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란에 대입 건드린 文..전교조 "정시 확대 반대"

천인성 입력 2019. 9. 14. 05:00 수정 2019. 9. 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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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과 '동지'인 전교조·진보교육감
정시 확대 논의 나오면 거센 비판·반발
수능은 "문제풀이 수업, 잠자는 교실 유발"
학종 "수업 참여 높고 교사 역할 커져" 평가
지난 2일 전교조가 '일본 경제침략·역사왜곡 바로알기 전교조 계기 수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전교조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전면 재검토' 발언에 대해 "성급하고 경솔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진학 과정이) 문제가 된 10년 전 제도와는 많이 바뀌었는데도 현행 입시를 전면 검토하는 건 성급하고 경솔하다."(전교조 권정오 위원장·2일)
“공정성만 강조하며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 정도에 그칠까 우려스럽다.”(시도교육감협의회 입장문·5일)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1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하는 교육감협의회에선 이처럼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논란이 자칫 대입 정시 확대, 수시 축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담겼다.

전교조·진보교육감에겐 정부·여당은 정치·이념적으로 ‘동지’에 가깝다. 하지만 대입 개편, 특히 정시·수시 비율이 논란이 되면 각을 세울 때가 잦다. 지난해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정했을 때도 전교조는 “교육 공약 파기”라며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진보 교육계가 정시 확대에 손사래를 치는 배경엔 “한 줄 세우기식의 정시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문제풀이로 교실 수업을 왜곡한다”(교육감협의회 입장문)는 인식 때문이다. 전교조 등 진보 교사·교육단체엔 70·80년대 학력고사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고, 90년대부터 2000년대 말까지 입시를 지배한 수능 체제에서 교사로 재직했던 이들이 중심이다.
6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당정청 회의가 열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학생부종합전형 투명성 강화 등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진보 교육단체 관계자는 “수능이 지배한 시기 교사들은 학교 수업조차 교과서 대신 문제집이나 EBS 교재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학생의 열의도 떨어져 '학원에서 공부하고 교실에선 자도 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교사로서 좌절감을 맛봤던 이들에게 자연스레 ‘수능=공교육 황폐화’라는 인식이 생겼다.

현행 학종은 학교 수업이 생기를 되찾는 ‘돌파구’ 역할을 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이름 바꾼 학종은 과열된 ‘스펙 경쟁’을 줄이기 위해 대입 반영 요소를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 내 교과·비교과 활동으로 제한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처장은 “학종의 비중이 커지고 수업과 학교활동이 중요해지자 교사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며 "현장 교사 중심의 전교조나 교사 중심의 교육단체가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학종 축소 대신 학교 밖 스펙과 활동의 배제를 통한 개선을 주장하는 데엔 이런 맥락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입시의 객관성 면에선 정시, 학교 교육의 활성화는 학종이 바람직한데, 교사나 진보단체들은 학교 교육의 활성화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당·정·청은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학종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키로 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던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진보교육계가 선호하는 수시 중심의 대입이 2022 대입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조 후보자 딸 논란으로 학종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 결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3.2%)이 '정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수시가 바람직하다’고 답한 비율은 22.5%에 그쳤다.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학부모 등 유권자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며 "교육부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줄지 않는다면 언젠가 정시·수시 비율의 조정을 논의해야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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