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심층 인터뷰] "친한파, 지한파들도 '질렸다'며 '한국 졸업' 선언" "돈 되면 뭐든 하는 혐한 비즈니스 성황"

정현상 기자 입력 2019.09.22. 10:01 수정 2019.09.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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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日 거주 언론인 유재순이 전한 밑바닥 여론

[신동아]

● “지소미아 종료 후 지한파도 단교 원할 만큼 싫어해”
● 나카마(동료) 의식이 지소미아 종료 뒤 배신감으로
● “선대가 저지른 전쟁범죄, 사과하고 싶지 않다”
● MB의 국왕 사과 발언 이후 혐한 분위기 고조
● 한국 정부 논리 부족,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 된 듯
● 주일 한국대사관 제 기능 못 해
● 국가 간 협정과 개인적 피해보상 왜 다른지 설득해야
● 한일관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 뒤 다시 시작해야

[지호영 기자]
"지금 일본 사회는 한국에 대해 매우 격앙돼 있습니다." 

일본에서 32년째 거주해온 언론인 유재순(61) JP뉴스 대표는 한국에 대한 일반 일본인의 의식 변화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JP뉴스'는 도쿄에서 일본 뉴스를 한국어로 보도하는 언론 매체이며, 이곳의 대표인 그는 1987년부터 일본에 거주하며 언론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의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와 관련, 유 대표의 취재 내용을 도용한 문제로 표절 시비가 있었는데 유 대표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받았다. 

유 대표는 아베 총리가 관방장관일 때 납북 일본인 송환 문제와 관련해 특종 보도를 하는 등 수많은 특종을 한 언론인이며, '일본은 지금 몇 시인가' '하품의 일본인' 등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1981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난지도 사람들'로 등단했다. 1986년엔 올해의 여성상도 받았다. 

유 대표는 최근 여러 국내 방송에 출연해 한일관계와 관련한 분석을 알기 쉽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신동아'는 꽉 막혀 있는 한일관계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본 사회 기저 흐름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유 대표를 인터뷰했다. 마침 유 대표는 9월 초 신간 출간을 앞두고 서울에 머물다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기 직전 3박4일로 일본을 다녀왔다. 도쿄에서 시간을 쪼개 일본 정부 관계자, 기자, 작가, 출판 관계자, 비즈니스맨 등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하고 왔다.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지난 한 달 사이에 너무나 많이 변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30년 넘게 일본에 살면서도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일본 지인들의 모습을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들 중 지난 수십여 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지한파(知韓派) 가운데 한 사람은 저와 인터뷰하면서 '한국과 단교를 해도 좋을 만큼 한국이 싫어졌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야기를 한국특파원 출신 진보 매체 기자나, 혹은 수십 년간 한국 관련 책을 출판해온 70대의 편집자도 서로 입을 맞춘 것처럼 똑같이 쏟아냈다는 것입니다. 아베 정부 내각 각료나 관계자들이 TV 방송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서 주장하던 내용들을, 이제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똑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개월 넘게 한일 양국이 서로 물어뜯고, 지지고 볶는 과정에서 어느새 지한파 일본인들도 매스미디어의 혐한(嫌韓) 최면술에 세뇌돼 극우 인사 같은 발언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은 자신의 의견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걸 어른스럽다고 생각하고 또 미덕으로 여기죠. 그런 일본인들이 지금 자신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상당히 격앙돼 있는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의 '혼네'

유 대표는 한 지한파 일본인에게서 들은 충격적인 혼네(本音·본마음)를 이렇게 전했다. 

"그동안 나는 일본 지식인 중에 상식적인 좌파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해도해도 너무 한다. 언제까지 식민지 시절에 대한 피해 보상과 있지도 않은 강제징용, 강제 연행 위안부 타령을 할 것인가. 그들은 제 발로 돈 벌기 위해 자원해서 노동자로, 위안부로 간 사람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식이 결여돼 있고, 한국민은 속으로는 일본을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반일을 외친다. 일본인들도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젠 지쳤다. 한국과 단교를 해도 좋을 만큼 한국이 싫어졌다." 

물론 일본 국민 여론도 겉으로는 아직 한일관계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듯하다. 9월 9일 민영방송 TBS 계열 매체 JNN이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79%가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쪽이 좋다"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에는 76%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고, 한국을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는 59%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독립유공자 및 후손들과의 오찬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을 분리해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 집단이 한국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며 공세를 펴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량한 일본 국민은 그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재순 대표가 전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런 분리 대응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일본 경제에도 타격

8월 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 아베 정권의 대한(對韓) 경제보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본에서 처음 열렸다. 하지만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이후 경제보복을 지지하는 이들이 더 늘었다. [김범석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8월 30일~9월 1일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한다'는 답변이 67%였고, 7월 말 조사 때보다 9%포인트 올랐습니다. 이것이 일본 사람들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여론조사인지요. 

"이 여론조사는 현재 일본인들의 마음을 비교적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앙케트 조사 결과가 만약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되던 7월 1일 직후에 나왔다면, 저는 당연히 일부 우익 성향 일본인들의 부분적인 반응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67%라는 지지 수치가 현재 일본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나 감정은 정말 최악입니다." 

- 실제로 일본 여론이 그렇다면 그것을 등에 업고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관세, 비자, 금융 등도 일본의 다음 조치가 될 수 있는지요. 

"여러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관세, 비자, 금융 이 세 가지를 놓고 아베 정부가 추가 제재 대상으로 저울질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변수가 생겼습니다. 이것은 일본 정부의 내부적인 문제인데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더욱이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직도 준비가 덜 된 경기장 시설물,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 오염수 유출과 부실 관리 은폐행위 등 일본 국내 문제만 해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아베 총리가 강경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당분간은 추가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7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량이 전달보다 80%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새롭게 허가를 받은 기업이 수출을 시작하면 수출량을 회복할 것"이라며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이미 뒷말이 많고 불만이 폭발 직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가 한국산 불화수소 사용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같은 불만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에 대한 불만 들끓어

실제로 일본 경제 신문사에 근무하는 한 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다수 일본인이 '아베 총리는 왜 한일 역사 문제에 우리 기업들을 끌어들여 이렇게 힘들게 하나.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끼리 싸워야지, 만약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죽는다. 지금도 많이 힘들다. 어차피 일본과 한국 기업은 공생, 공존하는 관계다. 이걸 아베 정부가 마구 헤집어놓고 있다. 거기에 한국 정부가 맞불을 놔 국민들이 반일로 대응한 것 아닌가.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이다'라며 노골적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공식적으로는 '수출량 회복'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경단련과 여러 기업으로부터 직간접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대표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오히려 일본 관광 소도시들에 타격을 주고 있고, 그로 인해 아베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때 저는 일본 정부의 급소는 자동차도, 유니클로도, 아사히 맥주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어차피 일본은 기술 대국입니다. 그런 만큼 '메이드 인 재팬'의 자동차, 의류, 음료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한다고 해도 전체 기업 운영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아베 정부에 압력이 될 만큼 결정적인 치명타가 되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유명 관광지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사카 아래 지역의 구마모토, 벳푸, 규슈, 후쿠오카, 오키나와 그리고 홋카이도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곳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754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고, 여행 경비로 일본에서 쓴 돈이 6조4000억 원이나 됩니다. 838만 명을 기록한 중국인에 이어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습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적게는 2~3명, 많게는 7~8명의 종업원으로 구성된 자영업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관광객이 많이 오느냐 적게 오느냐에 따라 하루 수입이 정해지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지요. 만약 이런 곳에 한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지역 경제가 치명타를 입습니다. 실제로 일본여행 보이콧 운동으로 앞에 예시한 관광 지역에 7~8월 두 달 동안 25~50%, 대마도 같은 지역은 90% 이상 매출이 급감해 자영업자들이 생존 위협에 시달린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자연히 그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베 정부에 대한 관광지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비명이 목까지 차올라와 있으니까요." 

-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 강화 및 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관광산업이라는 것은 관광객이 계속해서 왔다 가는, 그래서 순환식으로 돌고 돌아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끊어진 관광객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궁여지책으로 돗토리현의 히라이 신지 도지사가 7월 31일 관광객 감소로 피해를 본 관광 자영업자들에게 최다 2억8000만 엔의 자금을 1.43%라는 저리로 융자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관광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한국 관광객 대신 동남아 관광객이 찾아오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지만 이마저 실효를 보지 못했지요. 급기야는 히라이 도지사가 9월 3일 한국에 들어와서는 대형 여행사를 돌며 관광 판촉에 나섰을 만큼 일본여행 보이콧 운동이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의 노골적 반한·혐한

-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한국민의 반일운동, 불매운동이 확산됐는데요. 이에 대해 보통 일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7월 초만 해도 일반 일본인은 그다지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동안 교과서 왜곡,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불거지고 화해를 반복해와서인지 처음에는 '또 시작이야?'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과거에 한일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겪어왔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이번에도 '그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유니클로 본사 사장이 '한국인들은 그러다 말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돼'라고 말한 것도 그런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하고 종료를 선언하자 반한 분위기로 확 바뀌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반(反)아베를 외치던 이들마저 한국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 같은 의식 저변에는 그래도 한국은 이웃 나라이고, 미국이라는 우산 아래 함께 있다는 나카마(동료) 의식이 있었는데, 지소미아 연장 거부로 배반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아베 정부의 노골적인 반한 적대감 발언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본 매체, 특히 영향력이 큰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우익 성향의 일본방송(4번 채널)과 후지 텔레비전(8번), 2채널과 DHC 같은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반한·혐한 방송을 내보내다 보니 어느새 일본 시청자들이 그들의 말에 세뇌당한 것도 결코 무시할 순 없습니다. 이들 혐한 방송이 시청률이 높게 올라가다 보니 진보적인 아사히신문 계열의 '테레비아사히', 마이니치신문 계열의 TBS마저 혐한 방송에 뛰어들었습니다. 거의 전 방송사가 매일같이 반한, 혐한 방송을 내보내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시청자마저 혐한 의식에 젖어들었지요."

국왕은 일본인 마음속 종교

- 일본에 반한, 혐한 분위기가 확산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일본에서 혐한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독도를 방문했을 때부터입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후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맹렬히 항의했습니다. 

반면 대다수의 일본인은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사실 자체에는 그리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 관계자, 우익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일본인은 독도가 섬인지 식당 이름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문제는 8월 14일 이 전 대통령이 교사 워크숍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 국왕은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었습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일본 국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입니다. 이유는 '왜 가만히 있는 국왕(천황)까지 건드리느냐, 한국에 갈 생각도 없는 국왕에게 왜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느냐'는 것이 일본 국민의 분노 요지였습니다. 

당시 일본 국민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셌습니다. 일본에서 국왕은 비록 헌법상 상징적인 인물에 불과하지만, 일본 국민 마음속에는 하나의 종교와도 같습니다. 실제로 내면적으로는 국왕을 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일본인들의 구심점이 되는 겁니다. 자신들이 '하늘의 신'이라는 의미로 부르는 '천황'이, 사실은 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일본인들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일종의 존경심, 경애심, 존재감에서 마음속으로 국왕으로 떠받들며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영향으로 일본 매스컴에는 국왕 비판은 절대로 언급하면 안 되는 3대 '터부(금기 사항)' 가운데 하나로 인식돼 있습니다. 나머지 둘은 조센진(조선인을 비하해 차별적으로 부르는 말)과 부락민(백정 출신이나 호적이 없는 이들을 가리킴)인데, 일본 언론에서는 설사 우익 매체인 산케이신문이라 해도 이 세 가지 터부는 깨지 않습니다."

혐한 비즈니스

- 혐한, 반한 분위기를 이용한 언론 보도와 책 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혐한 비즈니스'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전 대통령의 국왕 사과 발언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혐한 분위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확산돼 마침내는 출판계까지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혐한 논조, 혐한 내용의 기사는 무조건 언론 매체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인지도도 없고 판매 부수 10만 부도 채 넘지 못하던 3류 신문 산케이가 한국 때리기, 즉 혐한 기사로 일약 전국구 신문사로 업그레이드되고, 주간 신조, 주간 포스트 같은 시사 주간지의 경우 혐한 기사만 실으면 5만~10만 부까지 판매 부수가 늘어났습니다. 혐한 내용의 단행본도 여차하면 10만 부는 우습게 팔렸고요.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가 '혐한 비즈니스'입니다. 

2012년 8월 당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일본에 소환됐던 주한 일본 대사관의 대사가, 바로 요즘 물고기가 물 만난 듯이 종횡무진으로 이 방송사 저 방송사를 돌며 가짜 뉴스와 혐한 발언을 마구 쏟아내는 무토 대사입니다.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문재인이라는 재앙'이라는 책도 낸 바 있는 극우 혐한론자입니다. 

아무튼 이 혐한 비즈니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제는 TV방송사마저 혐한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출판계나 방송사들이 장기간 불황으로 경기 침체가 오래되다 보니, 돈 되는 것이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강박관념이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 과거의 전쟁 책임에 대해 일본 지식인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고,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요. 

"과거 태평양전쟁에 대해 대부분의 일본인은 해서는 안 될 전쟁이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입 밖에 내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태평양전쟁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나 법조인, 작가 등 유명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일본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본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이지요. 

문제는 이 같은 역사의식이나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즉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새롭게 나서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주장해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에 별다른 영향이나 압력을 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과거사만 없다면 선진국 시민

‘한국은 필요 없어’라는 타이틀의 특집 기사를 실은 일본 중견 시사 주간지 ‘주간포스트’ 9월 13일자 표지. [인터넷 캡처]
- 대개의 일본 사람들은 과거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기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일본인 특유의 국민성입니다. 타인과는, 그 상대가 부모나 형제일지라도, 절대로 얽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일본인의 내면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인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예의를 깍듯이 지키며 일정한 선을 긋습니다. 일종의 국민성이죠. 또한 이 같은 사고방식이 일본 사회에서는 상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국민성에 일본은 가해자, 한국은 피해자라는 구도가 일본인에게는 정말로 견딜 수 없는 과거 문제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1945년 일본 패전 이후에 태어난 일본인들의 경우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합니다. 선대가 저지른 전쟁범죄와 침략 행위에 대해 자신들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끔찍이도 싫은 거죠. 

현재의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36년간의 강점기 시대를 비롯해, 태평양전쟁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매사에 근면하고 예의 바른 선진 국민으로서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으며 살 수 있는데, 한국이 자꾸만 과거 역사 문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가능하면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일본인의 솔직한 속내입니다. 과거 역사 문제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분명 일본인이 사과하고 배상해야 하는 책임 문제가 따를 텐데, 그런 현실이 자신들에게는 부담스럽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거지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과거 역사 따윈 관심 없어, 아니 모르는 것이 상책이야'라는 생각이 그들 내면에 뿌리박혀 있는 겁니다. 

특히 친일적인 행보를 걷는 대만과는 달리 한국은 강제징용 노동자 피해 배상,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合祀)된 조선인 유해 반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죄 요구 등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습니다. 더구나 이들은 1965년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 유상 2억 등 총 5억 달러를 받고 맺은 한일협정을 통해 과거 역사적 빚은 모두 청산됐는데 지금 와서 웬 딴소리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 일본인들은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고,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일부 극단적인 우익 성향의 일본인 중에는, 과거 역사를 물고 늘어지는 한국만 없으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우아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과 단교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와서 이런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고요. 그 단적인 예가 9월 13일 날짜로 발행된, 한 주에 50만~60만 부를 발행하는 중견 시사 주간지 '주간포스트'가 '한국은 필요없어'라는 타이틀로 혐한을 넘어 단한(斷韓)을 주장하는 특집을 꾸민 것입니다. 이것이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됐지만 이 주간지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평소 전체 발행 부수에서 60~70%만 팔려도 대성공이라고 하는데, 이 한 사례만 보더라도 현재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로미터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이 미국 의견 거부해 충격

-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이 먼저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을 불신했으니,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고, 우리 국격을 지킨 것이다"라고 주장했는데요.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돌아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 마디씩 툭툭 내던지며 한국을 모욕하고 잘근잘근 짓밟는 듯한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여기에 맞서 한국 정부는 한국민의 자존심과 나라의 국격을 생각하고 지소미아를 종료하느냐, 아니면 국익을 생각해 연장하느냐 하는 두 가지 선택에서 국격을 지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비록 한국 정부가 싫긴 하지만 한미일 공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8월 7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정부는) 연장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으니까요. 사실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확답에 가까운 언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감히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리라고는 1%도 생각지 못했던 거지요. 그런 만큼 충격도 컸지요. 

그런 한편으론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고 연장해주기를 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를 계속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아베 정부는 논리적으로나 의미적으로도 지소미아 협정이 '종료'가 적확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파기'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일본 국민이나 네티즌 반응은 어떠한지요. 

"일본의 일반 국민도 깜짝 놀랐고요.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것에 놀란 것이 아니라 국력이나 경제력 면에서 일본보다 훨씬 작은 나라 한국이 미국 정부의 의사를 거부하고 '감히'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아베 총리의 경우 일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미국의 충견, 트럼프 대통령의 꼬붕'이라고 지탄을 받을 정도로 굴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터라, 일부 일본인 중에는 한국 정부가 '경이롭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아베 정부는 일본 국내적으로는 지소미아 종료가 안보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쳤고, 일반 국민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아베 정부는 지소미아연장 종료에 대해서 대한(對韓)용 발언과 일본 국내용 주장이 전혀 다른 이중 정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

- 한일갈등을 해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본 사회의 시각은 무엇인지요. 

"일본 정부는 물론이지만 일본 언론이나 식자층에서도 한국 정부가 우선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일본의 경제 보복도 대법원 판결로 시작된 것이니까 문재인 정부가 먼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거죠. 대법원 판결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후 일어난 일련의 상황이 모두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베 정부의 각료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대법원 판결 문제만 해결하면 나머지 문제들은 자동적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은 문재인 정부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지요." 

-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의 외교전략 부재예요. 물론 나름대로 전문가들이 있어 열심히 뛰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외교는 국내 정치와는 달라서 그 나라에 맞게 외교 전략을 펼쳐야 되는데, 우리 정부가 웬일인지 국내적 사고방식으로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외교라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능구렁이' '교활하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국익을 우선으로 놓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먼저 감정을 들이대니까 논리적인 일본에 매번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겁니다. 일제강점은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과거사이죠. 하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현재 일본으로부터 국익을 먼저 취한 다음 과거사 문제를 논해도 늦지 않다는 거죠.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외교가 아닐까요."

외교 논리가 중요한 이유

9월 3일 개각으로 새로 출발한 일본 아베 신조(왼쪽에서 세번째) 내각의 각료 대부분이 우익 성향 단체인 ‘일본회의’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뉴시스]
- 그만큼 외교전에서 논리가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외교관계에서 논리가 왜 중요한지 알게 하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20년 넘게 한국 정부 기관이나 정치인들의 통역을 해온 재일동포 분에게서 올 초에 들은 얘깁니다. 

‘제가 오랫동안 통역 일을 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가장 부끄럽게 여기게 한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 공무원과 정치인이에요. 어떤 이들은 일본에 공무 출장을 올 때도 기초적인 공부조차 하지 않고 옵니다. 그래서 5분 정도 통역을 하고 나면 대화의 맥이 끊기기 일쑤입니다. 반면 일본 측은 집요하리만큼 논리적인 주장과 반박을 내놓습니다. 한국 정치인들은 역사 문제를 항의하러 왔다면서 언론에 난 자료 외에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정보는 하나도 없어요. 일본 측은 이미 언론에 난 내용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방어할 자료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자기네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들이대며 공세를 폅니다. 분명 우리가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대화하다 보면 입장이 뒤바뀌는 듯한 상황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너무도 창피해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이런 상황이 지속돼선 절대 안됩니다." 

- 그동안 친한파, 지한파는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일본의 친한파, 지한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들입니다. 자국민의 비난을 무릅쓰고 한국 측에 서서 옹호해주려고 해도 손발이 잘 안 맞는다는 겁니다. 가령 아베 정부는 경제보복에 대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저버린 한국의 신뢰성이 떨어졌다.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그동안 한국을 우대해준 것이고, 이번에 단지 그 우대 조치를 취소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똑같이 심사를 받으면 된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일본 국민에게 제대로 먹혀 아베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입니다. 

친한파, 지한파들의 이야기는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한일협정 내용과 작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차이와 법률적 해석을 아베 총리처럼 알기 쉬게 요약해서 일본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일본 국민을 향해서도 설명했어야 한다는 거지요." 

- 실제 현재 우리 정부의 대처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요. 

"아쉽게 그들은 한국 정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말합니다. 조언을 해줘도 무시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본인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도 일본 언론이나 문화계에 제법 영향력이 큰 작가나 아사히신문·교도통신 기자 등 골수 지한파들이 한국 측의 치밀하지 못한 외교 전략에 손사래를 치며 '한국 졸업(지지 철회)'을 선언했습니다. 한국 입장에선 사실상 아군이 사라져가는 정말 큰 손실이죠.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실상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일 한국대사관도 국민 세금으로 가동되는 만큼 그 역할이 많이 아쉽고요. 오죽하면 일본 외무성 사람들이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이 일본인과의 스킨십을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할까요. 그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대사관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대사관 직원들이 한국 교민들과 골프 치고 술 마시고 친목을 다지는 교류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을 일본 정부에 올바로 알리고, 그 위에 일본인들을 상대로 한국을 홍보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친한파, 지한파 일본인들의 사기도 올려주고 이들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것이 대사관의 기능과 역할인데, 현재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 같은 면에서는 참 많이 부족합니다."

과거사 악순환 언제까지?

- 유 대표님이 생각하는 한일갈등 해법은 무엇인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양국이 이참에 한번 갈 데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벼랑 끝까지 가서 모든 힘이 소진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양국의 힘이 모두 빠지고 나면 그때부터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려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한일 양국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심한 갈등을 빚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타협해버리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역사 문제에 대한 사과 요구는 한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있어 왔지요. 그러면 일본인들은 '또 사과 요구?' 하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고요. 

이렇게 소모적으로 되풀이되는 양국 관계보다는 차라리 끝장 토론이든, 싸움이든 마지막까지 간 다음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겁니다. 정치는 정치, 외교는 외교, 역사는 역사대로 각 부문 전문가들이 모여서 처음부터 체크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잘못 끼운 단추는 다시 맞춰 끼우고,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 억울하거나 피해를 본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주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에 두 번 다시 과거사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요. 아무튼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역사 관계는 매듭을 지었으면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한류'라는 아성도 일본에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극일 하려면 논리 재무장과 감정 자제 필수

- 마지막으로, 한일갈등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앞에서도 누차 말씀드렸지만 한국인들이 일본인과 마주했을 때 부족한 점이 바로 논리적인 근거입니다. 수십 년간 일본 취재 현장에서 뛰면서 속으로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일본은 기록 문화라는 아주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비록 개인이라도 어떤 문제점에 부딪히면 바로 그 이유를 추적해 들어가죠. 우선 자기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집요하리만큼 찾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행동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죠. 이 같은 일본인들의 성격은 초등학교 6년 과정 동안에 모두 내 몸의 피와 살처럼 체계적으로 형성 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논리적 사고를 지닌 일본인이 됩니다. 

한국인의 경우 감정이 풍부해 감성적인 것은 좋지만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즉 한일 간 역사 문제로 양국이 대립할 때 일본인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간 협정과 개인적 피해 청구권이 왜 다른지, 법률적으로 왜 별개의 문제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극일(克日)하려면 논리적 재무장과 감정 자제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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