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 갈 땐 '일본인'이라 하고.. 보상 땐 '조선인'이라 제외 [잊힌 자들의 머나먼 귀로]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내세운 일관된 논리다. 식민지 조선인들은 일제의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동원돼 가장 혹독한 현장에 투입됐지만, 일제 패망 후에는 국적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시행한 각종 보상과 지원에서 배제됐다.
인간의 유해는 예를 갖춰 안치하지 않는 한 대부분 사람에게 꺼림칙하게 받아들여진다. 하물며 자신의 터전에서 강제로 외국으로 끌려가 원통하게 죽은 외국인 유골이 곳곳에 방치돼 있는데도 많은 일본인이 이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역사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배제, 제외한 결과다.
◆각종 지원·보상에서 한국인 배제
일본 정부는 1952년 제정한 ‘전상병자전몰자유족등원호법’(원호법)과 은급법(연금법)을 통해 자국민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하면서 조선인들은 국적 조항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발효 이후 조선인의 국적을 일괄적으로 박탈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인 군인·군속을 과거에 일본인이었다는 이유로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했다. 보상에서 제외할 때는 한국인이라고 해놓고 야스쿠니 합사 때는 일본인으로 취급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반면 이웃국가에 끝없이 사죄해온 독일은 연방보상법 등을 통해 국내외 피해자 모두에게 보상조치를 취하고 2000년부터는 독일 국가뿐 아니라 기업이 자행한 강제노동 피해자에게도 재단을 세워 구제했다.
◆유해 수습에서도 배제…“한국 정부가 요구해야”
하지만 이 역시도 말뿐이었다. 한국 행정안전부는 한국인 유족 169명의 DNA 감정과 한국 과학자를 파견한 공동연구를 일본에 요구했지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국 외교부의 정식 제안이 아니라는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거절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 발굴 현장에서 나온 유골의 출신지를 구별해 돌려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화장해 버리거나 무연고 유골로 처리해 일본으로 들여오고 있다.
한국인 유해봉환을 힘쓰고 있는 ‘전몰자의 유골을 가족의 품으로 연락회’의 활동가 우에다 게이시(上田慶司)씨는 요지부동인 일본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나온 유골을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일본인이라 결론짓고 화장한 뒤 일본에 매장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에 구체적 제안을 계속하면서 제안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가해자 누나는 현직 여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 엄벌 호소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