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해 총장 외압 전화 논란에도.."반은 농담"이라는 유시민
말은 생명이다. 정치인에겐 더더욱이다. 말 한마디로 국정을 좌우할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쪽에선 그 압박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고, 정치인 역시 다시 주워 담기엔 내놓은 말이 무겁다.
그가 인정한 통화 시점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허위 의혹이 처음 보도된 날이다. 관련해서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다. 전화를 받은 최 총장은 앞서 여러 인터뷰를 통해 유 이사장이 “앞뒤 생각하고 말하라”, “최 총장님도 정치인 한 번 해보셔야겠다. 말에 기술을 좀 넣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최 총장은 유 이사장의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을까. 그랬다면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까지 받은 최 총장이 “교육자의 양심을 걸고 말한다”며 털어놓는 일이 벌어졌을까.
유 이사장 자신도 당시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표창장 의혹을 ‘작업’ ‘가족 인질극’ 등으로 표현했다. 사안을 ‘비열한 공세’ 쯤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감정 상태에서 던지는 말은 ‘농담’일까, 아니면 ‘압력’일까.
유 이사장처럼 언행 논란이 일자 ‘농담’이라고 해명한 사례는 앞서 많았다. 그때마다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며 반려하던 청와대는 5개월 후 진짜 첫눈이 내리자 “‘첫눈’ 발언은 사실 청와대 내부에서 농담처럼 오간 말”이라며 말을 거뒀다. 탁 행정관은 지난 1월 두 번째 사의 표명을 하고 수리되는 순간까지 “사직서 제출 쇼”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농담을 즐기는 정치인들’에게 한 정치인이 한 말이 있다. 홍준표 전 대표에게 한 말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해당 될 게다. “홍 대표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농담’이라며 얼버무리고 있다. 홍 대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제윤경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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