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칼럼] 1975 사이공이냐, 2019 홍콩이냐

류근일 언론인 2019. 9. 1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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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가 그랬듯 타락한 혁명은 그 역시 惡이요 재앙
586 혁명꾼들의 억지·궤변·위선에 맞설 대대적 투쟁 대오 꾸려야
류근일 언론인

조국이란 캐릭터와 삶을 바라보자면 머릿속에 또 다른 두 인물이 떠오른다. 영국 코미디언 러셀 브랜드, 그리고 그가 존경하는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가 그들이다. 러셀 브랜드는 성공한 연예인, 따라서 부유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이름난 반(反)자본주의자’라는 빈정거림을 듣는다. 그는 몇 해 전 1960년대 미국 흑인 과격파 맬컴 X와 체 게바라가 등장하는 공연물 ‘구세주 콤플렉스’를 가지고 세계를 돌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러셀 브랜드와 체 게바라가 닮았다는 점이다. 러셀 브랜드가 부자이면서도 자본주의를 매도하듯, 체 게바라 역시 극렬 혁명가이면서도 집권 후엔 엄청 사치스럽게 살았고 지독한 폭군 노릇을 했다고 한다. 체 게바라는 쿠바 최초의 정치범 수용소를 만들었다. 반대자를 500명 이상 처형했고, 쿠바 민생 경제를 사회주의로 파탄시켰다. 이런 그를 두고 러셀 브랜드는 '민중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러나 쿠바 망명 작가 움베르토 폰토바는 체 게바라가 이렇게 살았다고 썼다.

"그의 저택엔 보트 선착장이 있었다. 초대형 수영장, 욕실 7개, 사우나, 마사지 살롱, 미국에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대형 TV, 수입 식물이 가득한 정원, 열대어가 헤엄치는 연못, 앵무새 등 진기한 새들, 마치 '천일야화'에나 나올 법한 집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체 게바라는 다중인격자, 겉과 속이 다르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 캐비아 좌파였던 셈이다.

체 게바라를 존경하는 러셀 브랜드에 대해서도 영국인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코언은 이렇게 썼다. "그는 21세기에 태어난 사춘기 전 아이와도 같다. 그는 마치, 증오에 불타 인간의 의식과 사회를 온통 틀어쥐려 한 20세기 전체주의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산다." 이런 평가는 한국 586 기득권 집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고려대, 서울대 학생들이 교내 촛불 집회에서 토해낸 것도 결국은 사이비 '진보'의 위선과 허위에 대한 분노였다. 그들은 말한다. "이건 보수·진보의 문제이기 전에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총학생회)." "종북·친중 기득권 세력 전반의 거짓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트루스 포럼)."

'조국 현상'에 대한 대학가와 자유민주 사회의 이런 격앙된 정서는 그래서 중요한 역사적 교훈 하나를 반영한다. 타락한 혁명은 타락한 구체제보다 조금도 더 나을 것 없는 악(惡)이요 재앙이란 인식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판 '얼치기 수구 좌파'의 40년 특권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586 떼거리가 이 시대적 흐름을 집요하게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국 임명은 러시아 혁명사로 치면 1906년 니콜라이 2세의 반동과 비슷하다. 차르(황제)는 1905년 '10월 선언'의 개혁 약속을 어기고 '기본법'이라는 악법으로 절대왕정을 다시 강화하려 했다. 그 결과 과격 혁명의 불길이 더 뜨겁게 내연(內燃)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지금 똑같은 패착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문재인 청와대는 '포용' 국가라고 자처했다. 그러나 조국 임명은 다수 반대 국민을 '배제'한 그들의 유신(維新)이었다. 유신은 민주화 반발을 자초했다. '조국 임명'도 여러 갈래로 달랐던 국민 다수의 공통된 반감을 자초했다. 이 결정적 변곡점에서 자유민주 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586 혁명꾼들의 억지·궤변·위선엔 당연히 순리·정론(正論)·진실로 응전해야 한다. 사이비 진보는 문서 위조, 증거 인멸, 위증, 사모펀드, 5촌 조카 체포 등 여러 의혹과 사유로 수사 5분 전에 와 있다. 자유 진영이 정치적·규범적 우위를 점했다는 뜻이다. 이 고지(高地)에서 586 권력에 맞설 범국민 투쟁 대오를 꾸려야 한다. 그 바리케이드로 국민·시민·군중을 대대적으로 견인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의 비폭력 시민 불복종,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국민 저항권을 상기할 만하다. 이 싸움에서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1960년 서울대생들의 4·19 제1 선언문 마지막 구절이다. 낙동강 전선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1975년의 사이공인가, 2019년의 홍콩인가? 결단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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