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은 왜 명상심리 앱 '코끼리'로 스타트업 판에 뛰어들었을까

박수호 2019. 9. 16. 15: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함께 명상을 하고 있는 혜민스님과 다니엘튜더
[재계 인사이드-180] 최근 행복한 기업 만들기를 모색하는 국제회의 '컨퍼런스창'에 모더레이터(사회자)로 참석했습니다. 강연자 대기실로 들어섰는데 낯익은 이가 반갑게 맞이해줬습니다. 다니엘 튜더.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란 기사를 쓴 외국인 기자(당시 영국 이코노미스트 소속) 기억하시나요?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기자직을 그만둔 후 수제맥주 더부스,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 공동 창업 등 스타트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민 명함은 좀 달랐습니다.

마음수업 대표.

'뭐지?'란 생각이 듭니다. 명상심리 앱 '코끼리'를 만든 회사라고 합니다. 코끼리는 또 뭐지? 그래서 앱스토어에서 코끼리를 검색해봤습니다.

컨퍼런스 창에서 만난 다니엘 튜더
말 그대로 명상, 수면 등에 도움을 주는 앱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화면에 또 낯익은 인물이 뜹니다. 혜민스님이었습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등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불교 교리를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불교 신도가 아닌 이들에게도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주는 글과 방송 활동 덕분에 대중적인 종교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니엘 튜더 대표는 "둘이 의기투합해 스타트업을 만들었는데 앱을 출시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고 소개했습니다. 과연 앱 출시 열흘 만에 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구글스토어 건강 및 피트니스 부문 인기순위 1위에도 올랐더군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영향력있는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혜민스님이 자신의 계정에서 적극적으로 '코끼리' 앱을 알린 덕도 큰 듯했습니다.

그런데 스님과 스타트업이라…. '참으로 색다른 조합이다' 싶습니다. 컨퍼런스창 강연을 마치고 나온 다니엘에게 혜민스님과 함께 만나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좋다'는 답이 왔습니다. 혜민스님 입장에서는 그동안 문화부 혹은 종교 담당 기자는 숱하게 만나봤지만 경제 전문 기자는 처음이라는 답도 돌아왔습니다.

"그건 스님,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저도 종교인 인터뷰는 처음입니다."

이렇게 맘속으로 답하고 만날 날을 기다렸습니다.

추석 연휴 직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혜민스님이 다니엘 대표와 함께 약속 장소에 등장했습니다. 스님의 등장에 주변은 술렁였습니다. 마치 연예인 보듯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를 알아본 일부 팬(?)은 인터뷰 장소에 청중으로 지켜봐도 되겠느냐고 제안할 정도였습니다. 스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소 위축되기도 했고 스님 인터뷰가 처음인 제 입장에서는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경제 전문 기자로서 말이지요. '코끼리' 앱은 물론 스타트업 얘기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스님은 공유오피스 메뚜기(?) 생활, 앱 기획, 상세페이지, 유료 전환율 등 업계 전문 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기자를 또 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자 개인계정으로 사전 네티즌 질문을 받아 진행한 인터뷰에 응한 혜민스님

-스님, 다니엘 대표와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사업에 뛰어드신 겁니까.

혜민스님(이하 혜민)=다니엘과는 한 신문에서 공동 인터뷰를 할 때 처음 만났어요. 다니엘이 당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을 냈었거든요. 그때 저도 책을 내고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때였는데 그의 날카로운 시각이나 특유의 관찰력 등에 매료됐어요. 그래서 자주 보자고 하면서 친분을 쌓았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다니엘이 불면증이 생겼다고 털어놓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명상으로 다스리는 법을 알려줬지요.

-다니엘, 실제 효과가 있던가요?

다니엘 튜더 대표(이하 다니엘)=네. 좌선 자세부터 누워서 하는 자세까지 다양한 방식을 알려주셨는데요. 자신을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즉 관조하는 법을 익히게 해줬어요.

-관조요? 우와~ 한국말을 왜 이렇게 잘해요?

혜민=이것보다 더 어려운 한자어도 척척 써서 절 깜짝 놀라게 만들 때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대단합니다. 그렇게 명상법을 배웠더니요?

다니엘=정말 효과가 있었어요. 스님과 그런 효과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해외에서는 '헤드 스페이스' 같은 앱이 엄청 잘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농반진반으로요.

-'농반진반'이란 표현까지 쓰다니….

혜민=전 그 명상 앱이란 말이 은근 구미가 당겼어요. 제가 지난 5년간 마음치유학교라는 걸 운영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새로운 시각을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찾게 해주고 싶었지요.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교육 공간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지리적, 시간적 제약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겁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요즘 누구나 들고 있잖아요. 스마트폰에 앱만 깔아두고 누구든 시공간을 초월해 명상을 할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다니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니엘=바로 앱을 만든 건 아니고요. 약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쳤어요. 공유오피스에 입주해서 2명의 개발자를 고용하고 만전을 기했지요.

혜민=이때 메뚜기 생활을 하면서 지냈지요.

-메뚜기요?

혜민=공유오피스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을 만든 이들은 돈이 없으니까 지정좌석 대신 빈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걸 스타트업 동네에서는 '메뚜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다니엘과 둘 밖에 없으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스님한테 '메뚜기'란 업계 용어를 배울 줄이야…. 그래서요?

다니엘=스님은 스님대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셨고 저는 스님 콘텐츠 외에 앱에 다채로운 주제를 담고자 기획을 했지요.

혜민=참여한 전문가들은 심리학 전문가는 물론 연애 상담 등 다양한 고민도 함께 상담해주는 식으로 좀 더 대중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연애심리 상담 쪽에서 유명한 곽정은 작가도 이런 이유에서 함께하게 된 거죠.

다니엘 튜더 혜민스님

-앱을 들여다보니 이해인 수녀님도 보이던데요.

혜민=수녀님과 평소 친분을 쌓아왔는데 이번에 제가 이런 앱을 만들겠다고 하니 수녀님께서 선물처럼 감사하게도 본인 육성이 담긴 시 낭송 음원을 쓰라고 허락해주셨어요. 정말 아름답고 따뜻해지거든요. 종교를 초월해서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자 이 시대의 어른이신 이해인 수녀님의 육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겠다 해서 앱에 탑재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했다 싶어요.

-명상심리 앱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종교를 초월하고자 한 의도가 담긴 것이군요.

다니엘=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앱을 이용하다 보니 일정 단계를 넘어가면 유료로 전환되더군요. 월정액, 연간 일정 금액을 내는 식으로 돼 있던데….

다니엘=한편에서는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앱을 만드는 것은 물론 양질의 콘텐츠 제작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커피 한 잔 가격 수준의 월정액 정도는 책정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도 수익이 남는다면 스님과 협의해 다양한 단체에 기부하기로 애초 설계를 했습니다. 일단 테스트 기간인데 기대보다 유료 전환율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오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혜민=마음치유학교 운영할 때도 무료로 했더니 '노쇼'가 많았어요. 그래서 일정 부분 유료화가 애청자들의 책임감 차원에서 좀 더 효과가 있겠다 싶은 생각도 반영했습니다.

-앱 출시 후 반응이 그야말로 뜨겁습니다. 예상했습니까?

혜민=무엇보다 앱을 이용해본 후 실제 숙면을 취했다는 후기들이 올라올 때 뿌듯합니다. 또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었는데 '일어나지도 않을 일 때문에 걱정해서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정말 감사한 날의 연속이지요.

다니엘=실제 이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앱을 처음 만든 건 아니지만 유저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설계하고 배치했는데요. 정말 골고루 이용하는 걸 앱 분석을 통해 알게 되면서 뿌듯했습니다. 더불어 재밌는 건 '고객에게 답이 있다'는 겁니다. 수많은 앱 전문가들이 저희 앱에 조언을 해줬는데요.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앱을 출시한 후에는 '고객의 소리'에 집중했어요. 실제 1000명을 대상으로 고객 설문을 수시로 하고 있기도 한데요. 해보니 생각보다 콘텐츠를 좀 더 쪼개달라, 앱에서 다양한 섹션을 쉽게 찾아 들어가게 해달라, 카카오페이지 등 웹소설 플랫폼처럼 '기다리면 무료' 같은 과금제를 도입해달라 등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 많았어요.

-앞으로 계획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혜민=당장 많은 분들이 숙면 부문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보이셔서 숙면 쪽을 보다 전문화한 명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더불어 그동안 인연을 맺은 이들을 '코끼리' 앱에 적극 모실 생각입니다. 지인 찬스를 쓰겠다는 말입니다.

새롭게 론칭한 명상 심리 어플리케이션 `코끼리`의 메인 화면

-지인 찬스라….

혜민=배민으로 유명한 김봉진 대표님이나 홍석천 대표님, 김미경 대표님이나 신병철 박사님 같은 분들과 교류를 많이 해왔는데요. 이들이 주최한 행사에 나간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엔 제가 적극적으로 섭외해서 팟캐스트도 함께하고 앱에서 이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 생각도 있어요.

다니엘=저는 아무래도 회사를 이끌어가는 입장이니까 앱 안정화는 물론 오프라인 강연회 등 명상 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모색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제가 제 개인 SNS 계정에 스님을 만난다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질문을 받은 게 있어요. 하나하나 여쭤볼까 하는데 괜찮으실지요?

혜민=네, 좋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돌직구 질문이네요. 혜민스님, 지금 행복하십니까?

혜민=네. 상당히 행복해요. 감사해서요. 나이가 들수록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어요. 요즘은 아침에 산 한 바퀴 돌 때 물이 흐르는 거 보고도 감탄하고 또 감사하게 여겨요. 꽃 보고 또 감사해요. 좋아하는 라디오 다시 듣기 하는 걸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해요.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혜민=글쎄요. 보통 사람들은 지금 내 상황이 변해야지 행복할 거 같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결국 자기 마음 속에 있어요.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수용하지 못하니까 사람들이 불행한 거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걱정하거나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현재에 깊이 주목해보세요. 내가 지금 숨 쉬는 게 내가 노력해서 숨 쉬거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 그 자체 입니다. 지금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기적 같은 존재란 말입니다. 이걸 수용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자기를 깊이 바라보고 만족할 때 행복이 충만해질 것입니다.

-'비워라' 하지만 욕망의 바닥까지 쳐봐야 이런 걸 알게 되는 건 아닌가요?

혜민=마음을 미래나 과거에 가서 걱정하거나 집착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를 감상할 수 없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없어요. 내 삶 속에서 가지지 못한 걸 보면서 애석해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것에 주목하고 여기서부터 인연을 맺어가다 보면 좋은 인연, 관계들로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답니다.

-이번엔 '코끼리' 앱에 궁금해 하는 분의 질문입니다. 왜 코끼리라고 지었나요?

혜민=앱 기획 회의 중에 디자이너 분이 예쁘게 그림을 그려왔는데 그 그림 중간에 코끼리가 딱 있는 겁니다. 저는 애초 마음공부, 심리명상, 힐링 이런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다니엘과 디자이너들이 '코끼리'가 직관적이고 좋다는데 저도 맘에 쏙 들었어요.

다니엘=부연 설명을 하자면 서양에서는 친숙하고 지혜의 동물로 칭송받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아이폰 만든 회사 이름도 애플인데 서비스명이나 회사명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잖아요. '코끼리'가 괜찮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어요.

-스타트업은 처음이신 것 같은데 고민은 없었나요?

스님=왜 없었겠어요. 비종교적이면서 과학적이고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부터 오랜 기간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고요. 또 사업 경험이 없다 보니까 경영 부문에서 좋은 자문을 얻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와 같은 고민들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멀리서 찾을 것 없이 5만명이 넘는 앱 사용자, 주변에 인연을 맺은 좋은 선배 사업가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배워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기자님이 쓴 책 '부의 시선'에서 각 기업들이 부자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게 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결국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란 생각입니다.

-또 다음 질문입니다. 어떤 이를 평가할 때 '저 사람은… 음… 참 착해'라는 표현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현대 사회에서 '착하다'는 평은 꼭 좋은 평은 아닌 거 같아요.

혜민=실제 '착한 사람'신드롬에 빠져 제대로 자기 주장도 못 꺼내고 자존감에 상처받으며 고통받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그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착한 사람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착한 사람보다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단단한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보다 아는 걸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덕을 갖춘 사람이 돼 보려 하는 겁니다. 너무 남과 비교하려 하지 말고 자신과의 약속을 그렇게 해보는 겁니다. 지난 5년여간 마음치유학교에서 다뤘던 많은 고민들 중 하나인데요.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코끼리를 만든 만큼 앱에서 언제든 마음공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승전 앱 홍보'로 마무리하시겠다는 건가요?

혜민=부인하지 않습니다(웃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