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美대선 화약고로 부상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입력 2019.09.22. 09:48 수정 2019.09.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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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바이든과 그의 아들 관련 의혹 재조사" 요구..바이든에게도 '양날의 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뉴시스

이번 의혹은 내년 미국 대선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을 지녔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외국 정상에게 대선 경쟁자의 뒷조사를 요구했는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수위를 달리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양날의 칼이다.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의 이사회 멤버였던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이나 바이든에 대한 비리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법무부는 관련 자료를 의회로 넘기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자료 공개를 둘러싼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 간의 육박전도 가열될 조짐이다.

WSJ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코미디언 출신으로 지난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갖고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할 것을 8번 가까이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조사를 요구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이사회 멤버로 있었던 우크라이나 민간 가스회사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2016년 초 우크라이나에 “빅터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약 1조 18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쇼킨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트럼프 진영의 줄리아니 변호사는 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우크라이나의 유리 루센코 검찰총장은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에 “적어도 현재까지 헌터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법을 어겼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줄리아니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킨 대통령 간의 통화 며칠 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젤렌스키의 보좌관인 안드리 예르막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줄리아니는 바이든 아들이 이사로 있던 가스회사에 대한 재조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였던 폴 매너포트의 우크라이나 관련 정보가 공개될 때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전(前) 정부와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매너포트는 우크라이나의 친(親) 러시아 성향 정치인들에 대한 컨설팅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 물밑거래를 의심할 만한 심증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러시아에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 4월 대선 승리 이후 정상회담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모른 체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로 했다. 미국은 또 2억 5000만 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보류했다가 최근에 지원키로 확정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또 “이는 엄청난 권력 남용으로 보인다”면서 “하원은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내가 (대선에서) 그를 북을 치듯이 때릴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권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금도 계속 범죄를 저지르는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나는 (두 정상 간)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으며, 압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언론 등 비판세력을 겨냥해 “그들은 ‘바이든 스캔들’을 ‘트럼프 스캔들’로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잘못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정보기관 안에 대통령을 몰래 염탐하는 미국인 스파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CNN방송은 문제의 통화는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개 증언한 바로 다음날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 불감증을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도 고민은 없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은 바이든 편에 서 있는 민주당의 경쟁자들이 대선 후보 경선이 계속될 경우 이 문제를 가지고 바이든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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