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소행' 결정적 단서 찾는 美·사우디, 회수한 GPS 집중조사

입력 2019.09.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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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GPS 자료 복원하면 무기 출처·비행경로 등 규명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스모킹 건(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을 찾아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조사하고 있는 무기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회수한 GPS(위성항법 시스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GPS를 통해 석유 시설 공격에 사용된 무기의 출처와 비행경로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이번 공격을 이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여러 정황 증거를 토대로 한 것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사우디군이 공개한 석유시설 공격용 드론 및 미사일 파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당국도 미국과 사우디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 당국은 이란이 발뺌할 수 없도록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GPS 시스템의 자료를 복원하고 이를 분석하면 이번 공격에 동원된 미사일과 드론의 비행경로와 공격 원점 등을 역추적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의 발사 장소와 비행경로를 찾아내면 이번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해 프랑스, 유엔 등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은 원유시설에서 회수한 무기의 부품들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GPS 조사는 석유시설 타격에 동원된 무기의 출처를 규명하기 위한 무기 일련번호를 추적 등 광범위한 조사의 일환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과 사우디 당국이 저울질 중인 대응조치의 종류와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일단 지난 20일 사우디와 UAE 등 중동지역에 더 많은 병력과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 등 군사 장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고 있지만, 즉각적인 보복 공격에 나서기보다 일단 중동 우방국의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할 경우 대응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브라힘 알아사프 사우디 외교장관도 지난 2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원유시설을 공격한 미사일과 드론이 이란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드러나면 사우디는 이를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주 유엔 총회 기간에 이번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을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호전적인 행동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활용해 이란을 압박하는 국제연대를 구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간의 유엔총회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미국과 이란 모두 지난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기대됐던 미·이란 정상 간 회동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격된 사우디 석유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의 동맹국을 포함해 일부 국가들은 이란이 이번 공격의 주체인지를 확정하기에 앞서 더 많은 증거 확인을 기다리면서 대응조치 결정을 늦추고 있다.

물론 일부 유럽 관리들도 이번 공격이 예멘 후티 반군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이란이 이번 공격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유럽의 동맹국들이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스모킹 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사관들이 공격당한 원유시설에서 회수한 GPS 시스템 조사에 집중하는 이유다.

무기 전문가들은 회수한 무기 부품에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복원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조사를 마치면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이를 공개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WSJ는 두 명의 사우디 관리를 인용해 최근 후티 반군 지도자들이 사우디 관리들에게 자신들이 원유시설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이란이 사우디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지난 14일 공격받은 사우디 석유시설 저장 탱크 [EPA=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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