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진보 셀럽'의 균열

최민우 입력 2019. 9. 26. 00:32 수정 2019. 9.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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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정치팀 차장
공지영씨는 지난해 8월 5년 만에 신작 소설을 내놓으면서 “(현재는) 좌파인 척, 정의인 척하면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며 “우리가 싸워야 할 악은 민주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부리는 무리”라고 일갈했다. 이념적 호불호를 떠나,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의 통찰력인 듯 보였다. 하지만 ‘조국 지킴이’를 자처한 그의 최근 행보를 보니 당시 핵심은 ‘위선’이 아니라 ‘사이비’였던 모양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지나오면서 정의를 팔아먹는 걸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사이비 진보이자 사이비 정의꾼이다.”

증오하던 사이비 진보에 진중권 교수도 해당하는 걸까. 정의당 탈당 의사를 표한 진 교수를 겨냥해 공씨는 “좋은 머리도 아닌지 박사도 못 땄다” “돈하고 권력 주면 개자당으로 갈 것” 등 독설을 퍼부었다. 둘은 과거에도 악연이 있긴 했다. 2011년 종편 개국 축하쇼에 인순이가 출연하자 공씨는 “개념 없는 거”라고 했고, 이에 진 교수는 “개념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셀럽’(셀러브리티의 약칭)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문화예술계 ‘셀럽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유명 영화감독·뮤지션·평론가 등 진보 셀럽은 넘쳐나는 데 반해 보수 셀럽은 그야말로 ‘희귀템’이다. 그건 역설적으로 진보 가치가 더 있어 보이고 먹히는, 대중적 소구력이 높다는 방증이었다. 그렇게 단일대오를 구축해오던 진보 셀럽이 ‘조국 사태’를 거치며, “함께 걸어온 동지 비슷한 사람과 이제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듯한 소회”라는 공씨의 표현처럼 분화하고 있다. 의리인지 배신인지, 맹목인지 균형인지는 그들 선택의 몫이다. 침묵으로만 피하기엔 대중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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