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혐한 인사' 무토 前 대사, 또 봐야 하나

김청중 2019. 9. 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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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디어 혐한 조장 다시 부각 / 지상파 '와이드쇼' 행태도 심각 / 주한 대사 경력 무토 혐한 선봉 / 국경일 등 행사 초청·활보 '씁쓸'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 미디어의 혐한 조장이 다시 부각됐다. 대표적으로 쇼가쿠칸의 ‘주간 포스트’가 ‘한국 따윈 필요 없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놔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일본의 인쇄매체·출판물의 혐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혐한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해 10여년 전부터 주요 서점엔 만화, 잡지, 단행본 등 혐한류를 한데 모은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주간 포스트가 새삼스럽게 조명을 받은 것은 유명 출판사의 일탈에 저명인사들이 기고 중단을 선언하며 비판하고 나선 까닭이다.

현재 일본의 혐한 선동은 인터넷, 유튜브로 확대됐다.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한국 매체의 일본어 번역 기사나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자회사 TV의 혐한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최근 심각한 것은 지상파 4대 민간방송의 와이드쇼(시사정보 프로그램) 행태다. 아사히신문이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두 달간 민방 와이드쇼의 한국 관련 분량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 후 일본 초계기 갈등-무역보복-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가 이어지면서 TV를 켜면 수도꼭지처럼 한국 관련 내용이 쏟아진다.

이들 방송은 불충분한 정보로 한국을 희화화하며, 결과적으로 혐한의 정서적 기초를 배양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각종 스캔들이 나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베 정권의 비리나 무능, 소비세 인상 등 중대 현안에 일본 방송은 이런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시청률을 좇는 혐한 조장 와이드쇼의 특징은 패널의 저급성이다. 패널은 크게 세 부류다. 변호사, 작가, 평론가, 연예인 등 비전문가 그룹과 소위 한반도 전문가 그룹, 그리고 한국·조선인과 중국 조선족 출신이다. 비전문가는 단순 인상평을 바탕으로 일본우월주의에 입각해 한국 비하나 조롱의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인다. 전문가 그룹도 균형적 시각을 제공하는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靑木理)와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의적인지, 실력 탓인지 저열한 수준은 마찬가지다. 일제강점, 분단, 내전, 민주화 과정과 같은 한국의 역사나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특정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잘못된 한국 인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양파남자(조국 후보자) 대 얼음공주(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대결’ 식으로 단순 극화했던 방송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에 절반 가까운 국민이 지지하자 뒤늦게 배경을 분석하느라 당황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 번째 그룹으로는 맹목적 한국 비판으로 한국 입국금지를 당했던 한국계 귀화 일본인 고젠카(吳善花) 등처럼 반한이 일본에서의 생존조건인 일부 한반도계 인사들이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는 그중에서도 도드라진 존재다. 특이하게도 주한 대사 경력을 자산 삼아 혐한 선봉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사급 고위 외교관을 지낸 인물은 재임시 주재국에 불만이 있었더라도 양국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게 보통이다. 무토 전 대사는 재직시에는 친한파처럼 행동하다가 퇴임 후에는 반한 인사로 돌변한 연구대상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각종 와이드쇼에 출연해 교묘히 한국 비하와 혐한을 선동한다. 2017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책으로 혐한을 부추기더니, 지난 7월엔 ‘문재인이라는 재액’이라는 책을 출간한 문제적 인물이다.

지난해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국경일 및 국군의 날 리셉션에 초청된 무토 전 대사가 주위를 돌면서 악수하고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다. 혐한 인사가 전직 대사로서 예우받고, 한반도 전문가인 양 활개치는 모습이 행사 성격과 어울리지 않았다. 무토 전 대사가 후안(厚顔)이라면, 우리 정부는 무신경하거나 과하게 관대했다. 무토 전 대사가 한국을 우습게 보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반한 인사 언동에 정부의 직접 대응은 쉽지 않다. 다만 이런 행사의 참석자 조정을 통해 우리 국민의 불편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할 수 있다.

올해에도 개천절인 10월3일 같은 행사가 열린다. 그를 또 보게 될지 궁금하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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