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 의원의 출산 헤드샷, 女후보자에 "결혼 안하셨죠?"

김하늬 기자 입력 2019. 9. 14. 15:24 수정 2019. 9. 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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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하늬의 정치스탯]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배우자 없어서 ..' 비리 없다며 두둔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외숙 법제처장에게 \

지난 2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 울산 5선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조 후보자에게 점잖게 조언한다.

"출산했으면 100점". 사실상 '헤드샷'이다. 프로야구에서 이정도 '직구 헤드샷'을 던지면 즉각 경기장에서 퇴장당하는 징계를 받는다.

조 의원의 발언 단순한 '위협구' 수준을 넘었다. 그는 미혼인 조 후보자에게 "지금 아직 결혼 안 하셨죠?"라고 질문을 던지며 운을 뗐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가장 큰 병폐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출산율입니다. 출산율이 결국 우리나라를 말아먹습니다"라고 우회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조 후보자를 질책했다.

청문회장에 앉아있던 동료 의원도, 국회TV생중계를 보던 사람들도 조 의원의 이같은 악의적인 '헤드샷'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청문회장에 있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남자였어도 이같은 질문을 했겠냐"며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국무위원 지명자로 업무역량을 검증받기 위해 타석에 들어선 조 후보자는 황당한 위협구에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임했다. 별도의 반응을 내보이진 않았다.

아랑곳 않은 정 의원은 '훈계'를 이어갔다. 그는 "후보자처럼 정말 훌륭한 분이, 그거(출산) 다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염두에 두시고,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주시기 바란다"고 첨언했다.

올해로 70살인 정 의원이 그저 '옛사람'이라서, 별 다른 뜻 없이 한 말이라고 해석하기엔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상황이 너무나 엄중했다.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상징되는 국회의원이 신임 국무위원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종용하고, 이로 점수를 메기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 의원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6년 6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미혼 사실을 미화했던 사례가 있어서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정갑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제2차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울산 출신의 영남 친박(친 박근혜 대통령)계 좌장으로 꼽혔던 정 의원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권력형 비리 감찰용으로 만들어진 특별감찰관 제도를 두둔하기 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다. 이즈음이면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거의 끊일 날이 없을 정도로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당장 배우자부터 없잖아요. (웃음) 4촌이내. 친족.."이라며 미혼 사실을 두둔했다.

정 의원의 입법활동도 질의의 진정성과 동떨어져 보인다. 보궐로 국회 입성한 16대 국회부터 20대까지 내리 5선을 한 정 의원은 17년간 152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중 2011년과 2017년 각각 같은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1년엔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가장 최근인 2017년 발의 법안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휴직 3년 연장을 담고 있는데 환경노동위원회에 잠들어있다.

정 의원의 '훈계'는 과거에 머물러있는 세대감성과 성인지감수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의 발언이 만약 일반 회사에서 나왔다면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나 '양성평등법' 위반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사례에 꼽힌다.

이같은 이유에서 BBC의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은 "정 의원의 발언이 양성평등법을 어긴 사레로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 의원의 발언이 더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출산율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을 탓하는 행위는 위법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직접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평등과 공정을 위해 새로운 룰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성의 메시지를 내야하지 않을까?

KBO엔 헤드샷 즉각 퇴장룰이 있다. 자칫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는 끔찍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 도입했다. 72년 역사의 국회가 37년 역사의 프로야구보다 '선수 보호'에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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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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