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검사' 황교안의 스티브 잡스 흉내..득 될까, 독 될까

성한용 2019. 9. 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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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막전막후 286
황교안 대표, 삭발에 면바지 입고 민부론 설명
정치인 이미지는 내면의 정체성이 '외화'된 것
전두환 '총'-노태우 '물'-김영삼 '깡'-김대중 '한'
이미지 쇄신 섣불리 시도하면 실패 가능성 커
황교안 대표 정체성은 '공안검사-법률가-총리'
치안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면 대통령 될 것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인의 이미지는 단순한 ‘상’(象)이 아닙니다. 정치인은 선출직 공직자입니다. 선출직 공직자는 유권자의 표에 의해 당락이 결정됩니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치인의 이미지는 허상이 아니라 실체입니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을 오래 속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여러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여러 사람을 오래 상대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가 가진 내면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외화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의 이미지를 한 글자로 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얘기를 들은 것은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전두환은 ‘총’(銃)이었습니다. 총은 무서운 살상 무기입니다. 그는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고 5·18 항쟁에 나선 광주시민들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철권 강압 통치로 정권을 유지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년 11월 연희동 자택 응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며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는 ‘물’이었습니다. 그의 별명은 ‘물태우’였습니다. 물의 특징은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모든 틈으로 스며드는 것입니다. 그는 친구(전두환) 뒤를 따라다니다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김대중 양 김 씨의 분열 덕분에 당선됐습니다. 물은 홍수를 이루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순식간에 바꿨습니다.

김영삼은 ‘깡’이었습니다. 그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글을 좋아했습니다. 박정희 유신 정권에 맞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습니다. 정치적 위기를 언제나 ‘정면돌파’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하나회 청산, 공직자 재산 공개, 금융실명제 등 고강도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해치웠습니다. 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통령 임기 말에 우리나라는 ‘깡통’을 차야 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전두환 정권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대중은 ‘한’(恨)이었습니다. 그는 그야말로 한의 정치인이었습니다. 독재에 억압당한 민주화의 한, 지역 차별의 한을 한 몸에 안고 있었습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당선된 것은 ‘원통한 마음을 풀다’라는 해원(解寃)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의 당선으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한도 풀렸고 호남의 한도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대통령 선거에 세 번 출마했던 이회창 전 총재는 정계와 언론계에서 ‘창’으로 불렸습니다. 그의 이름 마지막 글자이면서, 원칙을 중시하는 대쪽 판사, 대쪽 국무총리와 ‘창’(槍)의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 이후 대통령들도 한 글자로 이미지를 설명할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노무현은 ‘비’(悲), 이명박은 ‘삽’, 박근혜는 ‘귀’(鬼), 문재인은 ‘불’이 어떨까요? 여러분도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치인의 이미지 얘기를 꺼낸 것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현재 야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유력한 정치인입니다.

그런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습니다. 삭발은 절박한 처지인 사람들이 선택하는 극한의 투쟁 수단입니다. 해고 노동자, 세월호 가족 등이 삭발 투쟁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고 현재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의 삭발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평가도 극단으로 엇갈립니다. 보수 세력의 대표로서 점잖지 못하게 정치를 희화화시켰다는 비판이 있지만, 야당 대표로서 결기를 보였다는 칭찬도 있습니다.

아무튼 삭발한 황교안 대표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1인 시위도 하고 규탄 집회에도 참석하면서 연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이번에는 또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9월 22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의 ‘2020 경제대전환 보고서 민부론(民富論)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렸습니다. 민부론은 쉽게 말해 ‘황교안표 경제 정책’의 이름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월 27일 대표에 선출된 뒤 3월 4일 최고위원회에서 “경제 대안 정당이 되기 위한 과제로 ‘2020 경제 개선안 프로젝트’를 즉각 추진하겠다. 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과 좌파 포퓰리즘 정책에 맞서 우리당의 새로운 성장 정책과 구체적 실현 방안을 제시하고 성장과 민생을 균형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가급적 조속히 찾아내겠다”고 했습니다.

그 뒤 6월 4일 41명의 교수, 22명의 전문가, 27명의 국회의원 등 총 90명으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8월 7일까지 총 50여 차례 토론회, 세미나, 작업반 분임 토의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부론(民富論)이라고 이름 붙인 종합보고서와 4권의 분야별 정책제안 보고서를 완성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황교안 대표의 적극적인 지시와 개입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민부론이 바로 ‘황교안표 경제 정책’인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디제이노믹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엠비노믹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제이노믹스’라고 불렀듯이, 민부론은 황교안 대표 경제 정책의 이름입니다.

민부론이라는 명칭은 ‘국부론’(國富論)에서 가져왔습니다.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도 계획 경제’를 ‘시장 주도 자유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업 활력 증진, 투자 유도, 경제 성장, 중산층 확대로 이어지는 투자혁신 전략을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정책 과제 20개를 살펴보면 내용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1. 경제 활성화 정책 과제

(1)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2) 혁신적 규제개혁으로 경제적 자유 확대 (3) 자본시장 글로벌화와 조세의 국제경쟁력 강화 (4) 국민에게 힘이 되는 공공부문 전환 (5) WTO 체제 약화에 대비한 양자 통상체제 강화 (6) 인적자본개발과 디지털·스마트 정부 시스템 구축 (7) 탈원전 STOP, 국가에너지정책 정상화 (8) 시장을 존중하고 국민 신뢰받는 부동산정책

2. 경쟁력 강화 정책 과제

(9) 공정한 경쟁 시장 조성 (10) 기업의 경영권과 경영 안정성 보장 (11) 중소기업·벤처·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12)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혁신기반 조성, 지방분권과 농·어업 경쟁력 강화

3. 자유로운 노동시장을 위한 과제

(13) 뒤틀린 노동정책에서 균형 잡힌 노동정책으로 전환 (14) 국가 중심 노동법에서 시장 중심 노동법으로 전환 (15) 노조의 사회적 책임 부과 (16)취업에서 은퇴까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동 관행 확립

4.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한 과제

(17) 미래에 대비한 복지시스템 재설계 (18) 적재적소의 맞춤형 복지

(19) 복지 포퓰리즘의 근본적 방지 (20) 저출산·고령화에 능동적 대응

어떻습니까? 놀라운 내용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민부론은 이명박 정부에서 극에 달했던 신자유주의 정책과 비슷합니다. 좀 모질게 비판하자면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에 맡기면 만사가 다 잘 될 것”이라는 재벌과 부자들의 ‘시장 만능주의’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어떻게’가 없습니다. 그런 과제를 어떤 정책 수단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일까요? 민부론의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민부론의 내용이 아니라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 연출이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팔을 걷어붙인 셔츠, 남색 면바지, 스니커즈 운동화 등 캐주얼한 복장으로 단상에 올라 직접 민부론을 브리핑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를 입고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던 모습을 연출하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짧은 머리카락과 청바지가 아니라 혁신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삭발과 캐주얼한 복장만으로 황교안 대표가 스티브 잡스처럼 혁신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황교안 대표는 사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세금폭탄’ 얘기를 하고, 특수고용직으로 사실상 자영업자인 제화공들에게 엉뚱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부산상의에서는 “외국인을 (내국인과)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해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이런 실수가 이어지며 “경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의미의 ‘경알못’이라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알못’ 황교안 대표가 민부론 발표를 계기로 경제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정치인의 이미지는 내면의 정체성이 외화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절대로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습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규제완화, 노동개혁, 공공부문 경쟁 강화 등을 내세운 ‘I(아이)노믹스’를 야심차게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I’는 개인(Individual)이 창의(Idea)를 발휘해 창조(Invention)와 혁신(Innovation)을 주도(Initiative)한다는 뜻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전제로 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J(제이)노믹스’에 맞선 개념입니다. 어떻게 보면 민부론과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노믹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김병준 교수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김병준 교수는 지금 대선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병준 교수가 차기 대선에 출마해 아이노믹스를 다시 들고나오지 않는 한 아이노믹스는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도 결국 그가 대선주자가 될 때만 정치적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민부론은 자유한국당의 경제 정책이 아니라, 황교안 대표의 경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좀 더 유의해야 할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정치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려 들 경우 약점을 적절한 수준에서 보완하는 것이면 몰라도 이미지를 통째로 바꾸려 들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회창 전 총재는 ‘대쪽’ 이미지 때문에 득표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아름다운 원칙’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책 소개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대쪽 이회창의 삶과 세상 이야기. 그가 추구하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삶. 그 삶에서 그는 ‘대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칙 속에 따뜻한 인간을 가지고 있는 이회창의 가슴 속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떻습니까? 대쪽은 날카롭고 차갑습니다. 따라서 ‘따뜻한 대쪽’은 형용모순입니다. 대쪽 이미지가 부담스럽다고 ‘따뜻한’이라는 형용사를 가져다가 붙이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은 ‘돌쇠’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돌쇠는 의리의 사나이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킨 충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는 1997년 대통령 선거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돌쇠’라는 별명이 걸림돌이었습니다. 돌쇠는 머리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형우 전 장관은 1996년 <정보화 세계의 영웅들>이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앨빈 토플러, 빌 게이츠 등 유명 인사들을 만난 경험을 토대로 책을 펴낸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이 정보화 세계의 영웅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정도로 머리가 좋고 시대를 앞서간다는 이미지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회창 전 총재나 최형우 전 장관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바람에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시대정신이 만약 법과 원칙이었다면 ‘이회창 대통령’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의 덕목으로 ‘충직함’을 요구했다면 최형우 대통령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례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김대중 후보는 ‘뉴 디제이 플랜’을 가동했습니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자신의 약점을 덮기 위해 젊은이들과 함께 영상을 찍어서 집중적으로 배포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선거에서 졌습니다.

5년 뒤 1997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선 김대중 후보는 자신의 나이를 단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뒤집는 홍보 전술을 썼습니다. 나이가 많으니 경험이 많고 경험이 많으니 그만큼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논리를 편 것입니다.

1997년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디제이의 슬로건은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성공시켰습니다. 외환위기로 국난에 처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는 나이가 많은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국민이 동의했던 것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어떨까요? 황교안 대표의 정체성은 검사입니다. 그것도 공안검사입니다.

검사는 법률가입니다. 투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황교안 대표가 삭발하고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자해 행위입니다.

그는 경제 전문가가 아닙니다. 대선주자로서 경제를 열심히 공부하고 경제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경제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행세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황교안 대표는 보수 세력의 대표입니다. 보수는 점잖은 사람들입니다. 머리를 깎고 캐주얼한 복장으로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는 것이 보수의 품격에 걸맞은 일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의 이미지 쇄신이 너무 지나치면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황교안 대표는 공안검사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습니다. 만약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수 국민이 “법질서가 엉망이어서 공안검사 출신으로 법률 지식과 행정 경험이 많은 점잖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황교안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통령을 안 하면 됩니다. 그게 대한민국이나 황교안 대표를 위해 옳은 일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하던 2013년 9월 관상가 신기원 씨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2017년 2월 ‘정치 막전막후’ ‘황교안 대망론’ 편에서 소개했던 내용입니다.

“마의상법은 관상의 완성을 목소리라고 본다.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목소리가 나쁘면 완벽한 관상이 못 된다. 그런 예가 바로 김종필 씨다. 그는 세상에 없는 귀상이다. 그런데도 그가 최고 권좌에 못 오른 것은 탁성 때문이다. 반면 최근 공직자 중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모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서울신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대표가 관상가의 이런 말을 믿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에게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정체성, 즉 정치적 이미지를 절대로 바꾸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국민의 판단에 따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언론에서 황교안 대표를 제목으로 표현할 때 한 글자로 ‘황’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임금이라는 의미의 황(皇)이나 봉황의 암컷이라는 의미의 황(凰)도 있지만, ‘계획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엇나간다’는 의미의 ‘황’도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황’은 결국 어떤 의미로 결론이 나게 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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