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직도 냄새가 생각나요"..구조작업 뒤 남은 마음의 짐

이정은 입력 2019. 9. 16. 15:13 수정 2019. 9. 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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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우리 국민 33명을 태운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했습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사고 직후 실종자의 구조·수색을 위해 한국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지로 급파됐습니다. 이들이 두 달 동안 물속에서, 또 물 밖에서 수색한 횟수는 510차례. 그렇게 27명의 실종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지만, 마지막 한 분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사고 105일째였던 지난 10일, 현지에 다녀온 소방관 2명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수도권 119 특수구조대에서 만났습니다. 2진 대장으로 파견됐던 김승룡 소방정과 1진 반장으로 현지에 다녀온 김경호 소방장입니다.

■"하루 14시간씩 강행군"…위험근무수당은 6만 원

우리 소방대원 24명은 1, 2진으로 나뉘어 각각 한 달씩 헝가리에서 구조·수색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 기간에 보트 등을 타고 수상 수색을 한 거리만 6,800㎞고, 헬기를 타고 공중 수색을 펼친 거리는 7,000㎞가 넘습니다. 하루 14시간씩 수색 강행군을 펼쳤고 쉰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수색 환경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뒤라 다뉴브 강의 유량은 평소보다 많았고 유속도 빠른 편이었습니다. 수중 수색 작업을 도운 김경호 소방장은 "실종자 한 분 한 분 모시고 나올 때마다, 팔다리의 힘이 다 풀려 주저앉을 정도로 물살이 셌다"고 말했습니다. 수중 수색 도중 거센 조류로 인해 헬멧에 연결된 통신선이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물속 시야는 50㎝ 정도에 불과했으니, 통신선마저 끊긴 구조대원은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가족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물속에 뛰어들었습니다. 김승룡 소방정은 "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의 마음을 무조건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호 소방장 또한 "내 부모님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고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돌아온 위험근무수당은 얼마였을까요? 한 달 기준 6만 원이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평소 받는 한 달 치 위험근무수당과 같은 액수입니다. 소방대원들은 출동 횟수와 상관없이 매달 6만 원의 위험근무수당을 받습니다. 화염 속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조하는 등의 업무 강도에 비해 위험근무수당이 적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 수당은 지난 2002년 3만 원에서 2016년 6만 원으로 올랐고, 그렇게 오르는 데는 무려 14년이 걸렸습니다.

■"후각 트라우마, 힘듭니다"…심리치료 예산 6,713원

헝가리에 파견됐던 일부 대원들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김승룡 소방정은 "후각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시각 트라우마 못지 않게 후각이 주는 트라우마도 오래간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수색 작업 동안 느낀 어떤 냄새가 기억 속에 남아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대원들은 한국에 돌아온 직후 4박 5일간의 심리 치료를 받았습니다. 김승룡 소방정은 "치료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가 필요할 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치료가 이어질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방청은 소방대원들이 트라우마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리 검사 진료비 지원은 물론, 찾아가는 상담실 등도 운영 중입니다. 소방청은 또 "대원들이 원한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한 달에 소방대원 1명에게 배정된 심리치료 예산은 6,713원에 불과합니다. 2012년 1,270원과 비교하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취재진을 만난 김승룡 소방정과 김경호 소방장은 "실종자 한 분을 모셔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다시 한 번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보다 피해자 가족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실종자 한 분을 끝내 찾지 못하고 돌아온 스스로를 여전히 탓하고 있었습니다.

악조건 속에도 가족을 구하는 마음으로 물속에 뛰어든 그들이, 그리고 여전히 한 분을 구해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이, 이제는 마음속 짐은 덜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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