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산 훈련기 노후화 '심각'..성능개량 이뤄질까 [박수찬의 軍]

박수찬 입력 2019.09.14. 10:01 수정 2019.09.14. 11:11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FA-50 경공격기가 조립되고 있다. KAI 제공
KT-1 초등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해 생산한 이 항공기들은 우리나라가 국내외에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국산 무기 중 하나다. 국군의 날이나 에어쇼 등 군 관련 행사가 열리면 모습을 드러내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실전배치 이후 15~2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와 부품 단종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스위스 필라투스나 브라질 엠브리어 등 경쟁사들이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세계 군용기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KAI의 항공기들은 아무런 조치 없이 1990년대 기술에 머물러 있었다. 성능개량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KAI와 군 당국은 수수방관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T-50A가 보잉-사브의 BTX 훈련기에 패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다. KAI도 KT-1과 T-50 개량 로드맵을 공군에 제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사업 진행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공군회관에서 6일 열린 항공무기체계 기술발전 세미나에서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이 정경두 국방부장관에게 공군 VR기반 KT-1 비행교육훈련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군 제공
◆중거리 공격 및 디지털 조종 능력 향상

KAI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열린 항공무기체계 기술발전 세미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T-50 성능개량은 미 공군 APT 사업 당시 KAI가 제안했던 T-50A의 기술을 일부 활용하게 된다.

가장 큰 특징은 공격능력의 강화다. T-50의 경공격기 모델인 FA-50에는 1500파운드(약 0.7t) 무게의 중거리 공대지 유도무기 2발이 장착된다. 사거리는 220㎞ 안팎으로 적외선 방식에 의해 표적을 탐색하며,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 영상 등의 유도방식을 사용한다. 기종으로는 현재 공군이 쓰는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축소한 타우러스 K-2 미사일이 유력하다. 여기에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150갤런(568리터)짜리 연료탱크를 탑재한다.

공군 FA-50 경공격기가 활주로를 통해 격납고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조종사의 시야 밖에서 적기를 공격하는 중거리 공중전을 위해 미국제 암람, 이스라엘제 I-더비, 영국제 미티어, 프랑스제 미카 공대공미사일 추가 장착도 검토되고 있다.

F-15K, KF-16 등에도 쓰이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스나이퍼 포드와 레이시온의 GBU-12 페이브웨이-Ⅱ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KAI는 수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450억원을 자체 투자해 내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세미나에서 밝혔다.

공중급유 능력을 갖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국-파키스탄 합작의 JF-17과 인도의 테자스,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이탈리아 M-346 훈련기 등은 공중급유장치가 적용되어 있다. FA-50도 미 해군과 유럽 국가 공군에서 쓰이는 프로브(Probe) 공중급유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다. 프로브 방식은 악천후 상황에서 복수의 항공기에 동시 급유가 가능하고, 소형기 급유가 용이하다. 

이밖에도 외부연료탱크를 150갤런에서 300갤런(1136리터)으로 대형화하거나 후방동체에 연료탱크를 내장하는 방안, 후방석을 연료탱크로 개조하는 방식도 제안되고 있다. 이를 통해 체공시간을 22~60분까지 더 연장할 수 있다. 

KT-1와 T-50 성능개량은 운영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KT-1은 구형 아날로그 계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고 단종되거나 수명주기가 도래한 부품을 교체한다. 개량된 KT-1은 필리핀과 스페인 등에 수출을 추진한다. 항공통제기인 KA-1은 근접항공지원(CAS) 능력 등을 추가해 공군에 신규 전력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전력증강과 수출 ‘두 마리 토끼 잡기’

각각 2000년과 2005년 실전배치된 KT-1, T-50의 수명은 2041년과 2045년까지다. 항공기는 전체 수명주기의 절반에 이르는 시기에 성능개량을 진행한다. 성능개량에 착수하려면 소요제기 등을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8년의 사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KT-1과 T-50 수명을 감안하면 성능개량은 2020~2025년에 착수되어야 한다. 2013년에는 성능개량 계획수립 등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미 공군 APT 수주실패 전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그 결과 KT-1과 T-50은 노후화와 부품 단종 등의 문제를 안게 됐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이 됐다.

공군 KT-1 초등훈련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공군 제공
KT-1와 미국 T-6, 스위스 PC-21, 브라질 EMB-314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명백해진다. 다른 경쟁기종들은 비상위치신호발신기, 공중충돌방지장치, 데이터링크, 자체보호장치, 광학영상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꼭 필요한 장비지만 KT-1에는 없다. KT-1에는 경쟁기종에서 볼 수 있는 엔진 모니터링 및 미끄럼 방지 시스템도 없으며, 비포장 활주 능력도 없다. 페루 수출형인 KT-1P는 임무컴퓨터와 다기능시현기 등이 있으나 KT-1은 이조차도 없다. 

엔진 출력도 KT-1은 950마력에서 변함이 없는 반면 경쟁기종들은 최대 두 배 이상 높아졌으며, 기체 수명도 최대 80% 더 높다. 개량을 꾸준히 진행했던 경쟁사들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성능은 뒤떨어지는데 대당 가격은 큰 차이가 없는 게 오늘날 KT-1의 현실이다. 많은 해외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초등훈련기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KT-1의 성능 향상이 시급한 대목이다.

FA-50 개량은 우리 군의 전력증강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원인철 총장 취임 이후 공군은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 추가 도입을 추진했으나, 단기간 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항공모함 건조가 본격화되면서 F-35A 40대 도입 당시 계획됐던 20대 분량의 F-35A 추가 구매는 경항모 탑재용 F-35B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F-35B를 공군이 운용해도 해군에 파견을 해야하는 만큼 공군이 필요할 때 즉각 동원하기 힘들다. 북한이 F-35A 도입을 ‘도발’로 규정하고 선전 매체를 총동원해 수개월째 비난 공세를 퍼붓는 것도 F-35A 추가 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F-35A 20대 도입 결정이 단기간 내 실행될 가능성이 불확실해지면서 전력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FA-50이 주목을 받고 있다. FA-50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면 단기간 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FA-50에서 운용하는 무장의 사거리는 최대 25㎞ 정도다. 하지만 KAI가 탑재를 추진중인 항공무장을 더하면 타격범위는 수백㎞로 확장된다. 특히 타우러스 K-2 미사일은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어 전략적 타격능력도 갖출 수 있다. 이는 M-346이나 테자스 등 외국의 경쟁기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FA-50 경공격기는 항공무장에 제약이 많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공군 제공
수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FA-50은 필리핀에서 반군 진압작전에 투입되는 등 좋을 평가를 받고 있지만, 빈약한 항공무장은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미국제 무장만 사용하다보니 유럽제나 이스라엘제를 선호하는 국가에서는 FA-50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티어나 타우러스 등을 장착하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첨단 항공무장 조합이 가능하다. JF-17과 YAK-130 등 해외 경쟁기종들이 레이저유도무기를 운용하는 상황에서 FA-50의 무장 강화는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전략적 타격능력을 갖춘다면 동급의 경쟁기종보다 차별화된 전투력을 강조할 수 있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KT-1과 T-50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대표하는 항공기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이라크, 세네갈 등에 수출되어 항공기를 생산 및 판매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능개량을 하지 않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항공기 수출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군과 KAI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필수다. 자국 공군에서 사용하지 않는 무기나 소프트웨어를 해외 고객에게 제안할 수는 없다. 한국 공군이 구매해 문제 없이 운용을 한 뒤에야 해외 고객들도 관심을 갖는다. 공군도 KT-1와 T-50을 운용중이고, FA-50을 개량한다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도 2~3년 안에 전력증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군 전력증강과 KAI의 수출 증대가 선순환구조를 이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이 시각 추천뉴스

    실시간 주요이슈

    2019.12.15. 09:14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