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증거인멸죄' 적용 여부 의견 분분

윤지원 기자 2019. 9. 1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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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PC 반출·하드디스크 교체, 타인에 지시했을 땐 범죄 성립”
ㆍ“하드디스크 임의제출돼 증거인멸로 보기 어려워” 이견도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에게 증거인멸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명백한 증거인멸 교사라고 보는 측과 증거를 숨기거나 없앤 행위가 아니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측이 충돌한다.

정 교수의 증거인멸 의혹은 동양대 PC 반출, 가정용 PC 하드디스크 교체를 중심으로 불거졌다. 정 교수는 검찰의 1차 압수수색(8월27일)과 동양대 압수수색(9월3일) 사이인 지난 1일 동양대에서 자신의 업무용 데스크톱 PC를 반출했다.

정 교수 자산 관리를 맡은 김모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동원됐다. 김 차장은 검찰에서 “정 교수 집에서 가정용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고 했다. 당시 조 장관과 마주쳤다면서 “‘고생이 많다. 우리 처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드디스크는 김 차장이 다니는 스포츠센터 사물함에 보관됐다가 검찰에 임의제출됐다.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이 쓰던 하드디스크 3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하드디스크 2개 중 1개도 들어갔다.

형법은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범죄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했을 때만 성립한다. 검찰이 하드디스크 교체, PC 반출 행위를 증거인멸로 판단하면 김 차장에게는 증거인멸죄, 정 교수에겐 타인에게 범죄 행위를 지시한 ‘증거인멸 교사죄’를 적용하게 된다.

법조계는 이 조항 적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나뉜다. 먼저 이 자체가 ‘증거인멸 및 은닉’ 행위인지 여부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PC 반출 등을 증거인멸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디가우징을 해서 영구삭제했거나 안 보이는 곳에 숨긴 정도가 돼야 인멸 혹은 은닉”이라며 “하드디스크가 임의제출된 만큼 증거인멸죄 구성요건인 ‘인멸, 은닉, 위조, 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임의제출된 것은 추후 재판에 가서 양형에 반영될 부분”이라며 “하드디스크 제출 여부는 범죄 성립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범죄 고의성을 두고도 엇갈린다. 김정철 변호사는 “(PC 반출 전) 압수수색이 진행돼 정 교수는 자신이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직원을 통해 PC 반출을 지시했고 직원이 보관하고 있다가 제출했다는 것은 반출 시점부터 증거인멸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의성이 명백하지 않다고 본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 측 주장에 대응하려고 PC 반출, 하드디스크 교체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하드디스크 원본 복제(이미징) 작업은 PC에 장착된 상태에서는 이뤄질 수 없다. 정 교수 입장에서는 검찰이 지독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고 느껴 자기방어(PC 반출 등)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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