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행정 연내 정착 목표.. 공직사회 근본적 혁신 이룰 것" [세계초대석]

송민섭 2019. 9. 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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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서종 인사혁신처장 / 행시 31회.. 30여년간 인사행정 외길 / 정책관·혁신국장 등 요직 두루거쳐 / 연금개편·국민추천·상시학습제 입안 / 공무원 책임만 묻다 보니 혁신 안 돼 / 면책 요건 확대.. 실패 용인 문화 조성 / 성과 비례한 인센티브 지급도 의무화 / 공무원 연금개혁 주도.. 3년간 6조 줄여 / 70년으로 넓히면 500조 재정 절감 효과 / 공무원 전문성 키워 국민 불신 없애야
“정부를 극장에 빗댄다면 인사관리는 적절한 배우를 섭외하고 무대를 기획하는 업무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인사혁신처 업무와 역할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황서종(58) 처장이 내놓은 비유다. 황 처장은 “배우 섭외가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의 공연이라도 실패하듯 공무원 개개인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따라 정부 정책의 성패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퇴직공무원들 재취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재산신고제의 내실화와 부당한 청탁·알선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행정고시 31회(1987년)로 공직에 들어선 그는 지난 30여년간 인사행정 외길을 걸어왔다. 중앙인사위원회 정책총괄과장, 안전행정부 인사정책관, 인사혁신처 인사혁신국장, 차장 등 인사행정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공무원연금 개편과 적극행정, 상시학습제 도입 등을 주도했다.

능력과 경험을 인정받아 청와대 파견근무 등 정치권과 인연이 없는데도 지난해 12월 문재인정부 두 번째 인사처장으로 발탁됐다.

인사혁신처 역할은 “정부가 국민이 기대하는 정책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고 유능하고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황 처장은 취임 일성으로 ‘보다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정부) 혁신’을 내걸었다. 지금까지 다져진 제도를 현장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실질적인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채근 겸 다짐이었다.

인사혁신처는 오는 11월 출범 5주년을 맞는다. 황 처장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5년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반성과 도약의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는 공직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적극행정 확산’을 중심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공직문화 혁신을 이룰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황 처장으로부터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공무원’,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직사회’를 위한 방안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인사제도는 제도적으로 보면 외국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공직가치나 채용 프로세스, 재산등록 등 제도적으로 잘 완비됐고,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체계화돼 있다. 그런데 현장(부처)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왜곡되고 비뚤어진다. 적극행정도 그렇다. 적극행정은 공무원 본연의 임무다.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정착되거나 확산하진 않았다. 제도를 손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부터 공직문화를 바꾸고 현장에서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변화하자는 뜻이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적극행정 정착에 대한 회의론이 상당한데.

“과거 여러 차례 공직문화 혁신을 시도했지만 단순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 잘못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거나 사후적인 성과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제정한 ‘적극행정 운영규정’은 공무원들이 왜 접시를 깨려 하지 않는지를 고민해 만든 결과물이다. 면책요건을 확대해 감사책임의 두려움을 없애도록 했고,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통해 각 부처가 성과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주도록 의무화했다. 적극행정 공무원을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도 실시하고 있다. 케이스가 쌓이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되면 공직사회가 분명히 바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목함지뢰로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는 ‘공상’ 판정을 받았다.

“타 부처 문제라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법령의 미비 때문인 것 같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간다. 그 간극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극행정은 법·제도가 현실이나 국민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법령이 모두 갖춰져 있으면 적극행정을 왜 하겠는가. 하 중사 사태는 법·제도 관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공직사회의 소극행정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복지부동’과 ‘철밥통’ 등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 불신이 상당하다.

“예전엔 공무원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이런 소명의식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공직은 더 이상 명예로운 직업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정부섹터가 국민들 기대만큼 사회변화 양상이나 속도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지역·계층 갈등에 이어 세대·남녀, 심지어 국가 간 갈등까지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은 커져가는데 공무원은 여전히 무기력하고 법령은 현장·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직사회가 국민들 불신을 불식하고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묘책이 있다면.

“한 나라의 행정서비스 수준은 공무원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정부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려면 공무원이 전문성과 역량을 키울 학습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일터에서의 창의·혁신역량은 직무상 경험이 70%, 구성원들 간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이 20%, 강의 등 정형화된 교육이 1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상시학습제(연간 100시간 교육훈련 이수 의무화) 등 학습조직화를 위한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하면서 국·과장급에게는 변화된 직무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십 교육을, 실무 공무원에게는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직무 전문성을 높일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개편 논의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수령액이 많은 공무원연금이 논란이 됐다.

“공무원연금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다. 2015년 인사처 차장으로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9%(개인 기여금은 4.5%)이고 지급률은 1%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각각 18%, 1.7%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이다. 개혁 이후 3년간 약 6조원의 국가재정이 절감됐다. 향후 70년으로 넓혀 보면 정부 부담은 개혁 전보다 500조원 절감된다. 공무원연금 보험료가 개인이 내는 기여금과 고용주(정부) 부담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시 추가 국가재정 소요액은 향후 70년간 21조원에 그친다.”

―공무원 인기가 상한가다. 갈수록 ‘공시족’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직에 유능한 인재가 와야 한다. 기술과 사회변화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시대 불확실성은 커지고 사회적 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굉장히 유능한 인력이 아니면 전체적으로 매니지할 수가 없다. 공직에 유능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문제의식과 해결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 이유다.”

―공무원이 국가경제의 파이를 키우지는 않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직은 현재의 문제를 다루고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다. 그것이 갖는 함의가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량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아질 수도,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도 있다.”

―공무원 임용시험이 공정성은 담보하나 전문성을 갖춘 인재 선발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공무원 시험은 예전부터 공개경쟁 채용이 기본이다. 학력·경력의 제한 없이 누구나 공무원이 될 기회를 부여하고 실적주의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는 게 공채시험이다. 지난 70년간 국민이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신뢰를 보내는 거의 유일한 시험이 아닐까 싶다. 전문성 이슈는 분명 있다. 전문성 있는 인력을 뽑으려면 현행 직류별 시험체계를 훨씬 더 세분화해야 한다. 공채 보완책으로 나온 게 경력과 자격증, 학위 중심의 경력경쟁채용시험이다. 지난해 신규 임용자 중 경채 비율은 54%로 공채를 앞섰다. 공채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경채를 조화롭게 가져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

 
―1990년대생이 화두다. 개인적으로 절감한 밀레니얼 세대만의 특징을 꼽자면.

“이 친구들이 의외로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더라. ‘덕후’라고 하잖느냐. 우리 기성세대는 어느 한 곳에 ‘몰빵’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두루두루 잘하는 사람을 좋아했지, 뭔가에 깊이 빠져 한우물을 파는 사람이 많지도, 필요하다고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젊은 직원들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누구보다 더 진지하고, 적극적이며, 창의적이다. 자신이 맡은 일이 정부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일이라는 점을 공감한다면 누구보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큰 성과를 창출해내는 역량을 갖춘 세대라고 생각한다.”

―인사혁신처장으로서 지난 9개월의 자평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다면.

“어느 조직이든 인사업무의 궁극적 목표는 ‘일 잘하는 조직, 일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어렵다. 그래도 적극행정 문화 확산은 연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싶다. 모든 공무원이 적극행정이 뭔지 알고, 필요성에 공감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잔잔한 파도가 일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직사회에 적극행정이나 공직윤리가 당연시되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공직문화 혁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대담=이상혁 사회2부장

정리=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1961년 전남 강진 △광주 동신고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행정학 석사 △서울시립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31회 △중앙인사위원회 기획공보과장·정책총괄과장 △외교통상부 태국 주재 총영사 △안전행정부 인사정책관·전자정부국장 △인사혁신처 인사혁신국장·차장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 △2018년 12월∼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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