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누가 누굴 심판하느냐"는 民心

최재혁 정치부 차장 2019. 9. 1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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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아내 아닌 조국 본인 겨냥 "조국과 윤석열 간의 전쟁"
野 '적폐 청산' 희석 반사이익, 야권 연대로 이어질지 미지수
최재혁 정치부 차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가족 인질극"에 비유했다. 검찰이 조 장관을 겨냥해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유 이사장은 또 "정경심 교수가 (남편인 조 장관에게) '내가 생각하건대 위법한 행위를 한 일은 없다. 내가 구속되더라도 당신은 가라'고 말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친노 핵심인 유 이사장이 전한 내용인 만큼 '소문'이 아니라 '팩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설령 아내가 구속되는 일이 있어도 조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거기엔 조 장관이 아내 정경심씨가 받은 각종 혐의와 무관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조 장관 본인이 책임질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청와대가 보는 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애당초 조 장관을 기소할 자신이 없었다면 윤석열(검찰총장)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며 "가족을 '인질' 삼는 수사가 아니라 애초 조 장관을 겨냥한 수사"라고 했다. "조국과 윤석열 간의 전쟁"이란 말도 했다.

여당은 수사 초기부터 '피의 사실 유포는 불법'이란 논리로 검찰의 '입'(수사 브리핑)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균열'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 장관 부부가 동양대 총장에게 건 '압력 전화'의 꼬리가 잡혔고, '증거 인멸'에 동원된 이들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줄줄이 언론에 그 내용을 폭로했다. 과거 다른 사건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조 장관이 청문회와 기자 간담회 등에서 한 답변과는 정반대 내용이었고 대중에겐 '조국의 위선(僞善)'이 더 각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국'이란 상징적 인물이 '만신창이'가 됨으로써 여권이 입은 내상(內傷)은 이미 상당한 것 같다. 일각이지만 여권에선 "내년 총선에서도 '적폐 청산' 프레임이 과연 먹힐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문재인 정권 주도 세력의 민낯을 봤다" "이전 정권과 다른 게 뭐냐"는 국민도 적지 않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최고 38%까지 증가한 결과로도 나타났다.

이 무당층은 한국당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누가 누굴 심판한다는 것이냐'는 인식의 확산은 움츠렸던 보수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줬다. 한국당 관계자는 "그간 야권 연대 논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책임론에 발이 묶여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며 "'조국 사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장외의 중도·보수 세력, 나아가 우리공화당에도 '반(反)문재인 연대'라는 화두를 던져줬다"고 했다.

이제 야권 인사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편을 전제로 내년 총선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한국당 의원 59명이 검찰에 송치된 만큼, 또다시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의석수로도 안 된다.

새 선거제도는 과반(過半) 정당 출현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민주당과 정의당처럼 이해관계가 맞는 복수(複數)의 정당이 지역구와 정당 투표를 적절히 나눠 가질 때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 '반문재인'의 틀에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보수 야권 역시 새로운 게임 규칙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변수'가 많고 복잡한 선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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