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공직자윤리법'..조국 조카 영장 미스터리

박태인 2019. 9.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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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관련 수사서 공직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유일
法 "檢서 보낸 전산자료에 공직윤리법 위반 적혀있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축사가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조국 법무부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한다는 사실이 의도치 않게 알려진 것일까.

16일 검찰과 법원은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총괄대표로 활동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의 혐의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을 알리며 기자단에 조금 다른 내용의 알림 문자를 보냈다.


조국 조카 혐의 검찰은 3개, 법원은 4개
검찰은 조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는 검찰이 밝힌 혐의 외에 조씨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가 1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검찰의 이번 사모펀드 수사에 관련된 공직자는 현재로선 조 장관이 유일하다. 그의 조카인 조씨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을지라도 조 장관과 공범이란 뜻이 된다.

알림 문자 이후 논란이 일자 검찰과 법원은 "조씨의 영장청구서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공보 판사도 "영장일정을 알리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檢 내부 전산망엔 '공직자윤리법 위반' 적어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결과 조씨의 영장청구서 서류엔 공직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시되진 않았지만 검찰이 조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검찰·법원 내부시스템인 킥스(KICS·형사사법포털)에 적은 죄명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식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며 서류 제출과 함께 KICS에 영장청구서를 전자로 등록하고 죄명을 적는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보낸 KICS 내부 전자 서류상 조씨의 죄명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혀있다"며 "검찰이 수사기록을 보며 KICS에 죄명을 입력하다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씨를 긴급체포한 뒤 16일 새벽에 영장을 청구하며 실수로 전산상 공직자윤리법 혐의를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특수부 출신 부장검사는 "직원들이 수사기록을 보며 KICS에 죄명을 입력하다 종종 이런 실수를 한다"며 "검찰 수사 기록에 조 장관과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내용이 적혀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로 검찰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檢 실수로 조국 장관 수사 자인했나
법원 알림 문자로 검찰이 조 장관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다는 사실을 의도치 않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조 장관 조카) 영장에는 공직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혀있지 않다는 말만 드릴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단순히 실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 현직 검사는 "검찰 직원이 수사기록에 없는 혐의를 창조해내진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검찰 수사 초기 단계부터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검찰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말 3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며 조 장관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 참석 후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뉴스1]


조국 장관, 피의자 가능성 높아
특수부 부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 초기엔 혐의를 넓게 본다. 조 장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면 장관도 입건된 상태가 맞을 것"이라 말했다.

지금 수사 단계에선 조 장관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혐의는 공직자윤리법 24조의 2에 따른 '주식백지신탁 거부의 죄'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고위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만약 조 장관 일가가 14억원 가까이 투자한 코링크PE 펀드의 실제 운용자가 조 장관의 5촌 조카이고 조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펀드 투자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조 장관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조 장관이 투자처를 알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에 '백지신탁 거부의 죄' 적용 가능성
자본시장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조 장관이 본인 해명과 같이 펀드 투자처를 전혀 몰랐다고 할지라도 조 장관의 주식을 매각한 돈으로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펀드를 운영했고 거기에 아내도 개입된 사실들은 조 장관에게 상당히 불리한 정황"이라 말했다.

조국펀드‘블루코어’가족펀드·관급수주 논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직자윤리법과 관련해 조 장관이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조 장관의 조카인 조모씨가 코링크PE의 투자처인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화 통화한 내역에는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전부 다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 조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란 조씨의 말이 나온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산업들이 당시 정부가 적극 육성하던 사업과 맞물려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충돌 위반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어 검찰이 이 혐의를 깊게 들여다 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관련해 조 장관이 입건된 상태에서 그의 조카가 공직자윤리법 위반의 공범일 가능성도 남아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처남인 정모 보나미시스템 상무가 검찰 조사를 마치고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정 상무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 1호'에 3억5000만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조국 장관, 조카에게 사기당했을 가능성도
조 장관과 그의 가족이 5촌 조카에게 일종의 사기를 당해 공직자윤리법을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위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이 피해자가 되기 위해선 조 장관의 조카가 조 장관의 돈으로 조 장관 가족 몰래 사모펀드 투자의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인·김수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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