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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빠르게 논란 덮을 '오염수 해양 방류'..국내외 떠보는 일본

이정호 기자 입력 2019.09.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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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들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졌다. 일본 시민단체 세이프캐스트 제공

지난달 22일 기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는 모두 977기다. 앞으로 탱크 저장 용량은 2020년까지 137만t으로 증설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하루 170t씩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오염수를 담아놓을 탱크를 더 늘리지 않으면 언젠가 가득 차게 된다. 2022년에 저장탱크가 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의 수습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 홈페이지에는 사고 이후 끊임없이 생기는 방사능 오염수 현황을 보여주는 다양한 설명이 게시돼 있다. 탱크가 감당할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오염수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인 방식은 크게 5가지다. 우선 오염수를 지하 2500m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핵폐기물을 깊고 견고한 동굴에 담아두는 것과 비슷하다. 또는 수증기로 만들어 내뿜거나 전기분해를 한 뒤 대기로 배출하는 것도 검토된다. 오염수를 시멘트와 혼합해 매설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해양으로 방출’이다. 현재 검토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처리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올해 초 나온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처리 문제를 다루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대책위원회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34억엔(약 377억원)이면 오염수를 바다에 내다 버리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은 7년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현재 검토되는 모든 처리 방안 가운데 가장 값싸고 빠른 해결책이라고 대책위원회는 결론 내렸다. 다른 방안은 모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기술적으로 해양 방출보다 모험적인 요소가 많다.

일본이 국제사회 비판에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감행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 일단 국내 시민단체에선 내년 7월 이후 방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도쿄 올림픽이 내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열린다. 일본 스스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딛고 일어서는 ‘부흥 올림픽’으로 규정한 대규모 잔치를 ‘오염수 방류’ 논란을 자초해 망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후쿠시마 원전에서 고농도 방사성물질의 배출구로 이용됐던 배기통 일부가 철거됐고, 사고 초기 일본 공무원들이 집결했던 재해대책센터도 철거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사고를 연상케 하는 상징적인 시설들이 속속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관료들의 도발도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주 당시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환경상은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 수장인 환경상의 발언이라 더 주목된다. 대개 정부 내에서 생태계 파괴 가능성이 동반되는 사안이 제기되면 환경 부처가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경제 관련 부처와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에선 ‘바다 방류’를 목표로 두 분야의 부처가 한목소리를 내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원전 주무기관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바다에 오염수를 희석해 버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간사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에 관해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과 바다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혼재시키며 국내외 여론을 떠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발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내년 7월 올림픽 전에 바다 방류를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다량 포함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유해성을 ‘별거 아닌 것’으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도쿄전력 공식 홈페이지에는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와도 신진대사를 통해 즉시 배출된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대로라면 걱정할 게 없는 물질이지만 전문가들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어떤 방사성물질이라도 기준치 이하면 괜찮다는 개념은 의학적으로는 없다”며 “몸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한국 정부 대표단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정부가 상황을 관망 중인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태평양 주변 국가들과 일종의 공동 회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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