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교수님을 만나"..자소서 행간 '금수저' 스펙

한수연 2019. 9.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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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조국 법무 장관 딸의 '금수저 스펙' 논란 이후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 전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요구하는 자기 소개서도 불공정의 주범으로 꼽힙니다.

수험생으로선 남들보다 돋보이는 능력을 적고 싶기 마련이다보니 자소서가 부모의 직업과 가정 환경에 따라 내용과 질이 달라지고 심지어 자소서를 자소설로 써도 검증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 실태를 한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터넷에 올라온 지난해 서울 시내 주요대학 입시용 자기소개서들입니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사교육의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제는 논문 제목, 부모의 직업 등을 암시하는 내용은 쓰지 못하게 돼 있는데, 과연 그런지 살펴봤습니다.

논문이란 말만 안썼을 뿐, '자기장 내에서 결정 성장'을 탐구하고, '천연 추출물의 니코틴 분해 효과' 등을 연구했다고 적었습니다.

발명특허란 단어를 쓰는 대신 발명품과 주제를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만기/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무엇무엇에 대하여 탐구하였음'…논문 제목은 쓰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주제는 쓸 수 있으니까, 그런 기재 요령을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는."

과연 고등학생 스스로 가능했을까 싶은 연구 실험 활동들도 있습니다.

'우연히' 포스텍 교육원과 포항공대 연구실에 직접 방문했다는 학생, 대학교수에게 자문 받아 코딩 연구를 했다거나 대학교에서 '회전증발농축기'라는 기계를 빌려 실험에 성공했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소서가 여전히 존재하는건 더 좋은 평가를 받을거란 믿음 때문입니다.

[전일권/토마토스쿨 입시전략연구소장]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에 있는 그대로를 서술했을 때는 생기부 번역본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입학사정관이 봤을 때는 평이하다고 볼 수 있겠죠."

또 자소서에 쓰지 말라는 걸 썼다거나, 과장, 허위 기재, 대필을 했다해도 검증이 되는지, 감점이 되는지 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이만기/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대필자들이 아이들의 어투로 대필을 해주기 때문에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 경향은 완전히 써주기 보단 가져온 거 보고 첨삭해주는 서비스도…"

그래서 부모 개입, 과장과 허위를 막을 수 없는 자기소개서라면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습니다.

[구본창/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부모를 둔 학생의 자기소개서는 분명 차이가 난다는…그래서 공정성 훼손의 요인이라고 보고 있고. 대입에서 폐지하는 부분들이 맞다."

실제 일부 대학들은 이런 부작용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전형에서 제외시키기도 했습니다.

[OO대학교 관계자] "(생기부만 봐도) 입학사정관들은 금방 알아챕니다. 오히려 자소서가 더 학생 본연의 모습을 가릴 수가 있어요. 허위사실이 들어간 경우도 많고."

최근 논란이 커지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자소서 허위 기재가 드러날 경우 입학 취소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소서 허위 기재로 문제가 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 남준수VJ, 김재현 VJ / 영상편집 : 신재란)

한수연 기자 (soo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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