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기만 해도 죽음의 통증 'CRPS'..장애 판정 길 열리나

남재현 2019. 9.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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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죽을 듯한 고통을 시도때도 없이 느끼는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영어로 CRPS라고 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통증을 수치화했을 때 암환자는 5, 아이를 낳는 산통을 7~8로 보는데 CRPS는 이보다 큰 10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봐야하는데 정부는 겉보기엔 문제가 없다며 장애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걸 뒤집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1년째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를 앓고 있는 39살 김민수 씨.

뭔가에 닿기만 해도 찾아오는 전신고통 때문에 척수로 연결된 통증 저감장치와 진통제 수십알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합니다.

발톱만 깎아도 온몸에 극심한 통증이 번져 빠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김민수/CRPS 환자] "통증이 몇 배로 하루 종일 나타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아끼는 야구 모자를 바라보는 게 민수씨의 유일한 낙입니다.

[김민수/CRPS 환자] "가만히 지켜 보면 그래도 행복해요. 저게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이니까…"

일을 하다 물탱크에서 떨어져 꼬리뼈에 살짝 금이 갔을 때만해도 삶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데도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한 달 100만 원이 넘는 병원비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김민수/CRPS 환자] "가족들이 그 피해를 다 받잖아요. 그런 게 제일 힘들죠."

2년 전 직장에서 오른쪽 팔이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한 송병규씨도 CRPS를 앓게 됐습니다.

극심한 고통에 손가락은 사시나무 떨 듯 떨리고, 수면부족에 우울증까지 겪고 있습니다.

지원을 호소해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송병규/CRPS 환자] "여러 번 (장애지원 요청을) 했죠. 근데 그때마다 잘 안돼요. 외형적인 것만 보지, 실질적으로 제가 이렇게 아픈데도…"

정부는 CRPS처럼 감각 손실이나 통증에 의한 장애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짜 환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통증이라는 게 굉장히 주관적 기준인 거 잖아요. 진단 기준도 의학계에서 완전히 정립이 된 상황은 아니고요."

그러나 의료계는 CRPS 환자는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최종범/아주대병원 통증의학과 교수] "이 병은 끝이 없어요. 삶이 무너져 내린다고 보시면 되고. (통증 환자의) 옥석을 가려서 거기에 따른 지원이라든지 도움이라든지…"

최근 법원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한 환경미화원이 왼쪽 엄지손가락을 크게 다친 이후 CRPS 진단을 받고 왼손을 정상적으로 쓸 수 없게 됐는데 이 역시 장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겁니다.

단순히 통증에서 비롯된다는 이유로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된다면 CRPS 환자에 대한 정부의 장애 판정 지침에도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남재현 기자 (now@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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