 꼽힌다.

춘추전국이던 배달앱 시장은 어러머와 메이퇀의 양자 구조로 재편됐다. 제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하며 점유율 높이기에 몰두했던 배달앱 시장에서 할인 등 보조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배달 플랫폼의 배송비는 평균 2~3위안(약 335~500원) 가량 올랐고, 야간 배송비는 15위안(약 2500원)로 상승했다. 평균 배송비가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라면 업계도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수입 라면 시장이 확대됐다.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본의 닛신식품과 한국 농심 라면의 중국 매출이 늘었다. 2015~2016년 수입 라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도 발 빠르게 나섰다.

캉스푸는 5위안(약 838원) 이상 고가 라면으로 화이트칼라 소비층을 겨냥했다. 퉁이 라면은 5위안 이상 고가 라면 비중이 2016년 21%였으나 2017년에는 26%로 늘렸다.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캉스푸의 2018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중 고급라면 매출은 동기대비 10.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가 라면매출은 24% 줄어들었다.

중국 라면 업계는 배달앱과 경쟁하면서 고급화를 추구해 다양해진 고객 수요를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 경제일보는 “소비 요구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 길”이라면서 “라면 시장이 발전하기 위애서는 질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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