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530명 중증폐질환, 8명 사망..'액상형 전자담배' 성장세 제동 걸릴까

김양중 2019. 9. 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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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
미국에서는 대마향 섞은 제품이 주로 문제
하지만 니코틴만 들어 있는 것에서도 사례 생겨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줄랩스’의 전자담배. 줄랩스 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뒤 530명이 ‘중증 폐 질환’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 가운데 8명은 심지어 사망에 이르렀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 질환 및 사망과의 관련성에 대해 역학조사에 나섰고,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금지 또는 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지난 20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금연정책전문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하도록 국민들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담배에서 니코틴 등 주요 성분과 일부 성분을 추가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액상형 전자담배가 어떻게 이와 같은 폐 질환을 일으키는지와 피해가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선 530명 중증폐질환, 8명은 사망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는 지난 20일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질환’ 및 사망 사례가 각각 530건, 8건이 보고됐다. 미국 38개주와 1개 해외령에서 의심 사례가 나왔으며, 이들 사례들은 미국 질병관리본부 판별 기준에 따라 전자담배를 피운 뒤 중증 또는 급성 폐 질환이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중증 폐질환에 걸린 사례의 약 72%는 남성이며, 나이대별로는 젊은 층에 집중돼 3명 가운데 2명은 18~34살에 해당됐다. 18살 미만에서는 전체의 16%로 34살 이하가 전체의 83%로 나타났다. 사망 사례 8건은 미주리, 캘리포니아(2), 일리노이, 인디애나, 캔자스, 미네소타, 오리곤 주 등에 분포됐다.

이에 미국에서는 지난 11일 ‘가향 전자담배’에 대한 판매 금지 계획이 발표됐다. 이를 보면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내년 5월까지 판매 허가신청서를 미국 식약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뒤 판매 허가를 받지 못하지 못하면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미국 식약처의 허가 전까지는 ‘담배향’이나 ‘멘솔향’ 전자담배만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청소년의 27.5%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가운데 과일향 사용자는 전체의 66%, 멘솔향 사용자는 64%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의 사용 금지 권고와 함께 미국 최대 소매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미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월마트는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향 전자담배뿐 아니라 일체의 전자담배 및 관련 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마향 첨가 제품뿐만 아니라 니코틴만 있는 것에서도 발생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뒤 중증 폐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례에서는 대다수가 ‘대마 유래 성분’(THC)과 니코틴을 혼합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니코틴만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 뒤에도 중증 폐질환이 나타났다. 대마 유래 성분은 대마초 성분 가운데 환각을 일으키는 주요 성분이다. 폐 질환의 경우 대부분 기침·호흡곤란·가슴 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을 호소했고, 일부에서는 메스꺼움·구토·설사 등 소화기계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밖에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뒤 피로감·발열·몸무게 감소 등과 같은 기타 증상이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서의 조사 결과 현재까지 이들 중증 폐질환은 감염에 의한 것이 아닌 화학적 노출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나, 검사에서는 발열, 심장 박동수 증가, 백혈구 수치 증가 등이 확인돼 감염의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도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문제가 되는 원인물질 및 인과 관계를 규명 중이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서홍관(국립암센터 교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전자담배에 발암물질과 용매제를 비롯해 온갖 성분들이 섞여 있는데 여기에 가향 물질까자 포함돼 담배를 피울 때 폐로 들어가 폐질환 등 문제를 일으킨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에도 초기에 어떤 물질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전자담배에 든 수많은 성분 가운데 어떤 것이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그야말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또 “미국 등에서는 가향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금지를 내렸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이를 금지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모든 국민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치 말도록 권고 궐련형이거나 액상형과 관계 없이 전자담배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궐련형의 경우 2년 전 출시 당시에는 전체 담배 판매량의 0.2%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11.5%로 급증했다. 액상형의 경우에도 출시 첫 달인 올해 5월 0.8%에서 6월에는 1.3%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에는 점유율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중증 폐질환 및 사망 사례가 나오자, 우리 정부도 “모든 국민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청소년, 임산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반드시 피우지 않아야 한다. 만약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뒤 기침·호흡곤란·가슴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나, 메스꺼움·구토·설사 등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도록 권고했다. 피로감이나 발열, 몸무게 감소 등이 나타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흡연자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하고 금연지원서비스(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지역금연지원센터, 병의원 금연치료)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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