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루이 비통 메종 서울' 건축
10월 서울 청담동에 새로운 랜드마크 들어서
"부산 동래학춤에서 영감 얻었다"
그는 이외에도 미국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체코 프라하 댄싱빌딩,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프랑스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등 현대 건축사에 빛나는 걸작들을 다수 완성했다.
이 상상력 충만한 건축가의 건물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오는 10월 말 서울 청담동에 오픈하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다. 올해 90세의 노장 건축가는 서울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지난 6월 LA에 있는 프랭크 게리 건축 사무소를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물고기가 춤추듯 유려한 곡선의 건축물들로 유명하다.
실제로 물고기를 좋아하고, 내 별자리도 물고기자리다.(웃음) 시대를 반영하는 건축을 위해 내가 선택한 표현방법은 ‘움직임’이다. 내 주변에서 진짜 살아 움직이는 것은 뭘까 생각해보니 ‘시간의 흐름’이더라. 그리스 로마 시대 이전,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던 3억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보니 물고기가 보였다. 물고기를 그리고 관찰하면서 많은 걸 배웠고, 이를 건축물에 옮기는 작업을 여럿 하게 됐다.
Q : 티타늄 등 금속 소재를 자주 사용한다.
건축자재는 경제와 직결된다. 빠듯한 예산으로 깊은 감성을 끌어내기에 금속은 꽤 유연하고 효율적인 소재다. 예를 들어 벽돌이나 석회는 지붕에 사용할 수 없다. 돌을 사용할 순 있지만 비싸다.
프랭크 게리는 90년대에 자체적으로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프랑스 항공기 형상구현에 사용하는 ‘카티아’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업체들이 그가 원하는 대로 금속 패널을 비틀고 구부리는 데 완벽하지 못했고, 가격도 턱 없이 높게 불렀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스템의 연구 결과를 주변에 공유했고 자하 하디드, 장 누벨 같은 또 다른 유명 건축가들이 이를 이용해 멋진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다.
Q :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유리로 만든 흰 돛단배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주 쓰는 소재인 금속·유리의 공통점을 보니 결국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빛’이 아닌가 싶다.
맞다. 나는 빛으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빛은 시시각각 아름답게 바뀌는데, 그 변화가 극적이기보다 은은하고 섬세하다. 제대로만 하면 빌딩 전체를 다양한 색감을 가진 거대한 팔레트로 만들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햇빛을 건물 외관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프랑스 아를의 아트센터를 지을 때는 반 고흐가 그랬듯, 하루 중 여러 다른 시간대의 빛을 포착하고 싶어 외관에 메탈 블록을 사용했다. 덕분에 건물은 아침부터 밤까지 매번 다른 색으로 빛난다.
Q :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컨셉트는 뭔가.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연결된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네모난 박스 위에 유리 모자(지붕)를 씌우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자의 형태를 고민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부산 ‘동래학춤’을 알게 됐는데 흰 도포를 입은 선비의 춤사위와 한복 소매 선이 너무 아름다웠다. 원래 네모난 건물이었던 자리에 새로운 빌딩을 올리는 설계는 ‘수원화성’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Q : 서울의 건축물들을 보니 어떤가.
한국을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데, 건축적인 면에서 서울은 세계의 다른 대도시들과 비슷하다. 이름을 알리기에 급급한 건축가들이 지은 동일한 종류의 빌딩들이 모든 도시를 뒤덮고 있다. 참 안타깝다.
Q : 건축 외에도 루이 비통 ‘트위스트 박스’ 가방, 티파니 주얼리 등을 디자인했다.
건축가들은 시계·도자기·가구 무엇이나 디자인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엔 예술가가 건축을 했었다.
Q : 건축가로서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호기심을 가질 것.
Q : 대표 건축물을 하나만 꼽는다면.
79년에 처음 설계한 나의 집이다. 몇 년 전까지 살다가 지금은 아들(그도 건축가다)이 설계한 새집으로 이사했는데, 언젠가는 되돌아가기 위해 그냥 비워뒀다.
그가 말하는 ‘나의 집’ 사진을 보니 역시나 금속 패널 지붕이 물고기처럼 살아 움직이며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그의 손에 의해 탄생될 건축의 미래가 50년 전 설계한 집 안에 이미 모두 녹아 있었다.
Q : 옆집에 사는 ‘심슨 가족’의 만화가 맷 그로닝이 당신을 괴팍한 노인으로 작품에 등장시킨 적이 있는데 기분이 어땠나.
실제 내 성격과는 전혀 반대로 그려 놨다.(웃음) ‘한 번 더 그리겠다’고 하길래 거절했는데 최근에 또 부탁하더라. 이번에는 마음이 좀 움직인다.(웃음)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프랭크 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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