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은 기성세대, 속죄는 20대 남자들이" 부글대는 '미투 백래시'

정진영 기자 입력 2019. 9. 22. 17:27 수정 2019. 9. 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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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한국 20·30 남성들의 '반 페미니즘' 조명
CNN 캡처

CNN이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20·30대 남성들의 ‘반 페미니즘’ 현상에 주목했다. CNN은 한국의 20대 남성들과 인터뷰해 남성들이 한국 사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시그널들을 분석했다. 미투 운동, 병역의 의무, 여성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 등이 집중 조명됐다.

CNN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한국의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걸려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CNN은 21일(현지시간)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대 초반의 남성 박모씨는 CNN에 “미투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40~50대 여성(이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20~30대 여성들은 차별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등장하게 된 계기를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가 일부러 여성들만 노려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는 목소리를 촉발시켰다.

하지만 이런 페미니즘 열풍은 반발을 불러왔다. CNN은 20대 초반의 김모씨가 ‘한때는 페미니즘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페미니즘이) 남성을 끌어내리려는 여성 패권 운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가부장제와 성차별은 기성세대의 문제지만 (그에 대한) 속죄는 모두 20대 남성들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20대 남성들이 특히 군복무에 대해 분노한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병역의 의무에서 면제되지만 신체 건강한 남성들은 군복무가 의무다. 이러한 구조에 대해 남성들이 특히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경희 한국여성개발원 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72%가 ‘남성만 징집되는 것은 성차별’이라 답했고, 약 65%가 ‘여성도 징집해야 한다’고 답변한 결과를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반페미니스트 집회'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는 남성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CNN 캡처

남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한국 사회의 치열한 취업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청년실업률은 높아지고 보수가 좋은 대기업의 일자리는 한정된 상황이 남성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점도 있다고 봤다. 남성은 2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자기계발을 하지 못하는 데 반해 여성들은 정부 정책을 통해 더 많은 기회가 열리게 된 만큼 남성들은 취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된다”며 “과거였다면 내가 쉽게 얻었을 자리인데 성별할당제 때문에 (그 자리를 못 얻는다면) 이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 연구원은 “여성들이 공장에서 일하던 시대에는 (여성의 희생을 토대로) 기성세대 남성들이 성장했기 때문에 여성을 약한 존재로 보면서도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이해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20대 남성들에게 여성들은 극복해야할 경쟁자”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CNN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만 해도 20대의 큰 지지를 받았으나 지난해 12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줄었다고도 전했다. 더불어 20대 남성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찾으려 했으나 대안이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김씨는 20대 남성들을 “펀칭백”이라고 표현했다. 또 20대 남성들이 집을 장만하고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먹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박씨는 “20대 남성들은 기득권층의 일부가 아니다. (우리도) 40~50대가 하는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며 “만약 누구든 쉽게 취업을 할 수 있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다면 이런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마 연구원은 한국이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 유사한 남녀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성에게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사회는 남성들이 반 페미니즘 대신 새로운 남성성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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