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피의사실 공표 제한' 강화..언론 감시 기능 약화 우려도

윤지원 기자 2019. 9. 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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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수사기관 공보준칙 개정 추진…‘유포 땐 벌칙’ 규정도 신설
ㆍ박상기 장관 때 만든 초안 손질, 18일 당정협의 때 논의키로
ㆍ연휴 때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 참배…내부 문화 개혁 메시지

외출하는 조국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조 장관의 5촌 조카를 조사했다. 권도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 공보 준칙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새롭게 추진되는 안은 검찰이 공소제기하기 전까지 형사사건에 대해 내용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한다. 이는 조 장관 취임 후 잇달아 추진된 검찰 개혁 작업의 일환이다. 조 장관은 자신과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에 아랑곳없이 개혁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기 위해 당정 협의에 참여할 방침이다. 새로 추진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수사기관이 모든 형사사건의 수사 내용을 원칙적으로 언론 등에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게 골자다. 공소제기 이후에도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등 제한된 정보만 공개할 수 있다. 또 수사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소환 일정도 공개하지 못한다. 피의자를 언론 카메라 앞에 세우는 ‘포토라인’ 관행도 완전히 사라진다. 언론에 일정이 공개될 경우 피의자는 수사기관과 협의해 조사 기간을 재조정할 수 있다.

조 장관이 지난 청문회에서 언급한 피의사실 공표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한 벌칙 규정도 새롭게 포함된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초안을 만들고 조 장관이 취임 후 새롭게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인권보호를 위해 추진됐다. 단, 재벌이나 고위 공직자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언론 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검찰의 공보지침 변경 움직임은 조 장관에 대한 수사 상황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과 법무부는 18일 검찰개혁 관련한 당정 협의회를 연다.

조 장관은 취임 첫 주 여러 개혁작업을 시작했다. 조 장관은 지난 9일 취임사에서 “법무·검찰 개혁은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첫 간부회의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 법안이 20대 국회 내에서 입법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검찰개혁 업무를 맡을 별도 조직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신설을 지시했다. 지원단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 입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단장은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53·사법연수원 31기)이 맡고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50·28기)가 파견돼 실무를 관장한다. 이 차장검사는 박상기 전 장관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2년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황 단장은 검찰 경험이 없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다. 현재 공석인 대검 감찰본부장에도 비검사 출신으로 개혁 의지가 있는 인물을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휴를 앞둔 11일 두번째 공식 지시도 검찰개혁이었다. 조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형사부 및 공판부 강화와 우대, 기타 검찰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과 정책기획단이 협의해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신속하게 발족하라고 했다. 2기 위원회에는 시민사회 활동가, 비검찰 법무부 공무원 등 비법조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검찰청 형사부와 공판부의 40세 이하 검사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장관은 연휴 기간이던 지난 14일 김홍영 전 검사 묘소를 참배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김 전 검사는 2016년 5월 상관의 폭언과 과다한 업무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 장관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검찰의 조직문화나 검사 교육 및 승진 제도가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검찰의 문화와 제도가 바뀌고 비극이 재현되지 않아야 김 검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의 묘소 참배는 수사권 조정 등 외부적 개혁과 더불어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 등으로 이뤄진 검찰 내부 문화도 개혁 대상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정수석일 때 검찰의 잔혹한 수사관행에 변창훈 검사와 이재수 기무사령관 등 여러 명이 자결할 때 왜 문제점 지적이나, 위로 한마디도 없었나”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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