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 우리 미래 못 맡겨"..환경운동 '2000년대생이 온다'

박효재 기자 2019. 9. 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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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기후변화 대응, 비판 넘어 거침없이 행동하는 10대들
ㆍ나무늘보 보호 나선 콜맨…유엔 앞 등교거부 시위 비야세노르
ㆍ태국 릴리, 비닐봉지 금지 운동…캐나다 림, 임신 거부 캠페인
ㆍ후원 없이 스스로 행동·글로벌 문제 주장으로 큰 호응 이끌어

유엔 간 10대들 “기후위기 제대로 대응하세요”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를 비롯한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독일 등 5개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내가 툰베리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활동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젊은 환경운동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툰베리에게 용기를 얻고 영감을 받은 10대들이 “당면한 기후변화 위기 앞에 무능한 기성세대를 믿지 못하겠다” “우리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며 기후변화에 무감각한 정치권 등을 꾸짖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환경보호단체 ‘350.org’가 주최한 전 세계적 시위에서도 이들의 활동은 도드라졌다. 10대 환경운동가들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거침이 없다.

‘미국의 툰베리’라고 불리는 콜로라도주 덴버의 하벤 콜맨(13)은 열 살이던 2016년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수업시간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동물인 나무늘보가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잦은 산불로 터전을 잃고 멸종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뒤부터였다.

특히 지난해 언론을 통해 접한 툰베리의 활동에 감명을 받은 뒤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콜맨은 숲의 황폐화를 막을 대책을 묻는 서한을 지역 관료들에게 보냈으며, 지난 1월부터 매주 금요일 콜로라도 주의회 앞에서 툰베리처럼 등교 거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3월 미국 전역에서 열린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파업을 주도했다. 콜맨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를 교육시킨 다음에 주변 친구들, 부모님, 이웃 학교 학생들에게까지 강연하면서 심각성을 알렸다”고 말했다.

뉴욕 유엔본부 앞 등교 거부 시위로 유명해진 미국 환경운동가 알렉산드리아 비야세노르(14)는 지난해 고향인 캘리포니아주를 덮친 최악의 산불사태로 천식을 앓게 되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산불 발생 직후 가족들과 뉴욕으로 터전을 옮겼다. 비야세노르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툰베리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유엔본부 앞으로 달려가 연대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고, 환경단체 ‘어스 업라이징(Earth Uprising)’을 만들었다. 비야세노르는 23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직후 툰베리 등 15명의 10대 활동가들과 함께 독일·프랑스·브라질·아르헨티나·터키 정부를 상대로 ‘아동권리조약’에 따른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유엔에 제소했다. 이들 국가가 30년 전 국제사회가 합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아 아동들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태국의 툰베리’로 불리는 릴리 사티탄사른(12)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릴리는 4년 전 태국의 해변가에 너무나 많은 비닐봉지 쓰레기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지방 관료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한을 꾸준히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난 6월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게까지 면담을 요청했으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태국의 유통 대기업 센트럴그룹이 지난 6월 비닐봉지 자동 지급 정책을 철회한 것을 두고 릴리의 운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 엠마 림(18)은 소셜미디어에서 “미래 없이는 아이도 없다(No Future No Children)”라는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몇 달 전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나 자신도 안전할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올라도수 아데나이크(25)는 온실가스 저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홍수는 농부들이 일궈온 땅을 삼키고 있고,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흉작은 식료품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간다의 환경운동가 바네사 나카테(22)는 기후변화가 농업의존도가 높은 자국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나카테는 지난 16일 현지언론 어반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젊은 활동가들의 진정성 있는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깊은 울림을 이끌어 내고 있다. 매튜 니스벳 미국 노스이스턴대 환경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환경운동가들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어젠다를 대신해서 말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메시지는 매우 직접적이며 기성세대 활동가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메시지적으로는 기후변화 위기를 ‘글로벌 정의’의 문제로 규정한 것도 파급력을 낳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개발 국가들이 오히려 기후변화 위기에 취약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리엇 튜 영국 리즈대 교수는 “10대 환경운동가들은 단지 북극곰이나 고래들을 보호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점점 더 인간과 생태계 전반의 의존적인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했다. 기성세대도 청소년들의 메시지에 수긍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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