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기술 발전·끈질긴 수사..'최악 미제' 33년 만에 풀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최인진·허진무 기자 2019. 9. 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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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교도소 수감돼 있던 용의자 어떻게 찾았나
ㆍ경찰 연인원 200만명 동원, 2만명 조사하고도 해결 못한 사건
ㆍ2006년 공소시효 만료 불구 ‘전담팀’ 구성해 경찰 수사 계속
ㆍ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DNA 분석…유력 용의자 특정 성공

‘화성 연쇄살인사건’ 2차 희생자 박모씨(당시 25세)가 유기된 채로 발견된 태안읍 진안리의 한 농수로. 발견 시점은 1986년 10월20일 오후 8시쯤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경기 화성시에서 1986년부터 4년7개월 동안 10명의 여성이 잇달아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사건이다. 경찰 강력범죄 수사 역사에 뼈아픈 오욕을 남김과 동시에 국민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이기도 하다.

경찰은 모두 2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했지만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지문대조를 한 용의자는 4만116명, 모발감정을 한 용의자는 180명이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를 받다 다른 범죄가 드러나 붙잡힌 사람만 1495명에 이른다. 이 사건은 2003년 개봉된 영화 <살인의 추억>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유가족 측 요구와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 등으로 재수사 요구가 이어져 왔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피해 여성들의 잇따른 실종과 사체 발견 자체에도 충격이 컸지만 국민을 더욱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건 그 이전의 강력 살인사건에서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았던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화성을 중심으로 반복된 살인패턴이었다. 살해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으며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신체 주요 부위를 훼손한 경우도 4건이나 됐다. 범인은 10대부터 70대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범인은 버스정류장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있다가 범행했으며 흉기를 살해 도구로 쓰지 않았다. 지금은 범행 현장에 대부분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당시에는 논밭과 야산이어서 범죄에 취약했다.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로 미뤄 범인은 20대 중반으로 키 165∼170㎝의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추정됐다. 또한 4·5·9·10차 사건 용의자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확인한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경찰이 1987년 1월10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5번째 희생자 홍모양(당시 18세)이 발견된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 범행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1988년 12월 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를 찾아 취재진에 수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연합뉴스

경찰은 2006년 4월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전담팀을 구성하고 DNA 기술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증거를 재차 대조하는 노력이 무색하게끔 수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첫 사건 발생 후 33년 만에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ㄱ씨(50대)를 특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과거 피해자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ㄱ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다. 1986년부터 1991년 동안 10명의 피해자가 나온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DNA 정보가 일치한 것은 범인이 검거된 8차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9월 8차 사건의 범인 윤모씨는 연쇄살인이 아닌 모방범이었다. 윤씨는 범행 당시 현장에 남긴 체모 때문에 이듬해 7월 경찰에 붙잡혔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 등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 한 달 정도 조사를 한 뒤 진짜 범인인지 여부를 결론 내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2006년 4월2일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다양한 제보의 관련 여부 확인 등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올해부터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 구축 계획에 따라 주요 미제사건에 대해 지방청 미제수사팀에서 총괄 수사해 왔다”고 했다.

최인진·허진무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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