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세대 류석춘 교수, 강의서 "위안부는 매춘부"

이대희 기자 입력 2019. 9. 21. 00:02 수정 2019. 9. 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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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부로 볼 수 없다'는 여학생 상대로 "궁금하면 (학생도) 해볼래요?"

[이대희 기자]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가 강의 중 학생들을 상대로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비유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류 교수는 현재 성산업 종사자 여성들이 "살기 어려워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성매매에 나선다며 "과거(일제 강점기)에도 그랬다"고 주장했다.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섰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는 일본 극우 인사들의 인식과 비슷하다.  

해당 발언은 류 교수가 지난 19일 오후 4시부터 연세대 사회과학대(연희관)에서 열린 '발전사회학' 시간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가 옳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도중 나왔다. 

류 교수가 강의하는 발전사회학 과목은 한국의 발전 과정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업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은 "수강 신청 전 에브리타임 앱 등에서 '주로 박정희 시절을 비중 있게 다룬다'는 평가를 봤다"고 말했다. 

이날(19일) 강의의 주된 내용은 일제 치하 한반도 시기였다. 식민지화는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난 일인데, 식민지화 이전 조선이라는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가졌던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유독 한국인이 일본인을 필요 이상으로 적대한다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따라서 해당 '반일 프레임'을 벗어나야 할 때라고 류 교수는 강조했다. 류 교수는 아울러 "일제의 강제 침탈론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강의 중 류 교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 내용을 거론하며 "조선인 노동자, 위안부 전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후 질문과 답변 시간에 해당 발언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성노예 피해자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날 강의에서는 <반일 종족주의> 스캔본이 수업 자료로 활용됐다.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 산업이 있고, 옛날(일제 강점기)에도 그랬다"며 "그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서 매춘하러 간 것"이라고 언급했다. 

류 교수는 처음에는 "(내 주장이 아니라) 이영훈이 한 말"이라고 했으나 이후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나는 이영훈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이 빨리 (피해자) 멘탈을 벗어나야지, 왜 거짓을 자꾸 확대재생산해서 여러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는 한 여학생에게는 더 심각한 발언이 나왔다. 

류 교수는 '성노예 할머니를 매춘부로 보는 게 옳으냐'는 학생의 지적이 이어지자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라며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라고 언급했다. 

제보자는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매우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제보자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반일 종족주의> 내용이 수업 시간에 비중있게 다뤄져 당황했다고도 전했다. 

한 학생이 '위안부' 문제는 국가(일제)가 주도한 취업사기이자 성범죄 아니냐고 재차 질문하자 류 교수는 "이영훈이 이야기하는 건 ('위안소'는) 민간이 주도한 거고 국가는 방치했다는 것이다. 일본 군대가 주도한 게 아니라는 뜻"이라며 "여러분은 이제 '멘붕'이 왔을 거예요. 여태 내가 잘못 알았구나 하고 깨달았으니까"라고 언급했다. 

류 교수는 한편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발언이 거짓이라고도 주장했다.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의 증언이 과거와 지금 다르니 거짓이라는 이영훈 전 교수의 주장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다. 

류 교수는 "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은 북한 추종 단체"라며 "정대협이 끼어 들어와서 할머니들을 모아다 (이렇게 말하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류 교수는 "정대협이 아니었다면 그 분들 각자 흩어져서 자기 삶을 살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떠들고 있다. 일종의 떠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정대협 핵심 간부들이 통진당 간부들"이라며 "정대협은 순수하게 '위안부' 할머니를 위하는 단체가 아니고, 대한민국을 망가뜨리려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이 북한 추종자라고 주장한 지만원 씨는 지난 9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판결 받은 바 있다. 

류 교수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유럽의 다른 식민지 지배와는 달랐다고도 평가했다. 철도를 깔고 공장을 세우는 등 한반도를 공업 선진국화하려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화교가 존재해 식민 모국과 피식민지 피해자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직접 부딪친 게 오늘날 한국인이 일본을 증오하는 비극을 낳았다고 류 교수는 주장했다. 

류 교수는 강의 막바지에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해방 후 반일 프레임이 한국을 지배하면서 한국에 민족사관이 대두했고, 그 사관에 사로잡힌 세력이 문재인 정부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치 성토가 이어졌다. 

류 교수는 "일본이 떠났는데 왜 우리나라가 발전하지 못하느냐. '미국이 들어와서 민족 수탈한다'는 사관이 만들어졌다. 이 사관이 민족사관의 주체사상 버전이고, 80년대 학생운동이 전부 그 생각했다"며 "그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 사람들이 지금 청와대에 들어가 있다. 문재인 이런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문재인과 관제 민족주의는 일본과 담 쌓고 미국과도 담 쌓으려는 것 같다"며 "그러고 나면 (손 잡을 상대가) 그 반대편에 있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겠죠"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계 정부가 한국에 결정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 양극화를 초래한 정부라는 진보층의 평가와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류 교수는 학생들과의 질의 막바지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류 교수는 "여러분은 이상하게 일제 위안부 할머니는 동정하면서 오늘날 매춘 여성은 동정하지 않느냐"며 "여러분이 그렇게 정의로우면 조국 내려오라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어 "왜 그 집회(조국 반대 집회)에는 안 나가냐고. 정유라한테는 생 난리 치더니. 야, 정유라는 말 타서 자기 실력으로 메달 땄잖아"라고 언급한 후 "걔(조국 딸)는 한 게 뭐가 있는데? 지네 아빠 잘 만나서 사기나 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정경심이가 미친 X이지. 표창장까지 위조한 거 다 드러났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 교수는 "여러분도 수요집회하듯이 (조국 반대 집회) 매일 해야 한다"며 "그거는 안 하고 정대협이 따르면서 알량한 정의나 외치고, 엄청 양심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면서. 한심한 거야"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해당 강의에 관한 <프레시안>의 질문에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내가 대답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수업 시간에 토론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 "기자가 수업 내용을 취재하는 건 학문의 자유 침해라고 생각한다"며 추가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류석춘 연세대 교수. 사진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7년 11월 27일 류 교수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고시 부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분야 혁신안 발표 모습.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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