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5촌 살인사건 '흉기 지문' 다시 감식

2년째 진전 없는 경찰 재수사 / 박씨, 8년 전 북한산서 숨진 채 발견 / 인근서 목맨 사촌형이 살해 결론 / 지문 발견 안 돼 제3자 개입 의혹 / 경찰 "제기된 의혹 재확인 차원" / 광수대 "감식결과 말하기 어려워"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을 2년째 재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사건 당시 쓰인 흉기에 대한 지문 재감식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수사에서 범인으로 추정한 인물의 지문이 흉기에서 나오지 않아 ‘제3자 개입’ 의혹이 증폭됐던 만큼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박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에 쓰인 흉기의 지문을 재감식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광수대가 지문 재감식을 의뢰했다”며 “아직 결과는 내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수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감식 결과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은 2011년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철씨가 북한산에서 숨진 채로, 용철씨 사촌형인 박용수씨는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 건이다.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 강북경찰서는 용수씨가 금전 문제로 용철씨를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내리고, 검찰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용철씨 유가족이 해당 사건에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수사를 촉구했고 2017년 9월 서울청 광수대가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용수씨가 범행 도구로 썼다고 지목한 망치, 칼 등 흉기에서 그의 지문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당시 유가족은 ‘살해 후 자살’이란 결론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장갑을 쓰고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지문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 측은 이번 지문 재감식과 관련해 “사건에 제기된 의혹을 전반적으로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감식”이라며 “예전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광수대 관계자도 “당시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뭐든 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5개월째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 측은 흉기 지문 이외에도 용수씨가 체격이 왜소해 유도 선수 출신인 용철씨를 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2017년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이 사건 관련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부검 결과를 보면 피해자인 용철씨에게 망치, 칼 등 3가지 범행 도구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어 최소 2명에서 3명까지 공범을 추적했어야 하는데 경찰은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고 지적했다. 또 범인으로 지목된 용수씨에게 나타난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을 법의학자에게 문의한 결과 ‘매달린 자세가 아닌 누운 상태에서 나타나는 목덜미 뒤쪽과 허리뼈 부위에 시반이 뚜렷이 나타났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용수씨가 타살된 뒤 누군가에 의해 나무에 매달렸을 개연성을 제시했다.

현재 의혹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광수대는 이번 지문 재감식과 별개로 참고인 확보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광수대 관계자는 “재수사 시작 이후 크게 상황이 변화한 건 아직까지 없다”며 “계속 참고인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 재수사 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충분히 남아 있는 만큼 따로 (재수사 종료) 기한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