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압도할 최강 성능..한국형 전투기 'KFX' 제작 눈앞

김민석 입력 2019. 9. 27. 00:11 수정 2019. 9. 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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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F-22 스타일에 반쯤 스텔스 기능
대당 800억원에 수출도 가능
전투기 제작 능력, 선진국 수준
선진국보다 짧은 비행시험은 우려


자주국방 핵심 KFX 전투기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보라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전투기 개발에만 8조6000억원, 120대 생산에 10조원이 투입되는 18조6000억 원짜리 초대형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24∼26일 사흘에 걸쳐 KFX 사업에 대한 상세설계검토(CDR) 회의를 갖고 어제 최종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시험용 전투기(시제기) 제작에 들어간다. 2016년 1월 개발 착수한 지 3년 9개월 만이다. KFX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류광수 KFX사업본부장은 “KFX 개발에 필요한 상세설계도면 1만2000장 가운데 9300장을 완성했다”며 “전투기 핵심 장치와 구조를 포함해 상세설계 78%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KFX는 곧 퇴역할 F-4와 F-5 전투기 대체용이다. F-16 이상 성능을 가진 쌍발 엔진 전투기다. 이 전투기가 2026년부터 배치되면 한국 공군의 전투력은 급상승한다. 개발 목표는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인 F-35보다 낮은 4.5세대지만, 실제론 성능이 기대 이상이고 이미 반쯤 스텔스다. 개발기관이 KFX의 스텔스 기능 공개를 꺼리는데, 레이더에 0.5㎡ 크기 정도의 비행물체로 보인다고 한다. 글로벌 시큐리티에 따르면 미 해군 F/A-18E/F와 프랑스 라팔은 레이더에 1㎡ 크기로, F-15는 25㎡, 스텔스인 F-35는 0.005㎡로 보인다.

KAI는 이를 위해 KFX의 동체 구조를 F-22와 유사한 스텔스 모양으로 설계했다. 대부분 센서는 기체 안에 넣었고, 동체 아래 중앙에 장착하는 4발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도 반쯤 매립했다. 스텔스기의 특징인 내부 무장함을 추가로 만들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해뒀다. KAI는 스텔스 재료와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KAI 관계자는 “앞으로 KFX의 스텔스 기능을 개량하면 (F-35보다 우수한) F-117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FX는 급선회 및 기동 등 비행능력에다 최첨단 장치로 무장한다. 전 세계 일반 전투기(비 스텔스기) 가운데 최강 성능을 예감하고 있다. 북한 전투기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고, 중국은 물론 일본의 일반 전투기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공중전이 벌어지면 공군 F-35A가 먼저 나가 상대방 스텔스기를 상대하고, 이어 일반 전투기는 KFX와 F-15K가 제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개량된 진짜 스텔스 KFX가 나오면 동북아에선 한국의 하늘을 넘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방위사업청 정광선 KFX사업단장은 “프랑스 라팔이나 미국 F-35 등은 개발 당시만 해도 새로운 기술이어서 엄청난 비용에 난관도 많았다”면서 “KFX는 선진국 기술과 개발과정을 참고해 개발에 유리했다”고 말했다. KFX는 처음부터 수출을 고려, 핵심 장치를 비롯해 65%를 국산화했다고 한다. 생산 단가는 대당 800억원인데 생산량에 따라 가격은 내려갈 수도 있다.

전투기와 핵심 부품 수출도 가능하게 됐다. KFX사업을 완료하면 다양한 공대공 및 공대지 미사일 국산화 기회도 열린다. 동체 개발을 맡은 KAI 이일우 상무는 “이번 사업으로 한국의 전투기 개발능력이 영국이나 프랑스를 능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KFX는 착수부터 수 없는 고비를 넘어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 3월 공사 졸업식에서 최신예 국산 전투기 개발을 약속한 이후 13년 이상 허비했다.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만 5차례 했지만, 천문학적 예산과 첨단기술 장애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다. 2015년엔 F-35 도입 대가로 미국 록히드 마틴이 한국에 제공키로 한 25개 기술 가운데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가지를 미 정부가 거부하기도 했다. 그때 KFX 사업은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실제 개발 과정은 첩첩산중이었다.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경험이 없는 한국으로선 ‘맨땅에 헤딩’이었다. 특히 미 정부가 기술 제공을 거부한 AESA 레이더와 적외선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통합전자전장비의 국내 개발은 최대 관건이었다. 이 가운데 전투기의 눈인 AESA 레이더 기술은 선진국이 유출을 엄금하고 있다. AESA 레이더 외 나머지 3가지는 이미 개발한 적이 있어 어려움이 비교적 적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26일 공개한 KFX용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 실물. [사진 국방과학연구소]
국산 AESA 레이더는 5㎜ 크기의 잠자리 홑눈과 같은 모듈 1088여개를 원형판에 박아 놓은 것이다. 모듈마다 레이더파를 내보내 각각 표적을 탐지한다. 눈이 1088개인 셈이다. 미국 F-35의 AESA 레이더는 약 1200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 이 레이더는 F-15K의 기계식 회전 레이더와 달리 전자적으로 레이더 빔을 조사한다. 그래서 수십 개의 표적을 동시에 신속하게 탐지·추적할 수 있다. 탐지거리는 11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공중은 물론, 지상과 해상의 이동표적까지 추적해 KFX에 장착된 미사일로 곧바로 타격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다기능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선 만난 신현익 항공기레이더체계개발단장은 “ADD가 기술은 갖고 있지만 업체(한화시스템)가 만들어 보지 않아 걱정이 컸다”면서 “세계에서 11번째로 AESA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산 AESA 레이더를 시험평가한 이스라엘 엘타 측은 이스라엘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모듈의 소재도 첨단이다.

레이더를 구성하는 모듈 세트. 주먹보다 작지만 4500만원이다. [사진 국방과학연구소]
지난 18일 방문한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에서 공개한 AESA 레이더를 구성하는 16개짜리 모듈 세트는 주먹의 3분의 2 크기였다. 단가는 4500만원으로 제네시스 자동차 1대 값이다. 해외에서 수입하면 8000만원 이상이다. 2026년까지 3658억원을 투입하는 AESA 레이더는 개발 3년 만에 하드웨어의 85%를 제작했다. 내년에 완전 국산화할 계획이다. 올봄까지 이스라엘에서 지상과 공중시험을 마치고, 11월부터 한국에서 공중 시험에 들어간다. 2023년부턴 KFX 시제기에도 장착해 최종 시험할 예정이다.

KAI가 맡고 있는 KFX 동체 개발과 체계종합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류 본부장은 “ADD가 탐색개발에서 내놓은 KFX 형상을 무려 9번이나 수정했다”면서 “이제야 맵시 좋은 최종 형태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투기 무게 감량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KFX 목표 중량이 12.1t이지만, 추가 요구에 대비해 500㎏ 감량이 관건이었다”며 “1㎏ 감량하는 연구원에게 10만원씩 인센티브를 줬다”고 했다. 엔진을 제외한 23만개의 부품을 빠짐없이 설계에 반영하는 일도 복잡했다. 자동차 부품은 2∼3만개다.

현재 KAI 사천공장에선 1250명의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KFX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 인력으로 KFX의 스텔스화와 영국·프랑스처럼 6세대 전투기 개발 준비도 제기된다. KAI는 2021년 4월 첫 시제기를 출고하고, 시험비행을 거쳐 2026년 1차로 전투기 8대를 공군에 납품할 계획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5~8년보다 짧은 4년의 비행시험에 따라 명품 무기 실패 우려도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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