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우산' 잃은 화웨이, 삼성 추격 제동걸렸다

메이트30 구글 앱 지원 중단..2위 고수 힘들수도

(지디넷코리아=이은정 기자)'미국 제재'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가 시험대에 올랐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야심작 '메이트30' 시리즈에서 구글 앱들이 빠지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화웨이는 독일 뮌헨에서 메이트30, 메이트30 프로 등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메이트30는 하드웨어 성능면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핵심 구글 앱들이 빠지면서 '침대 없는 호텔'이란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안보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후 미국과 중국 양국의 거듭된 협상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화웨이 위기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화웨이의 원대한 꿈도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리차드 위 화웨이 CEO.(사진=유튜브 캡처)

■ 2분기 전체 판매량 중 40% 중국 이외 지역서 판매

메이트30 시리즈는 전작과 비교해 고화소 쿼드 카메라, 5G 시스템온칩(SoC), 4천500mAh 배터리와 40W의 유선 충전 등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하드웨어적으로는 전작에 비해 크게 진보했다.

하지만 구글 앱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점은 이런 장점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현재 화웨이 메이트30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만 활용했다. 미국 정부 제재로 별도 계약이 필요한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는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 맵, 지메일, 유튜브 등은 탑재돼 있지 않다.

대신 메이트30에는 화웨이 자체 앱스토어인 앱갤러리가 깔려 있다. 앱갤러리에서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인기 앱들은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앱이 4만5천개 내외에 불과하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60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앱을 수동으로 설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과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원활한 구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서는 구글 앱을 사용하지 않았다. 검색을 비롯한 구글 주요 서비스들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대신 자체 스토어인 앱갤러리를 통해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중국 앱들을 제공했다. 따라서 구글 앱이 탑재되지 않더라도 중국 시장에선 별다른 영향이 없다.

구글 앱이 빠질 경우 중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이 직접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따라서 화웨이가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한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2분기 화웨이의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5천870만대였다. 7천550만대로 점유율 22.7%를 차지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17.6%였다.

IDC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는 스마트폰 3천630만대를 판매했다. 점유율 37%로 중국 시장에선 절대 강자였다.

2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물량 중 중국 이외 지역에서 팔린 것은 2천240만대로 전체의 38.2%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림잡아 10대 중 4대 가량이 해외시장에서 판매된 셈이다.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였던 애플은 3천380만대(점유율 10.1%)를 판매했다. 화웨이에 비해 2천490만대가 더 적었다.

따라서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애플과 화웨이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애플이 최신 모델인 아이폰11 출시 효과를 본격 누릴 4분기에는 큰 격차로 화웨이를 따돌리고 2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화웨이가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소폭 늘렸지만 1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 제재로 성장 모멘텀이 다소 꺾였으며, 3분기부터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망했다.

■ 진짜 타격은 4분기부터…애플에 다시 추월당할 수도

'안드로이드 우산'을 잃어버린 화웨이는 이미 일부 국가에선 시련을 겪고 있다. 최근 닛케이는 일본 이통사 NTT도코모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모델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조치가 다른 이통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화웨이에게 '구글 리스크'가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제품에 대한 사후지원, 보안 패치 업그레이드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문제를 이통사에 항의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소비자의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화웨이 제품을 보이콧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메이트30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모델에 대해선 미국 상무부의 제재 유예 조치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달 출시 예정인 5G 폴더블폰 메이트 X도 구글 리스크의 영향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폼팩터에 더욱 최적화된 구글의 신규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Q 업데이트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폼팩터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앱과 소프트웨어 기능은 폴더블폰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화웨이의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받으며 격차를 벌릴 수 있을 전망이다. 2분기에도 중남미 등 지역에서 이 같은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웨이의 해외 스마트폰 시장 비중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 타룬 파탁 애널리스트는 “화웨이 제재 영향은 다음 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다. 자국에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글로벌 지역에서의 감소를 상쇄하기는 역부족 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웨이의 판매량 감소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삼성 등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lejj@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