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올림픽 앞두고 방사능 제염 외국인 투입 합법화

윤지연,최유경 2019. 9. 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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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후쿠시마에서 불법으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 피폭 피해를 입은 베트남 노동자 사례, 전해드렸었죠.

일본 정부는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방사능 관련 업무에 투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값싼 인력의 외국인 노동자로, 방사능 오염 위험을 외주화한다는 비판이 일본 현지에서 나옵니다.

윤지연, 최유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베트남 호찌민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해외 취업 전문학교입니다.

교실마다 일본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12월까지는...) 12월까지는..."]

650명에 이르는 학생들은 대부분 스무살 남짓한 나이로 우리 돈 5백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이곳에 왔습니다.

[쭝/기능 실습 준비생 : "안녕하세요,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쭝입니다. 올해 21살입니다."]

일본에 가면 베트남보다 세배 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쭝/기능 실습 준비생 : "돈을 벌어 가족을 도울 수 있으니 일본에 가고 싶어요. 가족과 떨어져 슬프겠지만 3년은 참아야 해요."]

학생들은 이곳에서 반년 정도 일본어와 기술 교육을 받은 뒤 현지 취업에 나서게 되는데요.

베트남 전역에 있는 3백여 개의 해외취업 전문학교 가운데 90% 이상이 일본 취업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레티미 한/베트남 인력 송출업체 대표 : "베트남 정부와 일본 정부 합의한 내용에 따라, 베트남 근로자들은 대부분 제조, 건설, 직물, 식품 제조 분야에서 일합니다."]

자국 노동자들이 불법 제염 작업에 투입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서도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엔 여전히 일본 취업 열풍이 뜨겁습니다.

호찌민에서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리포트]

앞서 보신 것처럼 베트남 청년들은 이곳 일본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본에 있는 기능실습생 30만여 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베트남 출신인데요.

문제는 일본 노동자들도 꺼리는 위험한 현장, 그러니까 후쿠시마 같은 곳에도 이들이 투입될 수 있다는 겁니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피폭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노동계는 술렁였습니다.

[요시미즈 지호/베트남 노동자 지원단체 : "일본 회사에 언어 장벽이 존재하고, 제염 업무는 (외국인 기능 실습생이) 일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라는 것이죠."]

[나카무라 유스케/외국인 노동자 변호단 소속 변호사 : "(이번에 문제가 된) 제염작업은 안전 설명서만 해도 무려 130쪽에 달하는데 당연히 일본어로만 적혀 있어서 (베트남 노동자들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제염 작업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업체 4곳이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새로운 법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특정 기능'이라는 자격을 새로 만든 건데, 사실상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외국인 노동자라도 방사능 관련 작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겁니다.

[사사키 시로/전통일노조 서기장 : "(공개된 정부 문서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제염(작업 투입)은 부득이하다는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를 보고 솔직히 말씀드려 너무 놀랐습니다."]

방사성 물질을 치우는 것은 물론 원전 폐로 작업에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상황.

'방사능 위험의 외주화'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사키 시로/전통일노조 서기장 :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민간이 모집하고 (피해자들이) 응했을 뿐, 정부는 관여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데요. 모두 (정부 책임을 회피하려는) 핑계일 뿐이죠."]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주변 마을들의 피난 해제가 잇따르면서 제염 작업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베트남, 중국 등에서 특정기능 외국인 34만 명을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윤지연 기자 (aeon@kbs.co.kr)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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