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 누가 아이들을 '물들였나' [커버스토리]

전현진 기자 2019. 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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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고정관념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

봄봄(5·가명)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려온 그림.

봄봄(5·가명)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려온 그림(사진)을 보고 김정덕·박범섭씨 부부는 깜짝 놀랐다. 봄봄이가 그린 그림에는 파란색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 남성이 갈색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옆에는 ‘물방울무늬 핑크치마’를 입은 여성이 어린아이 옆에서 눈웃음 짓고 있었다.

“봄봄아 이거 누구야?” “응 엄마랑 아빠야.” 부부가 놀란 이유는 봄봄이를 키우면서 넥타이를 매거나 분홍색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넥타이나 분홍색 치마는 집에 있지도 않았다.

“봄봄아, 엄마는 치마도 안 입고 아빠는 넥타이도 안 매는데?” “아니야 엄마 아빠야.” “아빠는 넥타이가 없잖아.” “아니야 아빠 맞아.” ‘평범한’ 엄마·아빠의 모습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봄봄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아빠의 모습인 셈이다. 봄봄이는 “선생님이 이렇게 그렸어. 친구들도 다 이렇게 그려”라고 했다.

김정덕씨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공동대표로 각종 사회문제와 함께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는 성평등 옹호 활동을 하고 있다. 봄봄이를 기를 때도 아이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했다. 박범섭씨도 봄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의 성격과 감수성, 재능이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늘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부는 봄봄이가 실제로는 보지 못한 엄마·아빠의 모습을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담아 그려왔을 때 더욱 놀란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배운다. 부모나 조부모, 교사나 친구는 물론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고정관념을 습득하고 자신의 성에 걸맞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게 된다. 파란색과 분홍색, 소방관과 간호사 등 특정 성에 맞는 취향과 역할이 있다고 여긴다. 하다못해 공책 하나도 겉표지의 색과 무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아용’ ‘여아용’으로 나뉘는 것도 이런 고정관념 때문이다.

아이들은 언제 이 같은 고정관념을 갖게 될까. 성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언어를 사용하는 등 세상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만 2세 무렵부터 아이는 고정관념과 함께 자란다. 만 3~5세쯤에는 본격적으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습득한다.

성에 대한 아이의 고정관념은 어른이 되어서도 고치기 힘든 편견과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 아이들의 고정관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정치하는엄마들의 협조를 받아 생후 약 24~72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부모 6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키우는 아이는 여아 4명, 남아 3명이었다. 아동의 고정관념을 연구한 논문 10여편과 유튜브·동화·장난감 등 아이들이 즐겨 찾는 콘텐츠들을 참고했다.

◆누가 우리 아이를 ‘발레 공주·태권 왕자’로 만들었을까

봄봄(5·가명)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교재에는 엄마가 하는 일과 아빠가 하는 일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제공

“왜 치마 안 입어, 화장 안 해?” 4살 딸이 엄마에게 묻기 시작했다 가르친 적도 보여준 적도 없는데 어느새 성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두리(4)는 최근 엄마와 찾은 키즈카페에서 한 남자아이를 처음 만났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처음 만난 친구와 잘 어울리는 두리는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고 했다. 둘은 엄마랑 아빠를 나눠 맡는 역할 놀이에 들어갔다. 두리가 “일하고 와”라며 남편 역할인 남자아이에게 가방을 건넸다. 익숙하고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두리 엄마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 모습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여러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외부활동도 남편보다 많다고 했다. 두리가 ‘연기’한 아내의 모습은 그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보여준 적이 없던 것이었다. 그는 “딸의 모습을 보고 마음 한쪽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며 “남편에게 ‘돈 벌어와’ 하는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였다. 가정주부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아내에 대한 고정관념이 담긴 모습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해 놀랐다”고 했다.

두리는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배운 것일까. 두리가 이런 고정관념이 담긴 행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최근엔 좀 잠잠해졌지만 “엄마는 왜 화장 안 해?” “엄마는 왜 치마 안 입어?”라고 질문하며 치마를 즐겨 입지 않는 엄마의 모습에 의문을 품었다. 자신이 ‘공주풍’의 치마와 리본에 탐닉했기 때문이다. 평소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보거나 화장하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장 활동가는 두리에게 화장에 열중하거나 외모에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의아했다.

장 활동가는 “예쁘고 날씬한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시크릿 쥬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 부모가 보여준 적이 없음에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가 <시크릿 쥬쥬>에 나온 옷을 입은 걸 보거나, 이런 모습을 주위에서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걸 아이가 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고정관념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 고정관념에 둘러싸인 ‘아이의 세계’

경향신문과 만난 2~7세 아동의 부모 6명은 자녀들이 남녀 성별을 떠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답게 자랄 수 있길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기르기 위해 꽤나 신경을 쓰는데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노출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부모는 주양육자지만, 정작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이 전체의 삶에서 일부일 뿐이다.

어린이집 등원이 일반화되고 키즈카페 등의 공간이 늘어나며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빨라졌다. 유튜브를 비롯한 키즈 콘텐츠의 확산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다. 부모가 아무리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 양육하려고 해도 성별 고정관념을 습득하는 건 이 때문이다. 부모는 물론, 교사 한 두 사람이 편견을 배제하고 아이를 대하려 해도 고정관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이들은 이런 ‘사회화’ 과정에서 새로운 미디어나 유행하는 콘텐츠를 접하고 고정관념이 담긴 모습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봄봄이(5·가명)도 그랬다. 봄봄이는 섬세한 남자아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이불을 치마처럼 둘러 입혀주면 ‘나는 공주님이야’라고 하거나, 매니큐어를 칠하고 화장하는 모습을 따라하기도 한다. 감수성도 풍부한 편이다. 이런 면은 보통 남자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받는 특성이다. 고정관념이다.

그런 봄봄이도 지난해 조금 달라졌다. 나쁜 사람을 혼내주거나 체포하는 것 같은 행동으로 장난을 치고, 주먹이나 발을 쓰면서 싸우는 다소 폭력적인 놀이도 했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가 당연히 한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 박범섭씨는 아들이 E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꿈동산>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 번개맨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추측했다. 봄봄이는 번개맨에게 푹 빠져 지내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번개맨 옷만 입을 정도로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여자아이들이 변신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소피루비>를 따라할 때면 남자아이들은 번개맨 놀이를 했다.

아빠 박씨와 엄마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TV 등의 콘텐츠, 어린이집의 교육과정 등 아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보고 있다. 봄봄이가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사용한 누리과정(만 3~4세) 교재를 보면 ‘우리 엄마가 하시는 일’에 화장하기·나에게 책 읽어주기 등이, ‘우리 아빠는 이런 일을 하세요’에는 여행가기·컴퓨터하기 등의 항목이 있다. 요리하기·운동하기 등 같은 것도 있지만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 ‘숨은그림찾기’에는 한복을 입은 두 여성이 요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반면 ‘무얼 먹을까요’라는 항목에선 근육질 남성이 등장한다. 요리하는 여자와 먹는 남자.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부지불식간에 습득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될지 부모는 알 수 없다.

■ 3~5세,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시간

아이들이 접하는 교재, TV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 속에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남아 있다. 여성은 가사를 도맡거나 한껏 꾸민 예쁜 모습으로, 남성은 강인하고 용감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유튜브 캡처

성역할 고정관념은 한 사회 안에서 성별에 따라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특징들을 가리킨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에 따라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특징을 학습하게 되는데, 이 ‘적합함’은 개인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태어난 성별에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말한다. 사회·문화적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에 고정관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컨대 이성적·감정적, 용감함·아름다움, 멋있음·예쁨 같은 특성은 특정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만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적용된다. 고정관념이다.

어린이집 만 3~4세용 교재 내용 엄마·아빠 하는 일 항목 다르고 여전히 ‘요리하는 여자, 먹는 남자’

이런 고정관념이 문제가 되는 건 개인마다 다른 재능과 취향, 선호도가 성별에 따라 억제되고 강요되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색을 즐기는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뛰어놀아야 한다’며 혼이 난다. 공놀이를 하거나 모험심이 가득한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는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주의를 받는다. 어린이집에서 색칠놀이를 하면 남자아이는 로봇, 여자아이는 공주 그림 위에 색을 칠한다. 어린이집이 제공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은 남자아이에겐 태권도, 여자아이에겐 발레로 나누어진다.

어른들이 별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서도 아이들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아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여자아이에게 칭찬의 의미로 “예쁘다”고 하거나, 남자아이에게 “남자가 울면 안 되지”라고 하는 말들이 그렇다. 어른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이 아이에겐 자신이 취해야 할 적합한 행동과 가치관으로 규정짓는 잣대가 된다.

두 딸을 키우는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7살 큰딸이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가장 놀랐다고 했다. 엄마의 눈에는 저체중인 아이들이 다이어트를 생각할 정도로 외모에 신경 쓰는 모습이 생소했다. 날씬하고 예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면서 화장과 외모 가꾸기에 눈을 뜨게 됐다는 것이 엄마의 짐작이다.

강 활동가는 “나름대로 고정관념 없이 키우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어느새 보여준 적도 없는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치마를 유독 좋아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부쩍 쓰게 됐다”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화장품을 쓰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정말 걱정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는 언제 이런 고정관념을 습득하게 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공통적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성에 대해서 인지하기 시작하는 2세 무렵부터 아이가 고정관념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후 약 24개월 된 여아를 키우고 있는 손모씨는 “아이가 아직 언어 표현을 제대로 못 하지만 유독 엄마의 구두를 신거나 거울을 보며 화장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아이에게 화장하는 모습이나 구두를 신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아빠가 아닌 엄마의 구두를 신는다는 데에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같은 여자라서 엄마의 구두를 고른 것인지,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 엄마의 물건과 행동에 선호를 나타내는 것인지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손씨는 아이가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고 고정관념을 배워가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언어 표현이 능숙해지는 만 3~5세 무렵에는 구체적인 성별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고정관념을 빠른 속도로 습득한다. 아이들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발견하고 이를 따르게 된다. 남자아이들이 파란색 변신로봇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들이 분홍색 치마를 입고 공주놀이를 하는 것도 이무렵부터다.

■ “성 고정관념은 천부적 재능 제한”

이런 선호가 성별에 따른 본능적인 것인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세계의 영향을 받게 되고, 이렇게 생긴 고정관념이 아이의 성장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안 좋은 영향을 남기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럽성평등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Gender Equality)는 성 고정관념이 사람의 천부적인 재능과 능력의 발달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노출되면 교육과 전문적인 경험, 다양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공구를 가지고 놀기 좋아해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여자아이에게 ‘그건 여자직업이 아니야’라고 말하거나 요리를 하고 싶어하는 남자아이에게 주방에 들어가면 ‘큰일’ 난다고 말하는 것이 전형적인 예다. 한번 습득한 고정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10살 무렵까지 사회생활이나 교육을 통해 일부 완화되거나 더욱 공고해진다. 초등학교 2~3학년 무렵에는 자신에게서 타인에게로 관심의 영역이 넓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타인과 비교하며 고정관념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남자아이의 성 고정관념이 여자아이에 비해 강해진다는 게 많은 연구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이다.

TV 프로그램·유튜브 콘텐츠까지 날씬하고 예쁘기만 한 여자 주인공 7살 딸 아이 벌써 “다이어트해야” 피하기 힘든 ‘고정관념의 세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달라져야”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정화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초등학생의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학년 및 성별 차이 연구>(2009)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성역할 고정관념이 낮으며 성별 구별 없이 여학생에 대한 고정관념보다 남학생에 대한 것이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좌현숙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구논문 <성역할 고정관념 발달궤적의 성차와 예측요인>(2011)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의 남녀 성차가 존재하는데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이 전통적이고 덜 유연한 특징을 보였고,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고정관념이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고 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성별 차이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다만 남성에게 과도하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과하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일상에서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해석과 남성중심 사회에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유지되는 것이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이런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고정관념에 대한 교정이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이므로 자신의 행동과 인식이 고정관념에 해당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시기로 삼을 수는 있다. 자신이 지닌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깨닫고 알게 되는 것이 고정관념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출발점이 된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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