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의 시시각각] 경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정재 2019. 9. 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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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분배·일자리·소득·수출·소비
어느 것 하나 안 나빠진 게 없는데
'세금주도 성장'만 고집할 건가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주에 이어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 인식을 또 비판한다. 안 그랬다간 대통령이 지난주 말한 대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에게 “소득주도성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책임지고 성적을 올려주겠다”며 2년 내내 돈을 펑펑 쓰고도 거꾸로 아이의 성적을 떨어뜨린 과외선생을 놔두겠나.

그래도 대통령은 성적이 좋다고 또 우길 수 있다. 그 전에 이런 숫자부터 한 번 보시라.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 지표 10개다. 청와대와 정부는 입에 잘 올리지 않는 숫자들이다. 더는 엉망일 수 없다. 누가 “경제 나쁘다”고 하면 파르르 떨며 핏대부터 올리는 정부는 가짜뉴스로 몰아칠지 모를 일이다.

① 98.79=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 선행지수는 3~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데 2017년 5월 이래 26개월 연속, 관련 통계 집계 후 최장 하락 중임. ② 2만4609GWh=7월 산업용 전력판매량.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 올해 들어 4~7월까지 4개월 연속 줄어듦.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는 특히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엔 경기 하락을 의미. 과거 정부의 연속 감소는 길어야 한두 달. ③ 0.5%=올해 1~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54년 만에 최저. 0%대 물가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유가 폭락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겹친 2015년 두 차례뿐. 0%대 저물가는 시장 수요 위축의 결과이자 디플레이션의 전조. ④ -21.8%=9월 20일까지 수출 감소 폭.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 확실시. 올 2분기 수출 감소는 G20 국가 중 둘째로 큰 폭. ⑤ 5.30=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 2003년 통계 작성이래 최고. 5분위 배율이 클수록 분배가 나쁘다는 의미. ⑥ 58.3%=올해 2분기 중산층 비율(중위소득 50~150%). 이 비율이 60%를 밑돈 것은 사상 처음.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엔 66.2%이었지만 이 정부 들어 급속히 쪼그라듦. ⑦ 2%±=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OECD는 19일 한국 성장률을 2.4→2.1%로 낮춤. 국제금융센터 집계 9개 해외투자은행(IB)은 평균 2%를 예상.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최악. ⑧ -7%=올 3월 말 현재 한국의 민간투자 증가율(블룸버그 집계). 2017년 3월 16.2%로 정점을 찍은 뒤 문재인 정부 들어 곤두박질. 대신 한국 기업의 지난해 해외 투자는 478억 달러(약 57조원)로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⑨ 68만명(7.5%)=1년 이상 미취업 청년(비율). 2009년 이후 최대(최고). ⑩ 90%=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중 정부 기여도. GDP 성장률 2%(연율) 중 1.8%포인트가 정부 기여분. 민간은 0.2%포인트만 기여. 민간의 성장 동력은 사실상 모두 꺼지고 세금주도성장 중이라는 의미.

경기·성장·고용·분배·수출·소비가 모조리 역대 최악이다. 이 정부 출범 후 2년 만에 34%가 오른 강남구 집값 등 더 많은 숫자가 있지만, 지면이 모자라 못 적을 뿐이다. 더 나쁜 건 이런 지표들이 이 정부 들어 더 빨리 추락 중이란 사실이다. 그나마 과거 정부들이 아끼고 쌓아놓은 재정 덕에 추락 속도를 늦추고 있을 뿐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전대미문의 격변기다. 이럴 때일수록 초보 운전자의 감이나 신념 대신 계기판을 똑바로 보고 시계(視界)비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올바른 방향이라며 기·승·전·소득주도성장을 또 밀어붙이겠다면, 아인슈타인의 한 마디를 대신 들려주고 싶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 이를 일컬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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