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잘라낸 당신, 밖에서 즐거움 찾아라

임웅재 기자 2019. 9. 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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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 분석
호르몬 변화·재발 우려 불안 탓
절제후 우울증 위험 1.8배 높아
50대 이상·남성이 더 취약
적극적으로 바깥 활동 늘리고
의욕저하·불면 증상 있으면
정신과 전문의 진료 받아야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갑상선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서울경제] 갑상선(갑상샘)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8~18개월까지 우울증(주요 우울장애)을 앓을 위험이 최고 1.8배까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술을 받은 10명 중 1명이 우울증 진단·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갑상선질환자의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의 2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술환자의 20%가량이 우울증을 앓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 정만기(이비인후과), 김선욱(내분비대사내과), 신명희(사회의학교실) 교수팀과 미국 하버드대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팀이 갑상선 절제 수술을 받은 18만7,100여명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이 지난 2011년 1월~2015년 6월 갑상선 절제수술을 받은 18만7,100여명을 분석했더니 8.9%(1만6,700여명)가 수술 후 1년 안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 환자(평균 48세, 여성 87%)의 77%는 갑상선 전부절제군, 23%는 부분절제군이었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의욕저하·불안·불면증 등이 주요 특징이다. 세계 성인 인구의 6%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애 유병률은 11~17%에 이른다. 우울증이 있으면 일반인구보다 자살 위험이 최고 20배까지 높다.

갑상선 수술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수술에 따른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한 수술 이후 31~60일이 가장 높았다. 전부절제군은 1.81배, 부분절제군은 1.68배였다. 또 부분절제군은 수술 9~12개월 뒤 우울증 위험이 종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전부절제군은 수술 15~18개월 뒤에도 1.11배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수술군 중 갑상선암 환자의 우울증 위험도 이와 비슷했다.

우울증 발병 위험은 연령층별로는 50대 이상에서, 성별로는 남성이 더 취약했다. 50대 이상 남성의 발병 위험은 1.4배로 같은 연령층 여성(1.1배)보다 높았다. 수술군 중 고혈압 환자는 50세 미만 연령층에서만 우울증 위험이 남성 1.81배, 여성 1.26배 높았다. 수술을 받은 여성의 우울증 위험은 △50세 미만에서 당뇨병이 있으면 1.58배, 갑상선암이면 1.24배 △50세 이상에서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이나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으면 각각 1.45배, 1.23배 높았다.

전 교수는 “갑상선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라면 우울증 발생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우울·의욕저하·불안·불면증 등 우울증 초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정신건강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치료를 병행해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상선 수술환자의 우울증은 우리 몸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갑상선호르몬의 변화와 재발 우려 등에 대한 불안·초조감 등 때문”이라며 “집에서 꼼짝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분들이 많은데 바깥 활동을 늘리는 게 우울증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내분비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갑상선(Thyroid)’에 발표됐다.

갑상선은 목의 앞쪽 중간 부분에 자리 잡은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자극호르몬에 의해 일정량 유지되며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면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갑상선에 병이 생기거나 뇌하수체·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또는 적게 만들어진다. 갑상선장애라고 하는데 지난해 약 138만명(여성 81%)이 건강보험 진료를 받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중독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나뉘며 항갑상선제나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부분 갑상선을 자극하는 항체가 갑상선에 달라붙어 필요 이상으로 호르몬을 만들어 발생한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면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느라 열이 발생해 땀이 많이 난다. 특별히 한 일이 없어도 피로를 느끼며 식욕은 왕성해도 체중이 준다. 자율신경이 흥분해 심장이 빨리 뛰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장 운동속도가 빨라져 대변을 자주 보거나 변이 물러진다.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이 늘고 조금만 긴장해도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양이 줄어든다. 우울·불안 등 신경·심리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의 3분의1가량은 눈이 커지고 안구가 앞으로 돌출해 눈꺼풀이 붓고 결막에 충혈이 나타난다.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 4~6주 뒤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 2~3개월 뒤에는 거의 모든 증상이 없어지고 체중도 발병 전으로 돌아간다. 또 1~2년가량 약을 먹으면 50~60%는 완치되지만 나머지 환자에서는 1~2년 안에 재발한다.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우리 몸의 대사가 감소해 춥고 땀이 나지 않으며 얼굴과 손발이 붓고 체중이 늘어난다. 자율신경이 둔해져 심장이 천천히 뛰고 위장의 운동속도가 느려져 변비가 생긴다. 정신활동이 저하되고 말이 느려지기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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