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그늘]⑥대우건설 로비스트 인권 걱정하며 내부고발자는 2번 죽인 검찰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2019. 9. 1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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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4년5월 48층짜리 대우건설 수원 광교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이 붕괴된 뒤 옥상에 참혹한 모습으로 걸려 있다. 이 사고로 조종사는 운전석에서 튕겨져 나가며 절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까지 무용지물로 만든 대우건설의 산재은폐를 위한 전방위 금품로비(경향신문 2019년9월5일)는 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상식과 정의가 검찰의 문턱을 넘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더구나 검사들이 한번 잘못 판단한 사건을 다시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칫하면 봐주기 수사한 검사 대신 내부고발자가 거꾸로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

17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대우건설 윤모 전 차장(50)은 2017년 대우건설 금품로비의 민낯을 공개한 후 지난 2년 사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4건의 수사기록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가 먼저 보여준 2건의 문서는 자신이 금품로비와 위증 혐의로 고발한 현장소장 임모씨와 로비스트 오모씨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였다. 나머지 2건은 검찰이 거꾸로 자신을 업무상횡령과 배임수재로 기소한 공소장이었다. 4건의 수사기록을 종합해보면 2014년5월 수원 광교 주상복합아파트(48층)공사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붕괴로 운전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대우건설이 벌인 금품로비는 윤 전 차장 개인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장소장 밑에 돈 심부름 하는 일에 불과했던 윤 전 차장은 내부고발자에서 졸지에 금품로비의 주범이 된 것이다.

“수원지검 특수부에서 본사나 현장소장의 금품 로비 지시가 없었다고 먼저 결론을 내놓으면서 내 운명은 정해졌던 겁니다. 특수부 검사들은 본사 차원의 로비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조사를 무시하고 대우건설에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이 다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감했을 겁니다. 특수부가 이미 수사가이드 라인을 정해놨으니 대우건설에서 업무상횡령과 배임혐의로 나를 고발한 사건을 처리해야 했던 형사부 검사들은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검사들중 누구도 현장소장 밑에서 돈 심부름을 하는 사람에게 비자금 조성과 집행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게 무리라는걸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노동부와 경찰은 물론 검찰 수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대우건설의 금품로비에 ‘본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며 2년전 면죄부를 줬던 수원지검 특수부장은 현재 조국 법무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다.

 윤 전 차장은 “송 차장이 아직도 금품로비에 현장소장이나 본사가 개입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며 2014년 타워 크레인 붕괴사고 직후 작성한 문건을 보여줬다. ‘2014년5월26일 광교주상복합현장 사고처리 현황’이라는 문건은 대우건설이 사고 직후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 노동부, 경찰, 시청, 유족, 노조를 상대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본사 홍보팀에 연락하여 사전적으로 공중파 및 주요 일간지에 선제적 대응으로 회사 로고 노출 및 방송시간 최소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고 등 영향으로 MBC PD수첩, MBN이 현장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원거리 취재중’

 ‘평소 노동부, 관할 경찰서 등 사법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제의 유지관리로 사고 발생 직후 징벌적 개입이 아닌 후유증 최소화. 원활한 후속조치 측면지원등 직·간접적으로 사고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음’

 ‘피해자 유족이 8억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과수의 현장감식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미리 산재보상금보다 많은 금액에 합의하게 되면 사고원인은 현장에 있다고 회사가 인정하는 것이고 타워노조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것임’

 윤 전 차장은 사고처리 현황 문건 외에 현장소장이 본사와 협의해 작성한 ‘대관대응 로비문건’도 가지고 있었다. 경찰과 노동부, 국과수,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사고처리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관별로 로비 담당자들의 이름이 적혀진 문건이었다. 윤 전 차장은 이 문건에 경찰담당 로비스트로 등장하는 오모씨와 함께 2014년5월말 인천의 한 횟집에서 경찰청 본청 소속의 이모 경무관을 만났다. 그는 이 경무관을 만나기전 현장소장 임모씨 지시로 5만원권 200만원을 오씨에게 전달했다. 근로감독관은 윤 전차장이 직접 상대해 2014년7월과 8월초 두 차례에 나눠 1400만원을 전달했다. 그 후 크레인 붕괴 사고는 윤 전 차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근로감독관의 조사보고서에 기초해 기계 결함이 아닌 운전사 과실에 의한 산재로 결론이 났다. 국과수에서 2014년8월 크레인 기기 자체의 결함 가능성을 지적하는 감식결과를 내놨지만 노동부와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검찰은 2015년초 국과수 조사결과를 무시한 채 판례까지 왜곡하며 원청인 대우건설에 대해 최종적으로 면죄부를 부여했다.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후 현장주변에 차려진 상황실 모습.

 그렇게 완전범죄로 끝나는 듯 했던 대우건설의 성공한 금품로비는 2015년 수원 광교 현장이 부실시공 논란으로 임 소장에 이은후임 현장소장이 자살하고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투서가 오고가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비자금 조성 논란을 덮기 위해 수원 광교 현장에서 관리부 차장으로 있던 윤 전차장이 1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착복한 것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했다. 하지만 윤 전 차장이 권고사직을 거부하자 대우건설은 업무상횡령과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윤 전차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현장소장 지시로 조성한 비자금 사용내역을 증거자료와 함께 제시했다. 비자금을 개인착복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사용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뇌물공여죄로 처벌을 감수하고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14년 타워 크레인 붕괴 당시 대우건설이 산재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에 뇌물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로 수사가 좀처럼 진척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윤 전 차장은 “내가 현장소장 지시로 로비스트 오모씨에게 2백만원을 전달하고 당시 경찰청 본청 소속 경무관을 만났다고 진술했는데도 근로감독관을 구속시킨 이후로는 수사에서 배제하고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근로감독관에 이어 사건 축소에 가담한 경찰관들을 사법처리할 경우 최종적으로 대우건설에 면죄부를 준 검사들 이름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사가 중단된 것이다. 대우건설이 윤 전 차장을 업무상횡령과 배임혐의로 고발한 사건 역시 2017년3월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윤 전 차장은 “본사 안에도 검찰 조직을 상대할 로비스트가 있었을 텐데 내가 이미 회사를 위해 뇌물을 전달한 죄로 처벌까지 받은 상황에서 다시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윤 전 차장이 현장소장 지시로 금품을 전달했을 뿐 개인적으로 비자금을 착복하지는 않았다는 불기소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현장소장과 본사 임원이 금품로비의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소장 임모씨는 윤 전 차장이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의 증인으로 나와 “나는 비자금 조성 및 집행 내역에 대해 사전보고도 받은 바 없고 아는 바도 없다”고 잡아뗐다. 대우건설은 동시에 윤 전 차장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도 서울고검에 항고를 제기했다. 윤 전 차장 한명에 모든 비자금 조성과 집행 책임을 몰아가려는 대우건설의 반격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윤 전 차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현장소장을 위증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대우건설이 산재은폐를 위해 금품로비를 벌인 과정을 경향신문에 상세히 털어놨다. 대우건설에 유리하게 사건이 조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윤 전차장의 기대는 빗나갔다. 경향신문이 2017년4월 근로감독관뿐 아니라 2명의 경무관과 검사들까지 산재은폐 과정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보도하자 검찰의 태도가 달라졌다. 윤 전 차장은 항고 담당 검사 태도에서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검사가 말도 안 되게 무혐의 결정을 한게 아니면 항고에서 사건이 뒤집혀지는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경우는 달랐어요. 대우건설에서 최초 횡령금액을 1억7200만원으로 고소했다가 항고 과정에서 단순 계산 착오라며 1억1000만원으로 감액 수정하였는데 결국 최종 비자금 금액은 8500만원으로 확정되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항고가 받아들여졌어요. 검사가 마치 저를 꼭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옆에서 뻔히 듣고 있는데도 대우건설 인사팀에 수사기록을 들춰가며 ‘이건 업무상횡령으로 집어넣고 이건 빼라’는 식으로 코치를 했어요.”

 윤 전 차장의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서울고검은 대우건설 인사팀과 대질조사를 기초로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윤 전차장이 조성한 비자금중 근로감독관에 제공한 뇌물등 외부로 새나간 2000여만원은 업무상횡령으로 기소하라는 내용이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뇌물을 전달했더라도 불법적인 용도로 회사 돈을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본사에서 현장이 개설되면 공사규모를 감안해 비자금한도를 정해서 내려 보냅니다. 회사에서 현장관리자에게 비자금 관리 교육까지 시킵니다. 그런데 자기네가 지시한대로 비자금을 사용했다고 업무상 횡령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죠”

대우건설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울고검이 당초 무혐의 결정을 뒤집고 재기수사명령을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윤 전 차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추가 고발했다. 윤 전 차장이 안전관리 협력업체로부터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개인돈으로 먼저 집행하고 나중에 돌려받은 1000만원을 배임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번에도 검사는 대우건설 입장에서 수사를 몰고 갔다.

 “협력업체에서 내가 수원 광교현장을 떠날 때까지 1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아서 나중에 차량 할부비를 대답하는 걸로 처리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검사는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았으면 배임수재’라며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협력업체 사장은 입을 맞춘 듯 내가 3000억짜리 공사현장으로 이동하면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당시 나는 본사 대기발령중이었요. 곧 있으면 해고될 직원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협력업체 사장이 청탁조로 1000만원을 주겠어요.”

사고후 공사중인 건물외벽상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사고 크레인 잔해.

 윤 전 차장은 점점 덫에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헤어 나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형사부에 배당된 2건의 사건은 자꾸만 최종 결정이 미뤄졌다. 특수부의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듯 했다. 특수부가 뇌물전달을 지시한 혐의로 현장소장이나 본사 임원을 처벌할 경우 형사부 입장에서는 돈 심부름만 한 윤 전 차장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8월 송경호 특수부장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사실상 수사종결을 선언했다. 본사 차원의 금품로비 개입을 확인할 수사 단서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수사단서는 차고 넘쳤다. 대우건설의 로비명단에 나오는 등장인물만 15명이었다. 본사 임원이나 현장소장의 부탁을 받고 금품로비가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로비스트 오모씨와 협력업체 임원의 녹취록도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검찰은 뇌물사건에 있어 수사기법의 기본인 계좌추적도 없이 현장소장, 로비스트 오모씨, 윤전차장 3명만 불러서 대질 조사를 진행한 후 사건을 덮었다. 수원지검 특수부의 공식적인 불기소 결정은 송 부장이 경향신문에 수사종결방침을 밝히고 1년 가까이 지난 2018년5월에 이뤄졌다. 그 사이 아무런 추가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이 잠잠해진 틈만을 기다렸던 셈이다.

 “고발인 윤00이 피의자 오00에게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와 관련하여 경찰수사를 무마할 목적으로 현금 200만원을 건네준 것은 사실로 보이나 피의자 오00은 변호사법위반으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으며 뇌물공여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당시 현장소장 임00도 뇌물공여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수원지검은 피의자 오00의 주거지 및 사무실과 신체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임00,고발인 윤00과 대질조사등을 통해 강도 높게 수사를 했으나 범죄 혐의점 발견하지 못해 형사소추를 전제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실익이 없고 일사부재리 원칙의 위배 및 인권침해의 문제도 우려됩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스스로 ‘강도 높은 수사’라고 표현했지만 금품로비의 핵심인물인 오씨의 자택과 사무실,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왜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검찰은 변호사법위반으로 이미 처벌을 받은 오씨에 대한 추가수사는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뇌물공여죄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기도 전 오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뇌물공여죄 적용을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알박이 처벌’을 한 후 수사를 하는 시늉만 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는 현장소장의 위증죄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현장소장이 부하직원인 윤 전 차장에게 뇌물을 제공하라고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고 믿기 힘들다는 것이 불기소 이유였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현장소장이 지시 없이 실무자들이 알아서 비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사고수습반원이 크레인 조종사가 사고 발생전까지 일하던 조종석을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특수부 수사가 허무하게 막이 내리면서 윤 전 차장은 올해 3월 각각 업무상횡령과 배임죄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특수부가 2014년 수원 광교 현장에서 벌어진 금품로비를 윤 전 차장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리자 특수부 수사결과를 지켜보던 형사부 검사들도 윤 전 차장에게 모든 비자금 조성 및 집행의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윤 전 차장은 올1월 업무상횡령죄에 대해 마지막으로 조사를 받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업무상횡령죄는 담당 검사만 몇 차례 바뀌다가 설연휴 지나서 새로 사건을 맡은 검사한테 연락이 왔어요. 검사가 ‘2년이나 끌었는데 이제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해요. 그동안 전임 검사들이 특수부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었던 것인데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수원 광교 현장에서 2014년부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쭉 설명해줬어요. 처음으로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인 검사였어요. ‘산재 사고가 나면 누가 처벌을 받습니까. 현장소장이 처벌을 받잖아요. 그런데 내가 현장소장이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인천까지 가서 경무관을 만나고 근로감독관에게 로비를 하고 벌금까지 대신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따졌지요. 검사가 얘기를 듣더니 ‘그렇다면 이건 당신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다. 현장소장을 수사해보고 결론을 내겠다’고 했어요. 이미 근로감독관에 뇌물을 전달해 처벌을 받은 1000만원은 횡령금액에서 빼겠다고도 했고요. 피의자신문이 끝나고 진술조서를 검토하는데 같은 방 직원이 다가 와서 ‘우리 검사님은 정의로운 분’이라고 귀띔을 해줬어요. 하지만 정의로운 검사는 없었습니다”

 윤 전 차장은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연이어 업무상횡령죄와 배임죄로 기소됐다는 통지문을 전달받았다. 검사가 약속했던 현장소장에 대한 수사는 없었다. 근로감독관에 전달한 뇌물 1000만원은 물론 현장소장 지시로 대납한 벌금 100만원까지 업무상횡령금액에 포함됐다. 대우건설 로비스트에게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른 인권침해를 우려하던 검찰이 근로감독관에 대한 뇌물공여죄로 이미 처벌받은 윤 전 차장에 대해 업무상횡령죄에 배임죄까지 삼중 처벌한 것이다.

윤 전 차장은 “비리에 침묵한 로비스트만 인권이 있고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고발자의 인권은 없는 거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향신문은 지난12일 수원지검 공보담당 차장검사실에 ‘뇌물공여죄로 처벌한 1000만원을 다시 업무상횡령금액에 포함시킨 이유가 뭐냐’‘검사가 약속했던 윗선에 대한 수사는 왜 진행되지 않았냐’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공보담당 차장검사실 직원은 “차장님에게 보고는 드렸는데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고 했다.

 윤 전 차장은 “근로감독관에 준 뇌물을 업무상횡령금액에서 제외하면 2014년 사고당시 금품로비의 책임을 나한테 덮어씌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강병국 변호사도 “법리적 판단을 떠나 동일한 비자금을 가지고 한번은 뇌물공여죄로, 다시 또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업무상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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