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주먹'에 당했나..폭스에 맥없이 무너진 'CNN 추락'

김다영 2019. 9.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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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던 영상.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남성이 CNN의 로고가 합성된 남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모습. [중앙포토]

"세계가 CNN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영국 런던 국빈방문 중 한 말이다. 한때 각종 특종을 쏟아내며 세계적 명성과 신뢰를 쌓았던 CNN을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언론 앞에서 '가짜뉴스'라고 폄하한다.
연일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CNN 때리기'와 맞물려 시청률까지 하락하면서, 속보와 신뢰의 상징이었던 CNN이 이대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많은 스타기자 탄생, 'CNN효과'는 옛말
걸프전 당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전쟁 현장을 생생히 보도해 CNN을 최고의 뉴스채널로 만든 피터 아네트 기자. [중앙포토]
CNN은 미국 최초의 뉴스 전문채널로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독보적 시청률을 자랑했었다.
1991년 걸프 전쟁 발발 초기 전세계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이라크 바그다드에 입성해 폭격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전세계 수억명의 시청자가 CNN을 통해 걸프전의 실상을 지켜봤으며, 종군기자로 바그다드에 입성한 피터 아네트·버나드 쇼 등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 펜타곤(국방부)은 자신들의 결정이 CNN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중계되는 전례없는 경험을 했고, 이를 'CNN 효과'라고 칭하기도 했다. CNN의 걸프전 뉴스를 보기 위해 외출하지 않고 TV 앞을 지키는 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정도였다.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기억인 9·11 테러 또한 CNN에 의해 처음 보도됐다.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처참히 무너지는 장면은 CNN 생중계를 통해 미국 전역에 전달됐고, 미국인들은 함께 절규하며 눈물 흘렸다.
당시 밤낮으로 처참한 테러의 현장을 전하던 아론 브라운과 주디 우드루프 등은 그해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의 상 중 하나인 에드워드 머로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NN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며, 서방언론 가운데 최초로 북한 평양에서 리포트를 한 방송사이기도 하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CNN 인터뷰 모습. [중앙포토]


경쟁자 등장에 좌편향 논란까지 '휘청'
명예로운 황금기를 보냈던 미국 최고의 뉴스채널 CNN의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때는 2016년 대선이다. 당시 CNN방송의 해설위원이었던 도나 브라질이 CNN 주최의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 하루 전날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의 간부들에게 이메일로 토론회 질문 내용을 미리 알려 주었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됐다. 그간 일각에서 지적됐던 CNN의 좌편향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비롯한 정치계 인사들로부터 CNN의 편향성이 공격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브라질은 CNN방송을 그만둔 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임시의장을 맡아 편향성에 쐐기를 박았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CNN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 CNN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사 가운데 부정적 기사는 93%에 달했으며, 이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보도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높은 수치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쟁쟁한 경쟁자들의 등장도 CNN의 시청률 추락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사 초기에는 유일한 24시간 뉴스채널로 시청률을 독점했지만, 새롭게 출현한 MSNBC와 폭스뉴스에 많은 시청자를 빼앗겼다. 미국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발표한 케이블 채널 프라임타임 시청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CNN의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 수는 69만 명으로 케이블 채널 중 15위로 크게 떨어졌다. 1위와 2위는 폭스뉴스와 MSNBC로 각각 평균 240만명과 160만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CNN은 이대로 추락할까
이처럼 CNN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CNN 때리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CNN을 가짜뉴스의 온상이라고 비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 수가 6400만명에 달하니, CNN의 프라임타임 시청자 수와 비교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파워'를 이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앤더슨 쿠퍼 CNN 기자 겸 앵커가 재난 현장을 취재하던 중 어린 아이를 안고 급히 대피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CNN]

그러나 추락하는 시청률과 달리 뉴스 신뢰도는 비교적 평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미국의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주요 9개 뉴스매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CNN은 뉴욕타임스와 함께 공동 5위(53%)를 차지했다. 1위는 지상파인 CBS(63%)가 차지했다. 신뢰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해온 폭스뉴스가 51%로 7위를, MSNBC가 48%로 꼴찌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CNN에 대한 신뢰도가 시청률만큼 추락하고 있지는 않다는 평가다.

CNN의 미국 내 영향력은 예전보다 축소되고 보수성향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 인지도와 체계적인 보도 시스템으로 인해 아직은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 이어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채널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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