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이해찬 대표에 상소리 튀어나온 민주당

강찬호 입력 2019. 9. 26. 00:40 수정 2019. 9.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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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조국 사수'에 불만 폭발
조국 기소·부인 구속이 변곡점
의원들, 청와대 '용단' 건의키로
강찬호 논설위원
“이해찬이 무슨 약점 잡혔나.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해찬은 청와대 말 잘 듣는 ‘예스맨’이 될 것이란 김진표와 달리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할 사람으로 여겨져 의원·당원들이 대표로 뽑아줬다. 그 기대를 이렇게 저버릴 수 있나! 옛날엔 바른 소리 잘하던 사람인데 이상해졌어.”

더불어민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몇몇 의원들은 사석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상소리까지 써가며 울분을 터뜨렸다. ‘조국 사태’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날로 커지는데 이해찬과 지도부는 ‘대깨조(대가리가 깨져도 조국)’로 일관하니 억장이 무너진다는 거다. 몇몇 의원들에게 물었다. 답변은 이들 복수 의원들의 말을 종합한 것이다.

Q : 그렇게 걱정되면 ‘조국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나.
A : “옛날 민주당에서 이런 일 터졌으면 진작에 의원들이 벌떼같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다르다. 친구 의원끼리도 말을 조심한다. 나랑 둘이 만나면 할 말 못할 말 다하던 절친 의원이 ‘조국’ 얘기가 나오자 입을 꾹 다물더라. 충격 먹었다. 그래서 그저 숨만 쉬고 산다.”

Q : 왜 그런가.
A :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조국 수호)가 워낙 강하다. 또 과거 당이 친노·비노로 갈라져 싸우다 노무현의 비극을 자초했다는 트라우마도 엄청나다. 박용진·금태섭의 소신 발언? 배후 세력 없는 돌출성 에피소드일 뿐이다. 19, 20대 총선에서 친문 공천이 이어지면서 개성 있는 의원들이 청와대에 ‘길들여진’ 의원들로 대체된 탓도 있다. 의원 총회 가봐라. 토론이 안 된다. 당장 당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검찰의 조국 수사, 어이가 없다’고 해버리는데 뭔 소리를 할 수 있겠나.”

Q :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조국을 안고 가도 총선에서 이긴다는 생각인 듯한데.
A : “코어(core) 지지층은 뭉치겠지만 상식 있는 시민은 이탈한다. 그럼 쓰나미다. 당장 부산에서 난리다. 지난 총선에서 가져온 5석 중 2석 건지기도 어렵다고 한다. 3선에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지낸 김영춘(부산진갑)부터 흔들린다. 조국에 대해 쓴소리를 한 김해영(초선·연제)만이 탄탄하단다.”

Q : 청와대와 당은 조국이 법 어긴 게 없는데 왜 물러나야 하냐고 반문한다.
A : “진영 논리일 뿐이다. 정치인은 법 이전에 정치적 책임을 지는 존재다. 특히 진보는 신상 문제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Q : 설훈 최고위원이 “조국 퇴진 집회 참여 대학생은 정원의 1%”라고 했다.
A : “많이들 욕하더라. 바른 소리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최고위원 되고선 정신 못 차리는 것 같다.”

Q : “조국이 뭘 잘못했든 정권 살리려면 안고 가야 한다”는 열혈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 아니겠나.
A : “이 지구상에 히틀러를 좋아하거나 ‘위안부는 매춘’ 운운한 류석춘 교수 좋아하는 사람도 찾아보면 있겠지. 그러나 그런 사람들 기준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 진보 신문들조차 조국에는 등을 돌렸지 않나. 우리 정권 지지율이 당 잘해서 올랐나. 노무현 못 지켜줘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받쳐줘 오른 것 아닌가. 노무현 정신이 뭔가.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 아닌가. 그 가치와 동떨어진 조국이 장관에 임명됐다. 대통령은 ‘위법한 건 없다’고 감싼다. 법을 하는 사람들(대통령·조국)이 꽁지만 남은 새끼줄 붙잡고 ‘이게 새끼줄’이라고 강변하는 격이다.”

Q : 조국이 기소되면 당도 변하지 않을까.
A :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의원 몇몇이 ‘조국이 기소되거나 부인 정경심이 구속되면 즉각 청와대에 조국 용퇴를 건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해찬이 워낙 부담스러워하니 의원 다수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하기로 한 거다.”

Q : 대통령이 들어줄까.
A : “정경심 구속이나 조국 기소는 정권의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다. 조국은 청문회 앞두고 지난 2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의혹을 해명하고 바로 물러났어야 하는데, 본인도 당도 실기했다. 이젠 더는 버티기 어렵다. 검찰이 아무 근거 없이 칼을 뽑았겠나. 딸 표창장 위조는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모펀드는 메가톤급 악재다. 그 죄목으로 기소됐는데도 ‘재판을 지켜보자’며 장관직을 유지해주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게 의원들 중론이다.”

Q : 청와대 참모진은 뭐 하고 있나.
A : “강기정 정무수석의 노력이 돋보인다. 대통령이 조국을 장관에 앉히기 전 ‘민심을 헤아려 임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충언을 했다고 한다. 또 조국의 문제점을 비판한 박용진 의원과 직접 대화하면서 박 의원이 전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때문에 청와대가 결국은 민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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