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美램리서치, R&D센터 한국 이전
美본사서 R&D센터 통째 이전
1억달러 투자·400여명 채용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와 미래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협업·공동 개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분야 R&D 허브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정부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램리서치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본사 R&D 센터를 한국으로 완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램리서치는 1차적으로 국내에 최소 1억달러(약 1192억원)를 투입하고 한국에서 300~400명의 인력(본사 인력과 신규 채용)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램리서치 R&D 센터는 수도권에 들어올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10월 중 정부와 삼성전자, 협력업체 등 수요 기업과 오픈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등에서는 램리서치가 R&D 센터 설립을 위해 건물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예 새로 짓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램리서치는 연매출 10조원이 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다. 특히 반도체 웨이퍼에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 회로 패턴을 만드는 식각장비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네덜란드 ASML과 함께 세계 톱3 반도체 장비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식각 외에도 박막 증착, 감광막 제거, 웨이퍼 세정과 관련한 장비를 반도체 생산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R&D 센터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40년 이상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일한 전문가인 서인학 램리서치코리아 회장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회장은 램리서치 국내 생산법인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대표도 겸하고 있다.
램리서치가 R&D 센터 이전을 결정한 배경에는 현재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이 향후 10년간도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 많다. 또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R&D 센터 이전을 꾸준히 요청해온 것도 의사 결정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램리서치 전체 매출 중 20~3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은 주요 시장이다.
램리서치가 R&D 센터 이전을 완료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소자 업체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는 현 세대보다 두 단계 앞선 '차차세대(N+2)' 반도체 기술 개발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은 전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1위 기업들이 협력하는 모양새다. 램리서치는 지금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거리와 시차 때문에 한계가 존재했다. 앞으로 지근거리에서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이 미래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점이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고급 인력 교류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램리서치가 R&D 센터를 한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큰 호재"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커스터마이징된 장비를 빠르게 개발·확보할 수 있어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중소 협력사들 기술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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