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들이 내 꿈 빼앗아"..16세 환경운동가의 '꾸짖음'

[경향신문] ㆍ툰베리, 유엔 기후 정상회의서 연설
ㆍ트럼프 “행복한 어린 소녀” 비꼬아

트럼프 바라보는 ‘레이저 눈길’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려보고 있다. 뉴욕 | 로이터연합뉴스

“저는 여기가 아닌 학교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습니다.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습니다.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주인공은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였다. 세계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10대들의 시위’의 불을 붙인 16세 툰베리는 유엔 연단에 올라 각국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여기까지다.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며 “여러분들이 좋아하든 안 하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다”며 연설을 맺었다.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14분 만에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유엔본부에서 만나 얘기하는 것을 툰베리가 노려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세계로 전송됐고, 툰베리의 ‘레이저 눈길’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한 73세 트럼프 대통령 반응은 조롱이었다. 툰베리는 “대규모 멸종이 시작되는 시점에 와 있고, 사람들은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연설 일부를 인용한 뒤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아주 행복한 어린 소녀로 보였다”고 썼다. 툰베리를 ‘꿈 많은 어린 소녀’로 묘사하며 비꼰 것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스톡홀름의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고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툰베리에 이어 세계 미래세대들이 캠페인을 이어갔고, 유엔총회를 앞두고 기후변화 대응은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응 따위는 나 몰라라 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깜짝 참석한 것도 세계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