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日교수 "욱일기·일장기 사용 모두 문제"

신효령 2019. 9.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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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기원과 개전' 한국어판 출간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왼쪽), 김언호 한길사 대표 ⓒ한길사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궁지에 몰린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박 전대통령과 같은 편에 있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달리 방법을 취할 수 없었다. 결국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이르렀다. 일본 국가 총리로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베 개인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베 입장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뭐냐'라는 생각을 갖게 된 하나의 요인이 된 것 같다."

와다 하루키(81)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아베 신조(65) 일본 총리의 '한국 상대 안하기'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욱일기 사용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보다 더 문제는 일본이 사용하는 일장기다. 일본 국민은 천황 제도를 유지하면서 일장기를 사용하고 있다. 천황도, 일본 국민도 역사적 반성을 토대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비판하니까 사용하지 말자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도 아베 총리에게 매우 충격이었다. 아베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화하게 됐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결국 이것도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이런 아베 총리를 일본 국민이 지지한다는 데 있다. 다음 정부는 아베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과 북한에 대한 정책을 모두 바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아베 총리를 지지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한일 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도 애매하다. 그렇다보니 일본 국민들은 문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다."

와다 교수는 일본에서 전후 민주주의자이자 지한파 지식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일본 정부의 전후 처리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다. 일제 식민지배와 화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앞장섰다.

이번에 러일전쟁에 관한 일본과 러시아, 한국의 자료를 최초로 전면 조사했다. '러일전쟁: 기원과 개전'(전 2권)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와다 교수는 "그간 러일전쟁에 관해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자료를 전면적으로 비교하고 연구한 책은 없었다"며 "일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러일전쟁에 대한 생각이 러일전쟁 발발 초기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당시 상황이나 지금 발견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러일전쟁이 생각하지 않고 싶은 역사로 간주되었다. 자국의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일전쟁의 성격을 "조선을 지배하고 정복하려 한 일본이 러시아와 맞닥뜨려 전쟁으로 몰아간 뒤, 조선을 일본의 것으로 한다는 점을 러시아로 하여금 인정하게 한 전쟁"으로 봤다. "일본군은 러일전쟁 당시 중립을 선언한 대한제국의 영내에 침입해 진해만, 부산, 마산, 인천, 서울, 평양을 점령하고 대한제국의 황제에게 사실상 보호국화를 강요하는 의정서에 조인하게 했다. 일본은 우선 조선을 자국의 보호국으로 삼은 뒤, 러시아가 그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쟁을 추진했다."

"이제까지 밝혀진 것과 달리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제시했고 일본이 용의주도하게 계획한 범죄였다"며 청일전쟁은 '제1차 조선전쟁', 러일전쟁은 '제2차 조선전쟁'으로 여겼다. 와다 교수는 "지금 3쇄를 찍고 있다. 3500부 이상 판매됐다. 사실 일반 독자들은 책이 비싸기 때문에 구할 수 없고, 주로 학자들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내용이나 강점, 약점에 대해 평가해야겠지만, 진지한 평가들은 아직 나와있지 않다. 러시아 자료를 많이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한국 독자들이 많이 읽고 관련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러시아어로도 출판되기를 희망한다. 일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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