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주의 굿 비즈니스, 굿 머니]미래에서 온 메시지

제현주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 대표 2019. 9.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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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스웨덴에서 온 16세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4일 뉴욕 유엔본부 기후정상회의 연단에 섰다. 툰베리의 연설을 들은 사람이라면, 모두 바로 이 한 문장을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How dare you!”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려온 환경운동가다. 툰베리는 15세이던 2018년,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를 위해 더 강력히 행동할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멈추지 못한다면 학교에서 배운 역량을 펼칠 미래 또한 없을 것이라며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간판을 손에 든 채였다. 이후 점점 많은 청소년들이 이 움직임에 동참했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운동이 탄생했다. 전 세계 청소년이 매주 금요일 학교 파업에 동참해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지자는 운동이다. 이렇게 시작된 운동에 전 세계 2200여곳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했고, 움직임은 지금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툰베리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2019년 4월에는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양심대사상을 받기도 했다.

전에 없던 이런 호응은 메시지 자체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툰베리라는 메신저의 스타성에 대한 열광이라고 씁쓸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16세의 툰베리는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툰베리는 2003년생, 온 세계가 공허한 약속으로나마 앞으로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여보겠다는 그 10년 후에 대학을 졸업할 즈음의 나이다. 어쩔 수 없이 툰베리는 다음 세대의 수많은 얼굴들을 상징한다. 30년 후면 내 나이 즈음이 된 수많은 툰베리들이 과거로 돌아와 2019년의 우리를 향해 서늘한 눈빛과 물기 어린 목소리로 “세상에 어떻게!”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툰베리는 미래에서 온 메시지다.

육식과 비행기 여행을 거부한다는 툰베리는 유엔본부에 닿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2주 동안 대서양을 건넜다. 그리고 세계 정상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30년이 넘게 과학은 명확하게 미래를 경고해왔다고, 그럼에도 필요한 정치적 대응도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데 세상에 어떻게 이토록 외면할 수가 있냐고. 어른들은 시급함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믿지 않는다며, 만일 이해하는데도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악마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반으로 줄이자는 의견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아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50%만 줄일 뿐입니다. 이는 또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되돌릴 수 없는 연쇄 반응을 초래할 위험까지 안고 있습니다. 50%는 여러분에게는 받아들여지는 수치인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결과를 떠안고 살아가야 할 우리는, 50%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9년 9월27일, 바로 오늘 한국의 청소년들도 결석 시위를 벌이며 청와대로 걸어간다. 시위를 조직하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 중인 18세 김유진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처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참여했던 1992년 개도국의 지위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온실가스 배출량과 국내총생산 면에서 개도국 지위 뒤에 더는 숨을 수 없는 위치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에 기여한 만큼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25일 전국 300개 이상의 시민단체와 시민들로 구성한 연대체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자회견에서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우리 모든 세대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 기후위기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명백하다”며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어른들과 정부의 방관으로 내 미래가 망가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내 미래를 망가뜨리는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나는 임팩트 투자자로 일하는 사람이다. 길게 본다면 사회적, 환경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믿으며 투자한다고 공언하면서 일한다. 툰베리의 연설 영상을 보면서, 내가 뱉어온 공언만큼 스스로 기후 문제에 대해 충분히 행동하고 있는지 뼈아프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변화를 일으키는 기업가에게 자금을 연결함으로써 변화의 조력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투자자의 한계다. 그렇지만 그 한계를 핑계 삼아, 그런 기업가의 더 많은 등장을 그저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은지 반성한다. 나의 기다림, 충분치 않은 행동이 그 자체로 다음 세대의 미래를 갉아먹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존의 경제 구조 안에서 각자가 주어진 역할의 한계를 어쩔 수 없다고 그저 받아들인다면, 모두에게 충분히 행동하지 않는 알리바이는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러나 한계가 핑계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끝난지도 모른다. 미래에서 “How dare you”라고 물어오고 있다. 우리는 이 질문을 “How dare I”로 바꾸어 자답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에 어떻게 이러고 있을 수 있는가.

제현주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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